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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첨부
작성자

오길영

작성일자

2008-09-22

이메일

조회

2086


소설가 한강의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를 다시 읽는다.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와 그에 대한 단상들을 적은 책이다. 대개 나도 좋아하는 노래들을 그녀도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일순 반가웠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녀와 내가 얼추 동세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이렇게 적는다.

> "안치환의 <편지>를 처음 들은 것은 수유리의 서점에서였다. 찾아가면 늘 녹차를 주시고, 가끔 맛있는 저녁도 주시고, 체하면 손바닥에 쑥뜸을 떠주시고, 책을 펴놓고 사주도 봐주시던 주인 언니가 한동안 안치환의 [노스탤지어] 음반만 들었다. 여름 어느 날 서점 뒷방에서 엎드려 책을 읽다가, 이 노래 <편지>가 나올 때마다 잠깐 책을 덮어 놓곤 했던 기억이 난다. 안치환의 절절한 목소리를 좋아해서 가끔 틀어놓고 따라 부를 때가 있는데, 이 노래는 가만히, 숨죽이고 듣게 되는 노래다. 애잔하고 에달파서, 하던 일이 저절로 멈춰진다.

얼마전, 이십대 초중반의 후배들과 오십대 초반의 선생님 사이에 앉았던 적이 있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이런 거 이해못하죠?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어떤 남학생이 군대 간다고 하면, 몰래 그 남학생을 좋아하던 여학생이 저녁을 사준다고 그랬어요. 그래 둘이 밥을 먹으면서 뭐하냐면, 아무 얘기도 한 해요. 그러고는 여학생은 혼자 기다리는 거지. 기다린다는 말도 않고, 약속도 않고 그냥.'
후배들이 말했다.
'와, 정말 가슴 아프네요. 그런데 이해는 안되네요.'

그때의 마음이 요즘의 마음과 가장 다른 점은 어쩌면 시간의 감각일 거라는 생각을 그때 문득 했다. 오랜 시간이 고여 있는 마음 ... 기다림에, 부재에, 그리움에 익숙하던 시절에 자연스럽게 생겼던 마음. 차마 말 못할 마음. 차라리 말하지 않을 편이 나을 마음. 말하지 않아도 짐작되는 마음. 짐작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마음."

한강의 지적대로, 이 노래의 정서는 이메일이나 휴대폰의 정서가 아니라 꾹꾹 눌러 쓰던 편지의 정서,그래서 "오랜 시간이 고여 있는 마음"의 정서이다.

한동안 한강이 이 책에서 추천하는 노래들을 다시 들어보고 싶다.


> 편지
- 윤동주 시, 안치환 노래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은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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