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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백석과 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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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길영

작성일자

2008-07-20

이메일

조회

2711


유진의 동네 도서관에는 약간의 한국책들이 들어와 있다. 거기에는 장석주가 쓴 [이 사람을 보라]라는 책도 들어와 있어, 우연히 들춰보게 되었다. 범상치 않은 삶을 산, 우리시대의 주목할 만한 인물들 40명에 대한 인물평이다. 시인으로는 백석, 기형도, 김관식 등이 소개되어 있다. 거기 소개된 백석의 아래 시를 따라 읽으며 마음이 짠해졌다. 백석은 1912년생이고 아래 시는 1948년에 발표되었다. 36세때 발표한 시이다.

찬찬히 읽으면서 좋은 시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한다. 시인의 마음처럼, 요즘 나도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내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가 더 와닿는다. 그러다보면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든다. 그리고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런 시인의 마음에 내 마음을 포개본다. 귀국하면 전에 사놓고 제대로 읽지 못한 [백석시전집]을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南新義州 柳洞 朴時逢方)
- 남신의주 유동에 있는 박시봉 집에서-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어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여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내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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