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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평가 관련기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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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esk

작성일자

2003-03-08

이메일

inoutsesk@yahoo.co.kr

조회

3241


출처: 한겨레
편집 2003.03.07(금) 20:44

<기사1>

평가팀장 김영희 교수 인터뷰

"번역문화 바꿀 계기됐으면"


“결과가 너무 예상 밖이어서 이걸 공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이번 ‘샘플 평가’를 지휘한 김영희(46) 번역평가사업팀장은 “우리 번역 풍토를 일신하려면 부끄럽고 한심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공개를 결심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 샘플 평가 결과가 완전한 것은 아니며 최종 결과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토를 달았다.

“사실 그 동안 우리 번역 문화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간간이 있긴 했지만, 이 작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믿고 추천할 만한 좋은 번역본을 추려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어요. 그 기대가 완전히 무너진 거죠. 이번 일을 계기로 하여 좋은 번역과 나쁜 번역을 가려내는 엄정한 토론과 평가의 관행이 세워졌으면 합니다.”

영미문학계에서 비교적 젊은 학자들로 구성된 영미문학연구회가 번역 평가를 기획한 것은 2000년께였다. 김 팀장은 지난해 학술진흥재단이 4억여원의 돈을 지원해줌으로써 이 기획이 실행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번역평가팀에는 모두 44명의 소장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38종의 영미 고전문학 작품의 번역본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평가에 엄정을 기하기 위해 번역본당 최소 2명이 따로 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놓고 팀 차원의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에 결과를 발표한 <오만과 편견>은 이런 절차에 따라 맨 먼저 해본 것이고요.”

이들이 검토중인 작품은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밀턴의 <실낙원>, 하디의 <테스>, 멜빌의 <백경>,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고전들이다.

김 팀장은 이들의 번역본은 해방 이후 나온 것만 한 종당 10종에서 많게는 100여종까지 모두 1500여종에 이른다고 밝혔다. 평가팀은 이 번역본들에 대한 평가 작업을 올 10월까지 끝내고 내년 초에는 요약본을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부실 번역 양산은 왜곡된 정보를 낳고, 그것은 결국 학문적·문화적 부실공사로 이어집니다. 고전문학뿐 아니라 지금 우리 번역 전반의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입니다.

전문적이고 유능한 번역자가 부족할 뿐더라 번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또 열악한 출판현실이 번역의 부실화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이 평가작업이 그런 번역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
<기사2>
제목: 믿고 추천할 번역본, 단 1종도 없다


영이문학연구회 번역소설 '오만과 편견'21종 샘플평가


우리 출판 문화에서 번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국제적 정보 교류가 많아질수록 번역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진다. 하지만 우리 번역 풍토는 번역이 지닌 중요성을 전혀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고, 그 실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미문학연구회(공동대표 전수용·윤지관) 산하 번역평가사업팀(팀장 김영희 한국과학기술대 교수)이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영미 고전문학 번역평가 사업의 ‘샘플 평가’가 나와 주목을 끈다.

이들이 내놓은 보고서는 우리 번역 실태가 얼마나 낙후한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주


번역평가사업팀이 ‘샘플 평가’ 대상으로 삼은 작품은 영국의 여성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다. 샘플 평가에 참여한 3명의 연구자가 1958년 정음사에서 출간된 오화섭 번역본 이래 최근까지 나온 34종의 번역본 가운데 중복 출판된 것을 빼고 모두 21종을 검토 대상으로 삼았다.

이 21종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번역 실태는 한심하다 못해 참담할 정도다.

우선, 21종 가운데 원작의 작품성을 살려낸, 믿고 추천할 만한 번역서는 단 한 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마저 제 힘으로 번역한 것은 7종에 지나지 않았다. 21종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14종이 앞선 번역본의 오류를 그대로 안은 표절본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평가팀은 “이 번역본들 가운데 가장 잘된 것조차 겨우 줄거리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을 뿐, 가독성과 작품이해도에서 크게 미흡했으며, 나머지 번역서들은 원작에 대한 충실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정확성이 매우 부족해 거의 신뢰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번역이 얼마나 불충실하고 가독성이 없는지는 개중 낫다는 박진석 번역본(을유문화사 펴냄, 1988)의 문장 하나만 보아도 가감없이 드러난다.

“당신의 기분을 해칠 만한 감정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필연성에 놓인 것을 그저 안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도무지 무슨 뜻인지 전달이 안 되는 이 부적절한 문장을 우리말답게 옮겨보면 이렇게 된다.

“제 입장에서 설명을 드리다 보면 불가피하게 당신이 불쾌해하실 감정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베넷 부인은 빙리와 반 시간 동안이나 그 이야기만 했다”고 옮겨야 할 것을 “베넷 부인은 반 시간 동안이나 빙리에게 별 다른 이야기는 못했다”로 옮겨 뜻을 정반대로 바꿔놓은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식의 엉터리 번역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오화섭 번역본의 경우, 원본에 충실하게 번역하려고 한 노력이 엿보이고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는 편이지만, 정확도가 높지 못해 한 쪽당 2~5개 정도의 오역이나 부정확한 번역이 계속 발견됐다고 평가팀은 지적했다.

일례로, 작품의 서두 부분인 첫 5개 장(12쪽 분량)을 살펴보면, 정확성에 문제가 있는 번역이 34곳이며 이 중 명백한 오역은 13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화섭 번역본은 이후 여러 표절본의 원본 노릇을 해 그 번역상의 오류가 그대로 이어졌다고 평가팀은 밝혔다.

그러나 박진석 번역본과 오화섭 번역본은 다른 번역본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편이다. 고석구 번역본은 원문의 상황을 대충 짐작하고 이에 기초해 문장구조를 자의적으로 바꾸고, 원문에 없는 말을 덧붙이거나 빼버렸다. 또 오역도 적지 않으며 까다로운 부분은 종종 생략하거나 적당히 얼버무렸다.

평가팀은 “번역인지 각색인지 아니면 순수 창작인지 구분이 힘든 대목이 적지 않았으며, 때로는 창작 수준의 첨가를 하면서 원문의 취지와 정반대의 뜻을 담은 곳도 있다”고 밝혔다.

권영희 번역본은 원본에 충실하려고 한 다른 번역본들에 비해 오히려 자연스럽고 적확한 단어를 구사한 곳도 간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오역이 많고 정확성이 너무 떨어져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가팀은 “이 번역본의 첫 부분부터가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번역임이 드러난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수원 번역본도 “텍스트의 분위기를 대충 이해하고 여기에 기초해 자신의 해석을 적당히 첨가하거나 까다로운 부분은 생략함으로써 개별 인물들의 특징이나 상황의 미묘함, 특히 제인 오스틴 특유의 아이러니 전달에는 거의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어떤 부분에서는 “번역문이 오역과 누락이 겹친 탓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지적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정성환 번역본은 “원문을 직역투로 번역한 어색한 문장이 많아 잘 읽히지 않을 뿐더러 우리말 문장이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원문에 복잡한 문장이나 구문이 나오면 이를 번역한 우리말 문장은 어김없이 부적절하고 어색해지며, 심지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비문이 속출한다는 끔찍한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정은경 번역본은 표절 혐의가 있는데다, 원문의 상당 부분을 빼먹음으로써 번역사로서의 충실도와 신뢰성에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남순우·김광훈·김기실 등의 번역본은 대부분 오화섭 번역본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해 원본의 오류를 그대로 안고 있는데다, 베끼는 과정에서 실수를 범해 오류가 더 커진 경우조차 있었다고 평가팀은 밝혔다. 샘플 평가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기 때문에 곧바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 결과만 놓고 보면 번역의 잘못과는 별도로 표절의 문제가 번역문화의 심각한 질병인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오만과 편견>의 번역본 현황과 평가

옮긴이 출판사(출간연도) 평가


1.박진석 을유문화사(1988) 신뢰성이 낮은 편이고 번역본만으로 원작을 이해하기에는 매우 미흡한 번역

2.오화섭 정음사(1958, 1981)·삼중당문고(1975)·범우사(1976, 2001) 번역의 신뢰성이 부족해 안심하고 추천하기 힘든 번역

3.고석구 휘문출판사(1974, 1983)·향문(1974) 생략과 누락, 첨가가 빈번해 신뢰성이 거의 없는 번역

4.권영희 문화광장(1990) 전체적으로 오역이 많고 정확성이 너무 떨어져 신뢰하기 힘든 번역

5.이수원 일신서적(1993) 생략과 첨가가 많고 서지정보도 없어 신뢰성이 아주 낮은 번역

6.정성환 금성출판사(1987, 1992)·중앙문화사(1987, 1992) 원문에 대한 충실성, 우리말 구사력, 문학적 이해도에서 모두 상당한 결함을 안은 부실한 번역

7.정은경 청목(1996) 많은 부분 오화섭 번역본(정음사 펴냄)을 베낀데다, 신뢰성도 아주 낮은 번역

8.남순우 혜원출판사(1993, 2002) 범우사판 오화섭 번역본을 거의 그대로 베낀 표절본

9.김광훈 풀잎문학(1996) 정음사판 오화섭 번역본을 ‘상당 부분’ 베낀데다 중요 구절과 문장을 누락시켜 충실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번역

10.김기실 길한문화사(1983)·배제서관(1994) 정음사판 오화섭 번역본을 거의 그대로 베낀 표절본

11.김문하 홍신문화사(1992, 2002) 오화섭 번역본을 사실상 표절한 것

12.김병걸 지성출판사(1981, 1982) 정음사판 오화섭 번역본을 표절한데다, 잘못 베껴 의미 왜곡을 초래한 편집상의 실수도 있음

13.성기조 신원문화사(1993, 2000) 오화섭 번역본을 전반부는 상당 부분, 후반부는 거의 전부 표절한데다 누락의 빈도도 매우 높은 표절본

14.신현철 지원북클럽(1997)·움직이는책(1999) 금성출판사판 정성환 번역본을 거의 대부분 표절하고, 베끼는 과정에서 일부 누락

15.오정환 삼성출판사(1969, 1976) 오화섭 번역본을 상당 부분 그대로 베끼고, 일부 수정한 곳이 오히려 개악인 경우도 있음

16.이상조 정암(1983, 1992) 정음사판 오화섭 번역본을 99% 똑같이 베낀 완전한 표절본

17.이효상·이승제 동서문화사(1987)·학원출판공사(1989, 1993) 정음사판 오화섭 번역본을 거의 그대로 베낀 완전한 표절본

18.정홍택 소담출판사(2002) 정음사판 오화섭 번역본을 거의 그대로 베낀 표절본

19.호암출판사 편집부 호암출판사(1991) 정음사판 오화섭 번역본을 가필·수정한 표절본

20.홍건식 삼성기획(1989)·육문사(1995, 2000) 을유문화사판 박진석 번역본을 거의 그대로 베낀 표절본

21.황종호 하서(2001) 정음사판 오화섭 번역본을 거의 그대로 베낀 표절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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