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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Paper of the Month 2
첨부
작성자

고경하

작성일자

2002-11-01

이메일

sordello@lycos.co.kr

조회

5860








북한의
셰익스피어--최경희·홍유미



북한의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비평과 번역본 점검을 중심으로





1.
들어가며



통일시대에
대한 전망과 더불어 탈냉전의 사회적 분위기는 북한에서의 영문학 연구동향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 영문학의 대명사격으로 자리해온 셰익스피어의 경우 북한에서는 어느정도
인식되고 어떠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체제와 이념 및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해석의 상이함을 비교 분석해보고, 이를 통해 통일 이후의 한반도에서의 영문학
연구와 셰익스피어 연구의 가능성과 향방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북한에서의
셰익스피어 수용 및 이해와 관련하여 본고에서 연구대상으로 삼은 북한 문헌은 1991년에
발간된 세계문학선집 15권
『쉑스피어희곡선(1)』, 1995년
발간된 세계문학선집 16권
『쉑스피어희곡선(2)』와
1963년에
발간된 세계문학선집 4권
『쉑스피어희곡선』, 1962년
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에서 출간된 『로미오와 줄리에트』 등의 번역본과 세계문학선집의
서문을 비롯하여 『서구라파 문학개관』 『문학예술사전』
·중·하, 『주체의 문예관과
외국문학』 등에서 소개되거나 거론되는 셰익스피어 관련 비평이다.
[1]
본 연구는
이 글들을 바탕으로 하여 북한에서의 셰익스피어 수용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연구는 현재의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서 비롯되는 자료와 정보의 부족으로 인하여 기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출발한다. 특히 연구의 주요 대상으로 삼은 문헌이 과연 북한의 셰익스피어
수용의 대표적인 자료인지의 신빙성의 문제와 미처 입수하지 못한 대표적 자료의 유무에
대한 의문이 가장 크다. 아울러 본 연구의 주요 분석대상인 『쉑스피어희곡선』과 이
세계문학선집을 읽는 독자층의 범위가 어느정도인지, 즉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나 해외
유학생들, 대학생과 같은 한정된 지식인 계급과 엘리뜨 당원층에 국한되는 것인지, 아니면
문학에 관심있는 일반 인민들에게까지 셰익스피어 작품이 읽히고 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필자가 입수한 셰익스피어 번역본의 경우, 판매가격이 표시된 것은 1962년에
번역 출판된 『로미오와 줄리엩』뿐이었고, 나머지 책에는 1만부,
5천부
등으로 출판부수만이 표시되어 있었던 사실로 미루어볼 때, 북한에서 셰익스피어 번역본은
일반대중에게 보급되지 않고 한정된 부수만이 출판되어 소수의 계층에게만 독서의 기회를
부여했으리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 서적들이 출판된 곳이 문예출판사(후에
문학예술종합출판사로 바뀜)라는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회 산하의 직속기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역시 이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아울러 북한의 사회제도와 교육제도를 비롯한
북한사회 전반에 관한 정보를 담은 『북한정보총람2000』에
근거하여 추측해볼 때, 셰익스피어 공연은 북한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셰익스피어
작품 역시 한정된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2]


북한에서의
셰익스피어 수용과 연구의 현황을 가늠해보기 위해 본 연구에서 대상으로 삼은 『쉑스피어희곡선』(1)·(2)은
1984년
9월에 김정일의 주도로 시작된
세계문학선집 편찬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된 번역본이다. 『쉑스피어희곡선』에는 『로미오와
줄리에트』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그리고 『베니스의 상인』 『열두번째 밤』 『헨리 4세』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아홉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셰익스피어의 많은 희곡들
가운데 이 작품들이 선정되어 번역 수록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하여 분단 이전에
이미 국내에서 소개되어 널리 알려져 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선정되었을 것이라는
추측과, 북한의 문학관·예술관에 입각하여 혁명 이데올로기에 봉사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이유로 선정되었을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번역작품 대부분이 잘 알려진 인기작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데올로기적인 잣대는 큰 역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체문학의 새 경지』에 인용된 김정일의 교시로 미루어, 작품
선정과 번역과정에서는 외국문학 번역에 대한 그의 견해와 원칙이 막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일은 번역 출판과 관련한 기본적인 세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외국문학의 수용에 있어서의 주체적 입장에 대한 강조와 둘째, 사상적 경향이 좋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을 번역 출판하여 작가와 일반독자들이 읽게 한다는 점, 그리고 셋째로
사상적 문제가 있는 작품
일반독자에게는 비공개로 하지만 작가들에게는 참고로 읽게
한다는 점 등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3] 북한의 셰익스피어 번역작업 역시 이러한 기본 틀과 지침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또한 북한에서의 셰익스피어의 연구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리기도는
『주체의 문예관과 외국문학』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고전 비극의 대표적인 예로 보

셰익스피어 비극을 옳게 파악하는 문제는 "우리시대의 혁명적 비극을 리해하는데서 큰
의의를 지닌다"
[4]라고 셰익스피어 연구의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북한의
셰익스피어 연구의 현 단계를 짚어보기 위해서는 해방 이후 분단을 전후로 한 시기, 그리고
주체사상 이후의 북한 및 최근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사상적인 변화에 따라 셰익스피어 수용의 동향에도 변화가 있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주체사상 수립 전후와 90년대
이후의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비평 태도를 비교해봄으로써 북한에서의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어떻게 변화 발전되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1958년에
출판된 『서구라파 문학개관』에서의 셰익스피어 논의와 1963년에
출판된 『쉑스피어희곡선』의 서문인 림학수의 「쉑스피어의 예술」을 중심으로 주체사상
이전의 맑스주의 문학관에 입각한 셰익스피어 비평과, 1990년대에
출판된 『쉑스피어희곡선』(1)·(2)에
수록된 황영길의 서문 및 리기도
『주체의 문예관과 외국문학』에서의 셰익스피어 논의를
중심으로 그 변화 부분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5] 또한 구체적인 번역의 실례를
살펴봄으로써 북한에서의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해가 번역에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2.
셰익스피어에 대한 북한의 이해 및 평가



과연
북한에서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 이 물음과 관련하여 먼저 셰익스피어에
대한 북한의 전반적인 평가와 셰익스피어를 배출한 시대에 대한 이해 및 그의 작품 시기
분류에 대한 기본 입장을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해보자. 한마디로 셰익스피어에 대한 북한
내부의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북한에서의 문학 예
활동을 총지도하는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김정일은 "쉑스피어는 문예 부흥기의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6]라고 평했으며, 선집 서문에서도 "16세기말―17세기초에
활동한 윌리엄 쉑스피어는 문예부흥기 영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이
당대에는 물론 수백년 세월이 흘러간 오늘에도 그 감화력을 잃지
고 있는 것은 그 속에
사회악에 대한 단죄와 선에 대한 옹호의 목소리가 힘있게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7]라고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셰익스피어의 권선징악적인 요소가 중시되고 있음이
눈에 띈다. 이것으로부터 북한에서 셰익스피어는 봉건주의, 종교적 편견, 자본주의적
폐단에서 파생되는 불의와 부정을 응징하고 자유로운 인간성의 발현을 지향하는 인문주의적
이상을 믿은 작가로 수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1991년에
출간된 『문학예술사전』에서는 셰익스피어를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간형상을 창조하면서
그 성격들을 주위의 사회적 환경과의 긴밀한 련계속에서 생동한 개성적 전형들로 그려"낸
작가로 표현하고 있으며, "그가 창조한 자본주의 시초 축적기의 전형적 성격들과 사
생활에
대한 다변적이고 생동한 사실주의적 화폭은 구라파 사실주의 문학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8]소개하고 있다. 여기서도
언급되듯이 셰익스피어는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진보적인 사실주의 작가'
[9]로 평가된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역사적 배경이 된 그의 시대에 대한 이해 역시 철저히 맑스주의 비평 노선을 따른다.
르네쌍스의 개화 속에서 근대적 민족국가의 수립의 토대를 쌓아가고 있던 셰익스피어
당시 영국은 봉건적 멍에와 종교적 편견, 자본주의적 착취관계에 물든 부르주아 자본주의
초기 국가로 파악되고 있다. "토지에서 쫓겨난 농민들과 공장제수공업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령락된 도시수공업자들로 이루어진 굶주린 실업군중이 영국의 도시와 농촌들에 차고넘쳤다.
그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하여 16세기중엽에
영국 각지에서 폭동에 일떠섰다. 그러나 폭동자들은 정부의 류혈적인 탄압을 받아 교수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것이 이른바《우로부터의 종교개혁》을
실시하였으며 에스빠냐의《무적함대》를
격파한 시초축적기의 영국의 모습이였다. 영국에서 부르죠아적발전은 이렇게 인민
고통의
대가로 이룩될수 있었으며 자본주의의《려명》은
이와 같이 인민의 피땀으로 마련되였다."
[10] 이런 시기에
창작활동을 한 셰익스피어는 그 시대의 갈등과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가라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분류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영미 셰익스피어 비평가들과 남한의 셰익스피어 학자들이
셰익스피어 작품을 4개의
시기로 구분하고 있다. 이와 달리 북한의 학자들은 창작 시기를 3기로
나누고 있다. 창작 1기는
작가의 창작 초기인 1590년경부터
1600년경까지
주로 희극과 사극이 씌어진 시기로, 창작 2기는
1600년에서
1607년까지
주로 비극이 씌어진 시기, 창작 3기는
1608년에서
1612년까지
비희극이 씌어진 시기로 분류되고 있다. 일반적인 셰익스피어 작품의 4시기
분류의 1, 2시기를
북한에서는 통합하여 창작 1기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러한 북한의 3기
분류방식은 크게 무리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기에 대한 북한의 논의를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창작 1기에
속하는 1590년대에는
셰익스피어의 희극과 사극이 포함된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봉건적 유습과
제를 부시고
보다 자유롭고 문명한 생활을 지향한 문예 부흥기 사람들의 락천적인 생활 태도가 묘사"
[11]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에서 희극론은 작가의 개인적 기호나 취미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의 산물이라는 기본적 입장을 취하기에, 셰익스피어의 희극에 대한
북한의 논의 역시 그 사회적 특성을 강조하고 인문주의적 이상에 대한 작가의 낙관주의적
믿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셰익스피어의 사극에 대한 북한의 기본적인 태도
역시 매우 분명하며 단정적이다. 셰익스피어는 사극에서 "절대주의왕권에 의거하여 봉건적
분렬과 동란을 없애고 영국을 중
집권적으로 통일시키며 국왕의《어진》
정치로써 사회적모순을 없애야 한다는 사상을 표현하였다"
[12]라고, 사극이
셰익스피어의 정치적 신념과 역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창작
2기는
『햄리트』 『리어왕』 『오셀로』 『마크베스』 등의 비극이 산출된 시기로 분류된다.
셰익스피어가 비극을 창작하게 된 계기와 관련하여 북한의 셰익스피어 비평에서는 셰익스피어가
개인적으로 겪은 비극적인 경험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없다. 대신 사회적인 상황에서
빚어진 당시의 시대적 좌절감이 그의 비극을 양산한 주 동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극
창작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그 시기에 와서 봉건왕권과 부르주아지의 일시적 동맹관계가
파기되고 봉건 통치계급의 반동성이 강화
며, 자본주의적 사회관계에 의하여 빚어지는
사회적 모순도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는 것을 들고 있다.
[13] 또한 이 시대에
엔클로저 운동으로 인해 "농토를 빼앗긴 농민들과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무산 계급이
무리를 지어 류
하고 도시와 농촌은 거지와 강도 절도로 범람하였다. 비극적 기분이
인민의 심중에 충만되여있었다"
[14]라고 당대의 어두운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그리하여 셰익스피어는 "종전에는 락천적기분을 가지고 대하였던 다가오는 새 시대에
대하여 위구심
가지고 인문주의적 리상실현의 가능성에 대하여 의혹을 품으며 나아가서
그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15]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이 셰익스피어의 비극 창작의 배경이 되는 것으로 설명한다.


한편
북한의 셰익스피어 비평은 창작 3기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북한에서는 이 시기의 작품에 대한 번역본은
없는 것으로 추정되며, 평론에서도 이 작품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씸벨린』 『겨
의 이야기』 『폭풍우』 등이 이 시기의 중요한 작품으로 언급되고,
간략한 설명만이 뒤따를 뿐이다.
[16]


셰익스피어의
위대성은 북한에서도 인정됨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의 어떤 측면을 북한에서는
높이 평가하는가? 북한의 셰익스피어 논의에서 셰익스피어의 위대성으로 거론되는 특성은
크게 세가지로 부각된다. 인민작가로서의 셰익스피어, 권선징악적 요소, 사실주의 작가로서의
면모가 그것이다. 1963년본
『쉑스피어희곡선』의 서문에서는 특히 인민주의 작가로서의 셰익스피어에 대한 논의가
눈에 띈다. "쉑스피어의 위대성은 그가 다종다양하고 깊이있는
격을 창조하였다는 데에만
있지 않다. 그의 위대성의 또하나는 그가 인민의 편에 서 있었다는 점이다"
[17]라고 셰익스피어를 인민주의 작가로 자리매김하며, "위정자가 인민을 리해하고
인민의 편에 설 때에만 선량하고 현명하며 그러지 못할 때에는 인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여
파멸
다는, 즉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인민이라는 것을 쉑스피어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보여주고 있다"
[18]고 인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나오는 인민들에 대한 평가 역시 단호하다. 림학수에 의하면 셰익스피어 작품의
"인민들은 모두 선량하고 옳바른 것을 사랑하며 평화를 애호한다. 간혹 그들이 너무 순박한
나머지 속기 쉽다하더라도 그것은 그들의 본질적인 결함으로는
지 않는다. 세상을 소란케하고
갖은 추행을 감행하여 인민을 괴롭히는 것은 언제나 지배계급들이다".
[19]
특히 주체사상 확립 이전인 1958년에
발간된 『서구라파 문학개관』에서는 1953년
조선작가동맹의 결성으로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부르주아 미학의 청산 및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정립 과제 추진에 힘입어
[20] 맑스주의 비평에 의거하여 셰익스피어를 사회악과 부정의에 항거하는 위대한
인민작가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는 반동을 반대하고, 평화와 진보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투사들과, 예술의 인민성과 사실주의를 추구하는 투사들의 특별한 관심사가
되며, "부르죠아 연구가들이 그를《순수예술가》로
외곡하면서 그의 창작의 가장 중요한
명――사상적
내용을 왜곡하려 하였"으나 맑스주의 비평은 그러한 왜곡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못박고
있다.
[21]


북한의
셰익스피어 논의에서 특기할 만한 또다른 사항은 셰익스피어의 도덕작가로서의 측면에
대한 강조이다. 즉 권선징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셰익스피어는 언제나 선이
악을 응징하는 세계를 제시해준다는 것이다. 이는 선이 악을 명확하게 응징하고 승리를
구가하는 희극의 세계에서만이 아니라 선이 악에게 패배당하는 비극의 세계에서조차도
적용되고 있다고 파악한다. 그리하여 북한의 셰익스피어 비평 논의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세계는 항상 인류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주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해주고
있음이 강조된다. 아울러 셰익스피어의 도덕적 면모가 "편협한 도덕가로서의 권선징악은
아니"며, "뛰어난 예술가로서, 사실주의적 수법에 의한 고도의 예술성으로" 선을 옹호하고
정의의 승리를 보여주기에 "표면상
로는 교훈의 의도가 감촉되지 않으나 어느 극에서도
그는 항상 인류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예언"
[22]해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셰익스피어 비평의 기본 입장은 관념론적 견해에 대한 비판을 철저히 견지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 비극의 분석에서 특히 주인공의 성격적 결함에서 비극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설명하는 비평 조류에 강한 비판을 보인다. 일례로 햄릿의 비극의 원인을 햄릿의
개인의 성격에서 찾는 경향을 비판하며, "햄리트는 그의 개인적 성격의 결함으로 하여
비극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의 악에 희생된 것이요, 그 거대한 불의를
시정하려고 마음 아파한 고상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작가는
적아
함께 쓰러진 음산한 결투장에서 햄리트를 용사의 례로써 조상하여 정의의 승리를
선언하는 것이다"
[23]라고 비극의 원인을 사회적 불의와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셰익스피어 논의는 인문주의가 상징하는 정신을 반봉건, 반금욕주의로 파악하고
셰익스피어가 이를 구현한 작가로 간주한다. 그러나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계급적 한계로
인하여 작품의 기본 갈등을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갈등으로 구현하고 있는 점은 한계로
지적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주체사상 대두 이후인 1967년
이후의 비평에서 주요한 셰익스피어 비평 논의로 두드러진다. 1963년
출판된 『쉑스피어희곡선』의 서문을 쓴 림학수가 셰익스피어를 인민주의 작가로 예찬하고
있는 반면, 90년대의
세계문학전집 『쉑스피어희곡선』(1)·
(2)의
서문을 쓴 황영길의 글이나 혹은 주체문예관을 설명하고 이에 입각하여 셰익스피어를
비평하고 있는 리기도의 글에서 셰익스피어의 계급적 한계가 분명히 명시된다. 황영길은
셰익스피어의 한계로 사회계급적 문제를 추상적인 도덕적인 문제로 환원시킨 점, 그리고
계급의식의 결여를 주로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햄리트』의 경우, "심각한 사회계급적문제를
추상적인 도덕적문제로 바꾸어놓았으며《인도주의》와
인간에 대한 초계급적인 사랑으로써 사회적모순을 극복할수 있으리라는데 대한 환상을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지배계급의 대표자인 햄리트를 리상적인 인물로 설정하고 그의
성격속에 선과 자비심, 인도주의 등 초계급적인 도덕적원리를 체현시켰다. 초계급적인
도덕적원리
주장――이것은
사실상 인민대중을 기만하기 위한 부르죠아적인 구호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24]고 비판한. 한편 『오셀로』의 경우 "당대 착취 사회의 사회악을 비판하면서도
그 근원을 밝히지 못한 제한성"
[25]을 꼬집으며
이아고의 악에 내재된 자본주의의 악을 셰익스피어가 보지 못한 것을 한계로 지적한다.
또한 『베니스의 상인』의 경우, 안토니오와 샤일록이 동일한 자본가 계급이지만 서로
대치되는 상황으로 보여줌으로써 선악의 문제가 사회제도와는 무관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셰익스피어가 샤일록의 성격 속에 구현된 악이 자본주의적 관계의 필연적
산물임을 보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는 결국 부르주아적 입장에서 각 개인의 행위를
도덕적 차원의 선악문제로 환원시킨 셰익스피어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한 것이라 하겠다.


주체적
문예이론은 인문주의 문학론과 맑스주의 문학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어, 셰익스피어 비평에도 적용된다. 주체적 문예이론에 의하면 맑스주의 문학론은
"비극의 원인을 착취사회의 산물로 보려는 긍정적 립장의 반영이기는 하나 반면에 인간의
주체
힘과 자주적 본성을 보지 못하고 인간을 환경의 지배를 받는 존재로만 보는 일면성을
가지고 있다".
[26] 반면 주체적 문예이론은 셰익스피어 비극의
원인을 개인의 성격에서나 객관적 환경에서만 찾으려는 견해의 제한성을 극복하고 비극의
원인을 사회계급적 근원과 함께 주인공들의 주체적 원인에서 찾고 있다. 주체적 문예이론에
입각한 북한 셰익스피어 비평가는 기존의 연구자들이 『햄릿』에서 햄릿의 복수 지연을
주요 문제로 파악하고 그 이유로 우유부단한 성격을 지적하는 데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을 비판한다. 주체적 문예이론에 의하면 햄릿은 나약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었으며,
사회악을 증오하며 봉건통치배에게 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인물이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에서
햄릿의 이름에 따라오는 형용사가 '우유부단한'이 아니라 '결단성있고 용감한 햄리트'라는
점이다. 그러나 햄릿 혼자의 힘으로 만연한 사회악을 없애는 것은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복수의 지연과 동요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자주성을 유린당하고 사회 현실의 악덕의
희생물이 된다. 하지만 주체적 문예이론은 여기서 그치
않고 더욱 심화시켜 비극의
원인을 "사회적 근원과 함께 햄리트 자신에게도 있다는 사상을 밝히였다"
[27]고 한다. 이 이론에 의하면 "햄리트의 죽음이 비극으로 되는 것은 그가 자기의
리념과 지
을 실현하지 못하였을뿐아니라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이나 전망을 내다보지
못하고 죽었기 때문이다".
[28] 주체적 문예이론의 입장에서 볼 때 햄릿을 비롯한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들의 죽음은 "막막
죽음이며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가 아니라
동정과 련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비감의 정서를 자아낸다".
[29] 이것이
북한에서 보는 셰익스피어 식 고전 비극의 한계이며, 주인공의 죽음으로 사회악의 척결과
사회주의 사회의 도래를 앞당길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주는 혁명 비극과의 차이점이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분단 이후 1958년의
셰익스피어 비평과 90년대
후반에 나온 셰익스피어 비평을 비교해볼 때 셰익스피어를 그의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사실주의 작가로 평가하는 기본적인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다만 1967년
주체사상 수립 이전까지는 위대한 인민작가로서의 셰익스피어의 위상을 강조한 반면,
주체사상 수립 이후의 셰익스피어 비평론에서는 셰익스피어를 더 비판적이고 주체적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셰익스피어의 계급적 한계에 대한 지적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한 북한의 전반적인 논의가 주제적인
측면에 맞추어져 있으며, 작품의 구조적 측면에 대한 분석이나 셰익스피어의 언어에 대한
분석은 일체 배제되고 있음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다음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의 번역의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이론과 비교하여 실제 번역에서는 북한의 셰익스피어의 이해가 어떠한
식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3.
북한 셰익스피어 번역본 점검



북한에서의
셰익스피어 수용과 이해는 번역의 실태를 점검해봄으로써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본 글에서는 『쉑스피어희곡선』 (1)·(2)에
수록된 『햄
트』 『로미오와 줄리에트』 『베니스의 상인』 『리어왕』 등의 작품을
중심으로 논의해보고자 한다.
[30]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비롯하여 기본적인 남북한의 언어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번역의 상이함은
논외로 하고, 셰익스피어 번역본 점검시 일반적으로 짚고 넘어가는 항목들, 즉 운율,
행 구분, 중의어 번역 등을 비롯하여 어투, 돋보이는 번역, 사회·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특이한 용어나 표현의 선택 등을 중심으로 북한의 셰익스피어 번역의 실태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아울러 논의에 앞서 각 작품의 번역자들이 동일
지 않은 까닭에 번역의 문체와
용어 선택에서 다소 차이가 나타나고 있음도 지적해둘 필요가 있겠다.
[31]


먼저
셰익스피어 작품의 번역을 위해 어떠한 판본의 텍스트를 이용하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 출판된 대부분의 셰익스피어 번역본에서 원전이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햄릿』의 한 대목으로 미루어 어떤 텍스트를 원본으로 사용했는지 추측 가능하다. 4막
2장에서
햄릿이 로젠크런츠와 길던스턴에게 폴로니어스의 시체를 감춘 곳을 알려주지 않고 도망가는
끝 장면을 북한 번역본은 "여우를 감췄다. 모두들 찾아라"로 끝맺고 있다. 원전에서 이
부분에 해당하는 대목 "Hide fox, and all after"는 셰익스피어 이절판(Folio)에만
존재하는 대사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번역본이 아마도 이절판을 원본으로 삼아 번역되었으리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북한의
번역본에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짚어보자. 먼저 『햄릿』의 경우를 살펴보면
번역에서 돋보이는 부분이 눈에 띈다. 다음과 같은 호레이쇼의 대사에서는 운문의 행을
살리고 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내가
말해주지. 어쨌든 떠도는 소문은 이러하이.
선왕께서
생존하여 계시올제
그분의
모습이 바로 아까 우리앞에 나타났었지만
자네들도
아다시피 노르웨이의 포틴브래스왕이
분에넘친
야심으로 제 정신이 뒤집혀
당돌하게도
선왕마마께 결투를 걸어온적이 있었지


That
can I
At
least the whisper goes so: our last King,
Whose
image even but now appear'd to us,
Was
as you know by Fortinbras of Norway,
Thereto
prick'd on by a most emulate pride,
Dar'd
to the combat; (1막 1장 83∼87행)



위와
같은 북한의 번역과는 달리 국내 번역의 한 예에서는 행 구분 없이 "내가 말해주지. 적어도
소문은 이렇다네. 바로 아까 우리앞에 그 모습을 나타낸 선왕은 도전을 받았었지. 알다시피
상대는 지독한 야욕에 충동당한 노르웨이왕 포틴브라스"(김재남)라고 되어 있다.


또한
1막
4장에서
햄릿이 호레이쇼에게 하는 대사 "The dram of evil/Doth
all the noble substance often dout/To his own scandal"을 "맛이 변한 맥주 한방울
때문에 진수성찬 차린 상도 거들떠보지 않게 되는 법이요"라고 원문의 뜻을 살려 비유적으로
번역하고 있다. 이는 김재남 교수의 "고귀한 성품도 티끌만한 결점 때문에 의심을 받고
악평을 초래하기 마련이라네"라는 번역에 뒤지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3막
1장의
클로디어스가 자신의 죄를 시인하며 내뱉는 다음과 같은 방백의 번역도 그 표현의 매끄러움과
리듬감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화장술로
고와진 창기의 빰은
연지분보다
곱지 못하다 하거니
내가
저지른 일은 제 아무리 고운 말로 치장한다 하더라도

더럽기란 창기의 빰에 비할바도 못되누나.


The
harlot's cheek, beautified with plast'ring art,
Is
not more ugly to the thing that helps it
Than
is my deed to my most painted word. (3막 1장 51∼53행)



참고로
남한의 한 번역에서는 "화장술로 곱게 단장을 한 창녀의 볼이 연지에 비하여 추악하다한들
그럴싸하게 꾸민 말뒤에서 행동하는 내 행실에 비하면 그 이상 추악하지는 않으렷다"(김재남)로
번역되고 있다.


한편
셰익스피어의 텍스트 번역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중의어를 적합한 말로 옮겨내는
일이라 할 수 있는데, 북한의 번역 역시 이러한 중의어 번역에 세심한 노력을 쏟았음을
읽을 수 있다. 원문의 뜻을 가급적 손상시키지 않고 이중의 의미를 담아내는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그 한 예로 『햄릿』의 "Let her not walk i'th'sun. Conception is a blessing,/but
as your daughter may conceive――friend,
look to't"(2막 2장 184∼85행)는
"태양이 쪼이는 곳을 싸다니지 못하게 하렸다. 격식이 불어나는 것은 좋지만/배가
불어나면 야단이니까. 늙으니, 그걸 조심해야 해"라고 번역되어 있다. 여기서 'conception'이
갖는 '생각을 품다'라는 뜻과 '임신'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제대로 살려 번역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The scripture says Adam digged. Could he dig without arms?"(5막
1장 37행)를 "성경에 아담은
파헤쳤다고 씌어있네.(영어에서
귀족을 표시하는 가문이란 말과 쟁기라는 말은 같은 말로 쓰임――역주)
그래 아무 쟁기도 없이 즉 아무 가문도 없이 어떻게 파헤칠 수 있었겠느냐 말야?"라고
번역하여, 역자가 주석을 이용하여 'arms'라는 단어에 내포된 중의적인 의미를 전달해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북한의
번역본에서는 우리말 고유 운율을 살려서 번역한 부분이 눈에 띈다. 그 한 예로 『햄릿』의
4막 5장에 나오는 오필리어의 노래의 한 부분은 "상여에 얼굴 내놔 그이는 가시였네./에헤요
닐리닐리 에헤이요,/그이의
무덤에는 눈물비 내리였네./안녕히
가시오라, 나의 비둘기!"라고 번역되어 셰익스피어 시대의 민요의 가락인 "Hey non nony,
nony, hey nony,"라는 후렴 부분은 "에헤요 닐리닐리 에헤이요"라고 우리 고유의 민요조로
노래되고 있다. 이는 "맨머리로 관에 얹어 떠실려 갔지, 헤이 난 나니, 나니, 헤이 나니,
무덤에는 억수 같은 눈물이――안녕히,
소중한 분!"이라는 김재남 교수의 번역에서 살려내지 못한 가락을 우리 정서에 맞게 옮겼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이외에도 호칭의 사용에 있어서 왕을 상감, 왕비를 내전마마, 햄릿
왕자를 세자로 부르는 등 우리식의 표현을 살리려고 한 면모가 엿보인다.


다음으로
북한에서의 종교의 실태와 관련하여 번역본에서 눈에 띄는 대목들을 짚어보겠다. 『북한정보총람2000』에
의하면 북한에서 모든 종교는 인민의 적으로 간주되고 아편과 같이 취급된다. 비록 북한에
교회와 성당 등의 건물이 있고, 천도교와 불교 사원 등이 존재하며 교인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나, 평양 주민들조차 평양에 교회가 있는 것을 모르고 있다거나, 신부나 목사와
같은 호칭을 사람의 이름으로 여겼다는 예를 보
라도 북한에서 종교활동은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며 각 종교의 차이에 대해서도 무지함을 알 수 있다.
[32] 이러한 태도에서 비롯되는 종교와 관련된 용어 번역상의 문제점의 한 예를 『로미오와
줄리에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2막
3장의
로미오와 로렌스 신부의 장면에서 로미오는 로렌스 신부에게 "스님! 안녕하십니까?"(27행)라고
인사를 하고, 계속해서 그를 "거룩하신 스님"(41행)으로
부르고 있다. 3막
3장에서
유모 역시 "오, 거룩하신 스님, 말씀하여 주시오, 거룩하신 스님"(91행)이라
부른다. 이런 로미오에게 로렌스 신부는 "거룩한 성자 프란시스여"(Holy Saint Francis!,
61행),
"오! 성모 성신이여!"(Jesu Maria!, 65행)라고
가톨릭의 성인의 이름을 운운한다. 동일한 모순은 2막
5장에서
유모의 대사에서도 나타난다. 유모는 "당장 로렌스스님의 암자로 가요"(69행)라고
했다가, 같은 대사에서 "어서 빨리 교회당으로 가우"(73행)라고
하고 다시 "어서 암자로 가란말이요"라고 함으로써 교회당과 암자의 구분을 두지 않고
있다. 한편 유모가 말하는 암자를 4막
5장에서
로렌스 신부는 "교회"로 이야기(121∼22행)한다.
이러한 혼용은 로렌스 신부와 존 신부의 다음 대화 부분에서 그 문제점이 극도로 두드러진다.



쫀신부:
로렌스 스님! 계십니까! 스님!
로렌스신부:
바로 쫀신부의 말소리로군. …
쫀신부:
여기 베로나에서 병자들이 방문하는 저의 교파의 신부 한사람을 길동무 삼으러 찾아갔다가


Friar
John: Holy Franciscan Friar, Brother, ho!
Friar
Laurence: This same should be the voice of Friar John …
Friar
John: Going to find a barefoot brother out, One of our order, to associate me, …
(5막 2장 1∼2, 5∼6행)




장면에서 로렌스 신부는 "쫀신부"라고 부르고, 쫀신부는 로렌스 신부를 '스님'(Brother)으로
부르고 있다. 그리고 5막에서
야경1은
"여기 신부 한사람과 죽은 로미오의 하인을 붙잡아두었소이다"라고 한다. 이처럼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동일한 인물을 스님으로 불렀다가 신부로 부르는 등 일관성 없이
지칭하고 있다. 특히 1960년대
번역본과 90년대
번역본에서 동일하게 이런 번역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점은 남한 독자에게는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잘못을 그대로 간과하는 데서 북한 번역자들의 이에 대한 무관심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하겠다.


동일한
잘못은 『베니스의 상인』에서도 나타난다. 재판 장면에서 샬록에게 처벌로 언도되는
기독교로의 개종은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이를 북한 번역본에서는 '회개'로 번역함으로써
그 의미를 약화시키고 있다. 안토니오는 샬록에게 처벌을 내리면서 "이에는 또한 두가지
조건이 있습니다./첫째로,
이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샤일로크는 즉시 회개할 것이며/둘째로
그가 죽은 뒤의 유산은 전부/그의 사위인 로렌조와 딸에게 물려준다는 재산 양도증을
이 법정에서 작성하는것입니다"(4막
1장)라고 말하는 것으로 번역되어
있다. 즉 'He presently become a Christian'을 '회개'로 번역함으로써, 유대인과 기독교인의
차이를 미처 보지 못했음을 드러내준다. 또한 란셀로트와 곱보가 만나는 희극적 장면
2막
2장에서
곱보의 대사를 "아이구 젊은 량반, 당신이 뉜지 내사 모르겠쉐다. 제발 말씀해주구려.
내 아들년석이 … 나무아미타불 … 살았소이까 죽었소이까?"(2막
2장)라고 번역함으로써 기독교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 작품에서 "God rest his soul"을 '나무아미타불'이라는 불교 용어를
사용하여 번역하고 있다. 여기서도 번역에 대한 주체적 입장에 입각하여 북한화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었는지 모르나, 기독교가 주요 사회·문화적 배경을 이루고 있는 작품 전체의
성격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국산화하려 한 것으로, 오히려 북한의 번역에 대한 신뢰도마저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고 있다.


다음으로
북한의 셰익스피어 번역에서는 저속한 욕설이 매우 실감나게 표현되고 있다. 이는 『로미오와
줄리에트』 『오셀로』 『리어왕』의 몇 대목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결혼하기 싫다는
줄리에트에게 화를 내며 호통치는 캐퓰레트의 대사는 거침없는 표현을 사용하여 분노를
잘 전달해주고 있으며, 『리어왕』에서 딸들에 대한 리어의 분노 역시 실감나게 드러난다.
특히 캐퓰레트의 대사 가운데 "뒈여지라 이 못된 계집아이! 불효막심한년!"(Hang thee
young baggage, disobedient wretch!, 3막
5장 160∼61행) 혹은 "꼴 좋다!
이 쌍년!"Out on her, hilding, 168행)
등의 욕도 주저없이 사용되고 있다. 『리어왕』의 켄트의 대사 또한 "이 개쌍놈, 필요도
없는 맨 마지막 자모《젯드》자
같은 놈"(Thou whoreson zed! thou unnecessary letter!, 2막
2장 61행), "지랄병환자같은
상판대기를 들고 다니는 너같은놈은 싹 뒈져라"(A plague upon your epileptic visage!,
2막 2장 78행)라는
식의 번역도 원색적인 욕설의 감을 전달해주고 있다. 한편 『오셀로』에서도 이아고로부터
데스데모나의 부정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분노하는 오셀로의 대사는 "벼락을 맞을년,
오, 음탕한 계집년!"(Damn her, lewd minx! O, damn her, damn her!, 3막
3장 478행)으로 번역되어,
이 경우 다소 지나친 감도 없지 않다. 또한 오셀로의 대사를 "에익, 썩어빠질년 같으니라구!
차라리 뒤여져라! 오늘밤에라도 지옥에 가떨어져라! 내 그년을 살려두지 않을테다"(Ay,
let her rot and perish, and be damned tonight, for she shall not live, 4막
1장 177∼78행)라고 번역하는가
하면, 줄리에트의 대사 역시 과격하게 들리는 부분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독약을 마시기
전의 줄리에트의 독백의 일부를 "몽둥이처럼 휘두르며/나의
미친 머리통을 까버리지나 않을가?"(As with a club dash out my desperate brains?,
4막 3장 53∼54행)라고
번역하여 다소 지나친 어투로 옮겨내고 있다. 한편으로 이는 남한의 언어에 비해 전반적으로
어투가 강한 북한 언어의 특성일 수도 있다.


번역본
점검시 또 짚어볼 수 있는 부분은 셰익스피어가 사용하는 시적인 운율을 어떻게 적절하게
번역해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례로 『리어왕』에서 광대의 다음과 같은 대사는 운율을
살려서 번역한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2막
4장에서
어릿광대는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애비가
누더길 걸치면
자식은
아닌 보살
애비가
돈지갑을 가지면
자식은
효도질
운명의
녀신이란 쌍갈보
가난뱅이에겐
문을 아니여네.


Fathers
that wear rags
Do
make their children blind,
But
fathers that bear bags
Shall
see their children kind.
Fortune,
that arrant whore,
Ne'er
turns the key to th'poor. (2막 4장. 46∼51행)



여기서
원전의 "rags"와 "bags" 그리고 "blind"와 "kind"가 가져오는 시의 운율과 리듬의 효과를
번역에서 역시 "걸치면"과 "가지면" "보살"과 "효도질"로 운율을 고려하여 옮겨놓음으로써
원전의 맛을 시각적·청각적으로 적절하게 잘 살려내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북한의 셰익스피어 번역은 전반적으로 누락이 거의 없이 원전에 충실하였으며,
표현이나 어휘의 선택, 운율 및 분위기 전달에 있어서 기대 이상의 수준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종교적 무관심으로 인한 번역의 오류를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주체적인
번역을 하려고 노력한 점 역시 높이 살 만하다 하겠다.



4.
글을 나가며



부족하나마
북한에서의 셰익스피어 수용 및 연구실태를 북한의 문헌을 통하여 살펴보고 셰익스피어
작품 번역의 실례를 검토해보았다. 한편 점검과정에서 기대했던 남북한 번역상의 큰 차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데올로기나 문화의 차이로부터 비롯될 수 있는 북한 고유의 해석은
번역작업을 통해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 반면, 작품집 서문이나 평론 글을 통해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시각은 분명히 설정되어 있었다. 또한 셰익스피어
작품이 지니고 있는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유일한 해석방식만을 강요하는 비평
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문학 작품의 의미는 명백해야했고 오직 하나의 해독만이
가능해야했다"
[33]라는 북한의 문학 창작 및 비평 태도와 상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득이 있었던 것은 본 연구의 결과 이데올로기나 체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번역상에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한
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느낄 수 있었던 점이다. 이는 통일시대 영문학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하나의 발전적 가능성을 시사해준다. 또한 이 작업의 과정에서 과연 북한의 셰익스피어
비평을 평가하는 우리의 잣대가 어느정도 객관성과 신빙성을 지니고 있느냐는 의문도
피할 수 없었다. 영미 비평방식에 깊숙이 함몰된 시각을 가지고 북한의 셰익스피어 해석을
들여다보는 것이 또다른 독단에 빠질 위험성을 다분히 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작업을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성찰해볼 수 있는 상호 점검의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style="FONT-SIZE: 9pt">(주의 내용을 클릭하면 본문 원위치로 돌아갑니다.)


1] 김해균 역 『로미오와
줄리에트』(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 1962); 『쉑스피어희곡선』 세계문학선집 4(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
1963); 『쉑스피어희곡선』(1)·(2) 세계문학선집 15·16(문예출판사 1991, 1995); 문상민
『서구라파 문학개관』(국립문학예술서적출판사 1958); 사회과학원 주체문학연구소 편
『문학예술사전』 상·중·하(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1988, 1991, 1993); 리기도 『주체의
문예관과 외국문
학』 주체적 문예리론 연구 25(문학예술종합출판사 1996).


2] 『북한정보총람2000』(국제정보연구원
1999).


3] 최길상 『주체문학의 새 경지』(문학예술종합출판사
1991) 290∼92면.


4] 리기도, 앞의 책 151면.


5]북한 비평 원전에 관한 독자의 욕구를
고려하여 가급적 원문을 많이 인용하고자 했음을 밝혀둔다.


6] 사회과학원
주체문학연구소 편 『문학예술사전』 (중).


7]『쉑스피어희곡선』
(1) 2면.


8]
사회과학원 주체문학연구소 편 『문학예술사전』 389면.


9] 문상민,
앞의 책 93면.


10]『쉑스피어희곡선』 (1) 2면.


11]
같은 책 3면.


12] 같은 곳.


13] 같은 곳.


14] 림학수 「쉑스피어의 예술」, 『쉑스피어희곡선』
세계문학선집 4 (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
1963) 13면.


15] 『쉑스피어희곡선』 (1) 3면.


16] 문상민, 앞의 책 92면; 『쉑스피어희곡선』 (1)
4면; 사회과학원 주체문학연구소 편, 앞의 책 389면.


17] 림학수,
앞의 책 11면.


18] 같은 글 12면.


19] 같은 곳.


20] 이명재 편 『북한 문학의 이념과 실체』(국학자료원
1998) 118면.


21] 문상민, 앞의 책 94면.


22] 림학수, 앞의 책 13면.


23] 같은 책 15면.


24] 『쉑스피어희곡선』
(1) 8면.


25] 『쉑스피어희곡선』 (1) 서문 10면.


26] 리기도, 앞의 책 153면.


27] 같은 책
155면.


28] 같은 곳.


29] 같은 책 157면.


30]
본고에서 논의되는 대표적 국내 번역본으로는 최재서 역 『햄맅』(연희출판사 1954)과
김재남 역 『햄리트』(1974)와 김재남 역 『세익스피어전집』(을지서적 1995)을 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원문 인용을 위해 William Shakespeare,
Hamlet. The Arden Shakespeare.
ed. Harold Jenkins (London: Methuen 1982)와 Wells and Taylors. eds.

William Shakespeare: The Complete Works
(Oxford: Oxford UP 1988)를 이용하였다.


31] 참고로 『쉑스피어희곡선』에
수록된 작품과 역자는 『로미오와 줄리에트』(김해균), 『햄리트』(주종길), 『마크베스』(백락민),
『리어왕』(장청현), 『오셀로』(박시환), 『베니스의 상인』(박시환),
『헨리 4세』(박시환),
『열두번째 밤』(주종길),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장청현)이다.


32] 『북한정보총람2000』
495면.


33] 신형기·오성호 『북한문학사: 항일 혁명 문학에서 주체 문학까지』(평민사
2000) 59면.




Abstract


Shakespeare
in North Korea


Kyonghee
Choi · Yumi Hong



This
paper explores how Shakespeare has been received in North Korea
by examining North Korean translations of Shakespeare's plays and
some critical comments on Shakespeare. In North Korea, Shakespeare
is regarded as the representative writer who embodied the spirit
of his age. Shakespeare's greatness is generally acknowledged, and
hs has been evaluated as 'the playwright of the people' who always
took people's side, as a great realist, and as a moralist who supported
the goodness by showing the achievement of the 'poetic justice'
in his plays. After the emergence of Ju-che theory, North Korean
discussions of Shakespeare have been trying to prove the superiority
of Ju-che theory to the Marxist criticism and draw more attention
to the limitations of Shakespeare's class consciousness. Besides,
main discussions are focused on the ideas and themes of Shakespeare's
plays, excluding any consideration of Shakespeare's language or
structures of his plays. Whereas the critical comments on Shakespeare
and his plays stem from 'the one perspective' and 'the one right
interpretation of Shakespeare' based on Marxist criticism and Ju-che
theory, the ideological differences between two Koreas are not remarkable
as far as translation is concerned, which gives us a hope to find
a common ground between ideologically sparated two Koreas.



『안과밖
11』 (2001) : 37-58.



필자
최경희 선생님은 현재
이화여대 강사이며, 박사논문으로 「연극의 정치학: 셰익스피어의 후기 사극연구」(1996)가
있다.
필자 홍유미 선생님은
명지대 조교수로 재직중이며, 최근 저서로 『셰익스피어 1』(199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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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하
200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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