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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연재기사 및 시사저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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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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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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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ses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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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에 실린 번역평가 관련기사입니다. 연구책임자인 김영희 선생님의 인터뷰가 같이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일보의 번역평가 연재 2회-4회를 올립니다. 아래에 연재 1회 총평 기사는 올라 있습니다. 나머지 5-8회 기사도 연재가 완료되면 묶어서 한꺼번에 올리겠습니다.

========== 시사저널

틀리거나 베끼거나 영미 문학 `엉터리 번역`

영․미 고전 문학 ꡐ만신창이ꡑ 번역 실태…추천 가능한 책 겨우 11%

ꡒ영문학과 인연이 먼 일반 독자를 상대로, 또 그것이 무대 위에서 연출될 것을 예상하면서, 셰익스피어 원문의, 다만 의미를 번역할 뿐만 아니라 그 문체의 아름다움과 힘과, 무엇보다도 자주 나오는 언어 유희를 그대로 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ꡓ

역대 셰익스피어 번역자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영문학자 고 최재서 교수가 1954년 희곡 <햄>을 번역하면서 남긴 말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ꡐ까다로운 셰익스피어의 원문을 매우 충실하고도 정확하게 옮긴 번역으로서, 문맥을 잘못 이해한 중대한 오역은 말할 것도 없고 소소한 오역조차도 찾기 힘든ꡑ 거의 완벽한 번역본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국내 외국 문학 번역 시장에서 이처럼 완벽한 ꡐ작품ꡑ을 만나기란 무척 힘들다. 영미문학연구회(공동대표 오민석․서강목) 번역평가사업단이 국내에 소개된 영․미의 대표적 문학 작품 36편에 대한 번역본 5백73종을 분석한 결과는 참담하다. 전체 검토본의 54%(3백10종)가 남의 번역본을 완전히 표절하거나 적당히 윤색만 거친 것으로 드러났다.

번역본 반 이상이 표절이거나 윤색

검토본 가운데 겨우 11%(61종)만이 추천 가능한 번역본으로 선정되었다. <로빈슨 크루소> <오만과 편견> <위대한 유산> <모비딕> <무기여 잘 있거라> <허클베리 핀의 모험> <호밀밭의 파수꾼> 등 열세 작품은 추천할 만한 번역본이 아예 한 종도 없었다.

이런 충격적인 내용은 번역평가사업단이 최근 공개한 ꡐ영미 고전문학 번역 평가 사업ꡑ 최종 보고서에 실려 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3월 <오만과 편견> 번역본에 대한 ꡐ샘플 평가ꡑ(<시사저널> 제699호 참조)를 공개한 지 1년 만에 나온 최종 결과이다. 김영희 교수(과학기술원․영문학)를 비롯해, 설준규 송승철 윤지관 오민석 서홍원 오길영 등 영문학 연구자 44명이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광복 이후 지난해 7월까지 남한에서 발간된 영․미 문학 고전들을 샅샅이 분석한 결과물이다. 그동안 국내의 번역 실태를 꼬집는 글은 많았지만, 이처럼 집단적이고 체계적인 분석 결과물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조사 대상에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비롯해 <실낙원> <테스> <폭풍의 언덕> 등 영국 문학 고전 22종과 <무기여 잘 있거라> <모비딕> <분노의 포도>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 미국 문학 대표작 14종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 완벽한 별 셋(★★★)을 받은 번역서는 최재서 역 <햄>(연희춘추사, 1954년) 김진만 역 <캔터베리 이야기>(정음사, 1963년) 이상옥 역 <젊은 예술가의 초상> (박영사, 1976년) 김영희 역 <토박이>(한길사 1981년, 창비 1993년), 김진경 역 <도둑맞은 편지>(문학과지성사, 1997년) 등 모두 여섯 권이다.

<도둑맞은 편지>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은 최근 번역된 판본 가운데 가장 우수한 것으로 뽑혔다. 번역평가사업단은 ꡒ문장이 자연스러우며, 작품 이해에 장애를 초래하는 오역이나 부적절한 번역은 거의 없고 소소한 오류들이 가끔 눈에 띄는 정도다ꡓ라고 평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햄릿> <리어왕> 등 셰익스피어 희곡이나 밀턴의 <실낙원>처럼 시로 된 작품의 번역은 그 중 낫다는 점이다. 셰익스피어 희곡 네 편의 번역본 가운데 비표절본의 경우는 43~56% 정도가 추천할 만한 번역본으로 집계되었으며, <실낙원>과 <캔터베리 이야기>도 번역본의 절반 이상이 양호한 편이었다. 장르의 특성상 전문가들이 주로 번역에 참여한 덕분이다.

반면 비교적 문장이 쉬운 근․현대 문학 작품의 번역 상태는 실로 엉망이다. 특히 소설의 경우 추천할 만한 번역서는 전체 대상본의 6%에 불과하다. 미국의 현대 작가 중에서 국내에 가장 널리 알려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에 대한 번역 실태를 살펴보자.

이 작품은 장편소설치고 그리 길지 않은 데다가, 헤밍웨이의 문체가 간명하고 건조해 읽기 쉽고 번역하기도 쉽다고 알려져 있어 번역서가 무척 많다. 1957년 김병철 본(동아출판사)이 처음 나온 이래 현재까지 모두 93종이 쏟아졌다. 번역평가사업단은 이 중 확인 가능한 38종을 대상으로 평가 작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추천할 만한 번역본이 한 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전체 검토본의 66%(25종)는 표절본이었다.

오역 사례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가장 흔한 사례는 대충 요지만 전달하고 생략해버린 경우. 김병철 본은 ꡐthe water was clear and swiftly moving and blue in the channelsꡑ를 ꡐ강물은 맑고 흐름이 빨랐다ꡑ고 옮겼다. ꡐ물길에서는ꡑ이라는 뜻의 ꡐin the channelsꡑ 부분이 번역에서 누락되었다. ꡐ강이 말라서 강바닥이 많이 드러나 있지만 물길에서는 물이 맑고 빠르게 흘렀으며 푸른빛이었다ꡑ는 맥락으로 쓰여진 원문이 ꡐ물길에서는ꡑ이라는 대목이 빠짐으로써 강이 말랐다는 이야기와 앞뒤가 안 맞게끔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오역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이가형 본(고려출판사 1979년)은 ꡐwhen I was out where the oak forest had beenꡑ을 ꡐ참나무 숲 근방에 나갔는데ꡑ로 옮겼다. 하지만 이 대목 앞에는 이미 참나무 숲이 사라지고 없었다는 언급이 있다. ꡐ참나무 숲이 있던 곳에 나갔는데ꡑ라고 옮겨야 했을 부분이다. 또한 ꡐthe bare wet autumn countryꡑ는 ꡐ노출된 축축한 가을의 시골 풍경ꡑ이라고 번역했지만, ꡐ헐벗고 젖은~ꡑ으로 옮겨야 적당하다. 이렇게 대부분의 오역본에는 우리말 문장이 비문이거나 단어 선택이 어색한 대목이 많다.

심지어는 ꡐsix months gone with childꡑ를 ꡐ임신 칠개월ꡑ(ꡐ임신 육개월ꡑ의 오역)이라고 옮겨놓고, ꡐonly seven thousand died of it in the armyꡑ를 ꡐ자그만치 칠천명의 군대가 희생을 당했다ꡑ(ꡐ군대에서 겨우 칠천 명만 죽었다ꡑ의 오역)라고 번역한 책도 버젓이 시중에 유통되었다.

학술 업적으로 인정 안돼 엉터리 번역 범람

이렇게 엉터리 번역본이 끊임없이 출간되는 이유는 번역 경시 풍조와 관련이 깊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번역이 학술 업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전 번역을 기피하고 아마추어 번역가들이 대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중에는 유명 학자가 이름만 빌려주고,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 번역한 뒤 제대로 된 감수도 없이 펴낸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원로 영문학자 김진만 교수의 번역으로 1963년 정음사에서 첫 번역본이 나왔다. 김진만 본은 원문 이해, 문학적 의미 재생, 번역본 전체에 일관된 번역 원칙 등 모든 면에서 대단히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은 번역본이다. 그런데 동일한 번역자의 이름으로 문공사(자이언트문고본, 1982년)에서 나온 번역본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제와 오역을 안고 있다. 번역평가팀은 ꡒ이러한 오역본이 제대로 된 훌륭한 번역본을 만든 번역자와 동일한 이름으로 통용될 수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여겨진다ꡓ라고 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올해 말 단행본으로 나올 예정이다. 영미문학연구회는 이번 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작품을 대상으로 2차 번역평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ꡒ번역 비평 활성화해야ꡓ

>> 번역평가사업 책임자 김영희 교수 인터뷰

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의 이번 연구를 책임진 김영희 교수(47․과학기술원)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김교수는 현재 영국에 체류하고 있다.

추천할 만한 번역본이 전체 검토본의 11%(비표절본의 23%)에 불과하다. 결과에 대한 소감은?

솔직히 착잡하다. 동학들 중에는 추천본이 이보다 훨씬 적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분들이 많다. 사실 표절본을 제외한 전체 평균만 보면 상황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물론 대중성 높은 소설의 경우, 추천본이 열 권 중 한 권꼴로밖에 나오지 않은 것은 문제다.

ꡐ너무 가혹하다ꡑ는 의견도 있을 것 같은데, 텍스트 평가의 기준은 무엇이었나?
결과를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충실성과 가독성이라는 번역본의 기본 요건에 국한해서 평가했다. 원문 대조를 통해 판본마다 일일이 확인했고, 누가 보더라도 정확한 영문 번역과 한국어 구사가 된 번역을 추천하고자 했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위해 팀 단위 작업, 상호 검토, 전체 검토, 합의에 의한 최종 평점 부여 등 몇 번의 절차를 거쳤다.

엉터리 번역이 판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번역자의 자질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번역에 최선을 다하기 힘들게 만드는 구조적 요건들이 더 심각한 문제다. 작품 번역을 제대로 하자면 시간과 품이 많이 들지만, 보상은 무척 미약하다. 또 좋은 번역본이 나와도 많은 번역본들 사이에 묻혀버리고, 표절본을 내고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상황이 번역 풍토 개선을 더디게 만들었다고 본다.

희곡이나 시 등 고전에 비해 번역이 평이할 것 같은 근․현대 소설의 번역 실태가 더 엉망인 이유는 뭔가?

질문에 답이 있는 것 같다. 셰익스피어와 밀턴의 번역이 상대적으로 나은 것은 장르 특성상 전문가들이 주로 번역에 참여한 덕분이 아닌가 한다. 이에 비해 좀더 대중적인 소설 번역에는 다양한 사람이 역자로 나섰기 때문에 편차가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전문 연구자가 최선의 번역자라는 말은 아니지만, 문학 작품 번역에는 단순한 언어 능력 이상으로 원전에 대한 식견과 이해가 필수이다.

번역 풍토를 개선할 만한 대안은 뭔가?

실은,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번역 평가하는 시간에 직접 번역을 하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느냐는 말도 더러 들었다. 그러나 좋은 번역이 나와도 그것이 실제로 많은 독자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별 의미가 없다. 현재로서는 이를 보장할 방책이 별로 없다. 따라서 번역물에 대한 평가와 비평이 활성화하는 것은, 좋은 번역물 생산이나 번역 풍토 개선에 필수이다. 우리의 작업이 작지만 튼튼한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2004/02/26 748 호 ]


============= 한국일보 연재 [번역,이것이 문제다] <2> 토머스 하디의 '테스'

어떤 학자는 고전(古典)을 ꡒ유명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ꡓ이라고 정의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일리 있는 지적이다. 토머스 하디의 ꡐ테스ꡑ는 고전 치고는 대중성이 높은 책이다.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소설의 내용을 대충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읽고 감명 받은 독자가 상당할 것이고, 나스타샤 킨스키가 출연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ꡐ테스ꡑ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혹시 순정하고 가련한 처녀 테스가 돈 많은 악한 알렉에게 정조를 빼앗기고, 진정 사랑했던 클레어와 결혼한 첫날 밤 순진하게 과거를 고백한 탓에 결혼이 파탄에 이르고 마침내 살인을 저지르는 통속극 쯤으로 기억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실 이 작품에서 알렉의 성격은 상당히 복잡하고 테스와 알렉의 관계도 일방적인 정조유린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또한 이 ꡐ순결한 처녀ꡑ는 성 문제에 상당히 솔직한 모습을 보인다. 작가는 당대의 보수적 분위기에 반해서 이런 미묘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고심했고, 그 결과 이 작품은 여러 번 수정을 거쳐 지금의 형태로 출간됐다.

굳이 이 말을 하는 것은 ꡐ테스ꡑ의 번역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까다로운 대목들의 의미를 놓치는 경우 뜻하지 않게 통속극이 돼버리기 쉽다.

ꡐ테스ꡑ는 1956년 한국출판사에서 맹후빈 역으로 ꡐ테스(순결한 여인)ꡑ가 나온 이후 지난해 7월까지 140여 곳에서 번역 출간됐다. 역자 수는 69명이다. 이중에서 수집 가능한 53종을 입수해 일일이 대조한 결과 40% 정도가 표절본으로 판명됐다.

원작을 대폭 축소한 다이제스트판도 40% 가까이 된다. 독자번역으로 판단된 역본은 전체 번역의 20%가 조금 넘는 12종으로 집계됐다.

표절의 원본이 된 번역본이 오역의 비중이 적지 않은데다, 표절본은 이것을 약간 수정하면서 베낀 수준이고, 이 수정된 표절본을 다시 표절한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ꡐ테스ꡑ는 번역본이 난립하고, 질 낮은 표절본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번역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됐다.

집중검토 대상이 된 12권 가운데 맹후빈 정병조 김보원 번역에 대해서만 언급하겠다. 맹후빈 역본은 초역임에도 불구하고 문장 구사가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어 읽기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꼼꼼히 검토해 보면 세부 정확도가 떨어지는 오역이 제법 발견된다. 그리고 50년대 번역인 탓에 옛날식 어법이 지금 독자에게는 낯설어 보일 수도 있다.

정병조 역 ꡐ테스ꡑ는 여러 곳에서 출간됐다. 전반적으로 꼼꼼한 번역이라 당시 출간된 다른 번역본에 비해 상당히 안정감 있고 고른 수준을 보여준다.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으나 상황을 심도 있게 전달해야 할 부분에서 오류가 보인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김보원 역 ꡐ테스ꡑ(서울대출판부)는 기존 출간본을 꼼꼼히 참조해 잘못된 부분을 수정했다. 특히 정확하고 세련된 우리말 구사로 의미가 분명하고 문장이 감칠 맛 난다.

번역 평가를 하면서 좋은 번역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노력과 실패를 자양분으로 삼는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았다. / 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 입력시간 : 2004/02/22 18:07

==============[번역, 이것이 문제다] <3> <젊은 예술가의 초상>

英美문학 번역 실태
작가의 변화무상한 문체 못좇아가는 번역본 다수

ꡐ젊은 예술가의 초상ꡑ은 아일랜드 출신 현대 소설가인 제임스 조이스가 유년기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유럽으로 떠나기까지 정신적 성장 과정을 다룬 자화상격인 소설이다. 주인공 스티븐 데덜러스가 작가로서 소명의식을 깨닫게 되는 것이 중심 주제이다.

조이스의 눈에 비친 20세기 초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와 로마 가톨릭 종교 때문에 정신적으로 피폐한 나라였다. 작품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정신을 옭아매는 세 개의 그물을 ꡐ민족의식ꡑ ꡐ언어ꡑ ꡐ종교ꡑ라며 이를 극복하겠다고 다짐한다. 내용도 이 세 그물을 극복해내는 과정이 중심이다.

따라서 ꡐ젊은 예술가의 초상ꡑ을 번역할 때는 아일랜드 역사와 당시 식민지 아일랜드의 정치 상황, 자국어가 아닌 영어를 사용하면서 벌어지는 문제, 그리고 아일랜드 국교인 가톨릭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신부가 되는 대신 예술가를 성직으로 삼았던 조이스가 가톨릭 종교어를 문학어로 변형해 사용한 점도 지나쳐버릴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조이스 작품 번역의 가장 큰 난관은 그의 자유로운 문체, 섬세한 언어 구사를 어떻게 우리말로 전환하는가 하는 점이다.

국내에서 출간된 역서의 종류는 총 13종. 이중 표절본으로 보이는 3권을 제외하면 실제 번역은 10종이다. 초역은 1958년 동아출판사에서 나온 여석기 역서이며 가장 최근에는 2002년 민음사에서 새로 번역된 이상옥 역서이다.

ꡐ젊은 예술가의 초상ꡑ의 번역은 국내 영문학 연구사와 거의 행보를 같이 하기 때문에 시대별로 달라지는 국어 용어나 표기법, 출판사의 조판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 언어와 표기법을 현대식으로 바꿔 2002년에 출간된 이상옥 역서 개정판은 원전의 언어 뉘앙스, 리듬, 어조를 배려해 어휘 선택에 고심하며 섬세하게 한국어로 살려냈다. 아울러 각주에서 작품 이해에 필요한 지식뿐 아니라 어려운 문구를 자세히 설명했다.

김종건 역본은 작가의 문체와 수사법을 우리말로 바꾸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영문학계에 이름난 조이스 전문가의 역서여서 각주가 정확하고 상세하다. 유령 역본 또한 원문에 대한 꼼꼼한 연구가 바탕이 된 학구적인 번역이며 각주도 정교하다. 그러나 이 역서의 진가는 가톨릭 종교 용어와 교회 용어를 그에 상응하는 한국어로 빠짐없이 바꾼 데 있다.

나영균 번역의 특징은 여성적인 고아한 언어 구사이다. 서구 모더니즘에서 대단히 남성적인 작가로 인식돼온 조이스 작품을 곱고 단아한 언어로 표현해 편안한 느낌으로 조이스를 대할 수 있게 했다. 홍덕선 역서는 언어 구사가 가장 현대적이며 경쾌하고 발랄한 어조로 원문이 지닌 작품 분위기를 잘 연출해냈다. 각주도 상세하다.

ꡐ젊은 예술가의 초상ꡑ의 번역은 반세기에 걸쳐 다져진 만큼 원전에 대한 정확한 의미 파악과 가독성에서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시로 급변하는 조이스의 다채로운 문체를 그에 상응하는 문체로 완벽하게 옮기지 못한 점은 모든 번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한계이다. 또한 미숙한 번역의 경우 직역 어투, 부자연하거나 원어에 상응하지 않는 부정확한 역어 사용, 작품과 원문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 주로 지적됐다. <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 입력시간 : 2004/02/29 19:25

============= [번역, 이것이 문제다] <4>셰익스피어 '햄릿'


까다로운 '운문' 두루뭉술 옮겨
전공학자 번역본 비교적 충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대사가 르네상스 시대 영국 최고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햄릿’에 나온다는 건 웬만한 사람은 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가운데 하나인 ‘햄릿’은 세계적인 비평의 대상이며 가장 자주 무대에 오르는 희곡이다. 그만큼 대중적 영향력이 큰 초특급 인기작이다.

‘햄릿’의 인기와 함께, 실제로 작품에 그렇게 그려졌는가 하는 문제와는 별도로 흔히 나약한 지식인을 가리키는 ‘햄릿형 인간’(이와 대비되는 유형이 ‘돈키호테형 인간’) 역시 친숙하다.

이 말은 숙부 클로디어스가 형을 독살하고 왕위를 찬탈한 뒤, 어머니 거르투르드와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 된 햄릿 왕자가 복수하고 죽는 과정에서 보여준 지적인 회의와 고뇌에 찬 모습을 각별히 부각한 것이다. 19세기 낭만주의 작품 해석에 힘입은 바 크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간된 완역 단행본 ‘햄릿’은 1923년 현철의 ‘하믈레트’(박문서관 발행)이다. 해방 이후 설정식 최재서 역본을 비롯해 현재까지 59명이 160여 판본을 내놓았다. 이 중 101개 판본(번역자 35명)을 대상으로 중복출판, 번안소설의 경우를 뺀 나머지

31종을 검토한 결과 13종(42%)이 표절본으로 드러났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출간된 ‘대입 논술 대비용’ 역본이 거의 다 표절본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표절본을 제외한 18종 가운데 최재서 김재남 이경식 여석기 신정옥 최종철 김종환의 역본 등 추천할 만한 것이 10종으로 절반이 넘었다.

셰익스피어의 원문이 대부분 운문인데다 복잡미묘한 언어의 맛을 살려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옮겨내기 어려워 전공 학자들이 아니라면 섣불리 번역을 시도할 수 없는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추천할 만한 역본 중에서도 1954년에 출간된 최재서의 ‘햄??’은 단연 돋보인다.

번역이 충실하고 읽기 좋을 뿐 아니라, 중의어 같이 거의 번역 불가능한 언어유희까지 특별한 방법으로 살려내려고 노력했다.‘햄릿’을 우리말로 옮길 때 충실한 번역이 되기 위해서는 대강 뜻만 전달해서는 곤란하다.

가령 1막 2장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고통스러워 하는 햄릿에게 어머니 거르투르드가 인간사에 흔한 죽음이 “어째서 네게는 유별나게 보이느냐?”고 묻자, 햄릿은 그렇게 ‘보이는(seems)’ 것이 아니라 ‘사실이 그러하며(is)’ 자신은 보이는 체하는 것을 모른다고 대답하는 부분이 나온다.

‘seems’와 ‘is’가 대비되는 햄릿의 이 대사는 ‘외양’과 ‘실재’의 차이라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중요한 주제이며 향후 햄릿의 행동방식과도 상관이 있는 의미심장한 대목이어서 특별히 세심한 번역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러 번역본들이 이런 대비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대강 뜻만 옮겨놓았다. “그렇게 보이든 안 보이든, 그건 제가 알 바 아닙니다”라는 식으로 오역해 햄릿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해주지도 못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의 진면목을 드러내주려면 공연대본으로도 적절하고, 읽는 시로도 휼륭한 작품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번역이 많이 나와야겠다. /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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