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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편집주간이 드리는 글

작성자

강우성

작성일자

2009-01-02

이메일

kblake@naver.com

조회

8886




2009년 소띠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댁내 두루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안과밖] 25호를 책임지고 만든 편집주간으로서 지금까지 ‘자유게시판’과 ‘안과밖을 말한다’을 통해 벌어진 ‘논란’에 대해 해명과 호소를 겸해 몇 마디 덧붙이고자 합니다. 이 논란을 더 끌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 이미 그런 때도 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래 글은 주로 편집주간인 저 개인의 의견이고 때론 영미연 회원으로서의 심정도 있지만, <안과밖> 편집진 전체의 통일된 입장은 아니라는 것을 일단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유희석 회원의 문제제기에 대해 편집주간으로서 거든 짤막한 답변이 소실되는 바람에 좀 더 일찍 입장을 밝혔어야 옳았는데, 사태가 다소 예기치 않게 전개되기도 했고, 당시의 상황에서 답변하게 될 경우 ‘해명’ 이외의 문제제기를 하기가 어려웠던 사정도 있었습니다. 이제서야 올리는 것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이 글은 이 게시판에 실명, 익명으로 글을 올리신 분들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고 이곳에서 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 분들을 독자로 삼겠습니다. 우선 몇 사안들에 짧은 해명을 드리고 나서 유희석, 김명환 두 분의 문제제기에 대해 답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1. 편집위원 구성 및 필진 문제
유희석 회원이 다소 격하게 비판한 편집위원 구성의 절차 및 비상임위원 일괄 해촉에 대해서는 전임 편집주간들께서 어떤 식으로든 설명이 있으시리라 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제가 크게 거들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이제까지의 절차로 볼 때 편집위원은 편집주간이 편집위원 및 운영위원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운영위원회에서 승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는 점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유회원의 문제제기는 '절차'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잡지의 질이 절하되었다고 판단하는 걸로 봐서는, 현재의 편집위원회의 구성 및 체제에 마뜩찮은 점이 있고 이것이 <안과밖>의 '부실화'로 나타났다는 지적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부실해졌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있으리라 봅니다. 부실해졌다고 보시는 분들이 다수 일 수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편집위원을 했고 잡지의 방향에 여러 번 문제제기를 했으며 현재 편집주간의 일까지 떠맡은 저로서는 부실만이 아니라 <안과밖>의 '체질개선'으로 가는 실마리도 잡았다고도 판단합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젊은 연구자들에 대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점차 노쇠해지는 현재의 영미연 인적구성으로 볼 때 유회원이 기대하는 '수준'--이 '수준'이 어떤 것이며 기준은 무엇이고 과연 그런가도 논란이지만--을 유지하기란 힘들다고 봅니다. 물론 <안과밖>을 좀 더 대중적이고 외연이 확장되는 잡지로 만들면서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좋겠지만,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건 단순히 한 회의론자의 넋두리가 아닙니다. 저는 10년 후 영미연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영미연의 향방 및 <안과밖>의 성격과 관련해서 의식/무의식적으로 잠재되어 온 질문인, '동인지'로 갈 것이냐 '대중지'로 갈 것이냐하는 논쟁을 이제 시작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자택일의 문제는 결코 아니겠지만 이 토론은 꼭 해야만 한다고 판단하며, 만일 전자로 결론이 난다면 저는 편집주간의 일을 계속하기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곧 열릴 편집회의에서도 모종의 결론을 내릴 생각입니다만, 회원 분들께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 김명환, 유희석 회원에 대한 답변
우선, 이번 호 특집에서 학술대회 발표자의 한 분이었던 현직교사의 글이 빠진 것에 대해 책머리에서 거론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신 김명환 회원의 비판에 대해서는 일단 편집주간의 불찰이라고 생각하며 독자들에게 사과드립니다. 이 점은 지난 번 특집 필자의 편중문제를 지적하신 유희석 회원의 지적에 답변하면서 했던 심정과 대동소이합니다. 다만 변명삼아 덧붙이자면, 학술대회의 글을 특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편집위원들의 판단으로는 현직교사의 발표문이 학술대회 및 특집의 취지를 살리기에는 다소 어긋나며 이는 새로운 글을 청탁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보아 취한 조처입니다. 따라서 현직교사의 글이 실렸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취지가 다른 글을 구색 맞추기로 싣는 것보다는 빼는 것이 낫겠다고 본 것이지요. 다만, 이런 점까지 책머리에서 꼭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편집주간으로서 생각이 좀 짧았습니다. 특집 청탁을 따로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싣지 않은 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만일 학술대회준비위에서 그 분께 청탁시에 특집 구성여부에 대해 언급하셨다면 특집청탁을 하지 않은 것이 결례가 되었겠지만, 제가 알기론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우리시대의 비평' 꼭지에 실린 오길영 회원의 글에 대해 유, 김 두 분께서 꼭지 성격에의 부합 여부 및 편집진 내부의 상호점검체계의 부족을 질타하셨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이런 두 분의 문제제기는 주로 편집주간을 비롯한 편집진에 해당하는 것이고 오 회원 글 자체에 대한 '토론'과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로 인해 글에 대한 토론이 가능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졌다는 점도 분명한 것 같습니다. 유희석 회원은 결국 글이 문제고 글의 '기본' 운운한 비판과 편집진에 대한 비판 두 가지가 연결된 문제라고 말씀하시겠지만, 그렇다 해도 김명환 회원의 의견처럼 이미 글 자체에 대한 토론의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할 겁니다. 따라서 편집진에 대한 비판에 주로 답변하겠습니다)

꼭지의 성격과의 부합여부에 대해서는 저도 유희석 회원과 의견을 같이 합니다. 국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비평가의 한 사람이 외국이론들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들을 정리한 글이 이 꼭지에 실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21호부터 '새로 읽는 비평'에서 '우리시대의 비평'으로 성격을 바꾸면서 <안과밖>이 다루는 비평이론의 외연을 넓히자는 취지를 펼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서구의 이렇다 할 이론가들을 다루다가 김현이라는 국내비평가(그것도 불문학자이자 '문지'와 관련이 깊은)를 등장시킨 것이 다소 갑작스럽고 불편할 수는 있겠다 싶었습니다. 독자들에게 그런 점을 책머리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은 편집주간의 불찰이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질문에, 왜 영문학과 관련 없는 하필 김현인가, 내지는 왜 다른 사람이 아닌 김현인가,라는 질책도 포함되었다고 받아들였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이는 논쟁의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만 여기서 그런 논쟁을 벌이기는 힘들고, 다만 이 점에 대해서는 <안과밖>이 영문학 분야에만 국한되거나 영문학자만을 다루는 잡지라면 모를까 별도의 해명을 꼭 붙여야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만 피력하겠습니다.

반면, 유회원은 편집위원이 쓴 글에 대해서 더 엄격하지 못한 결과 '함량미달'의 글이 나왔다고 보면서 이런 '행태'를 편집진의 구조적 문제의 징후로 읽으신 듯합니다. '동료간 평가'의 부족이나 '패거리' 운운하신 것도 그런 걱정과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편집진의 구조적 문제라고 보신 것은 어느 정도 타당하기도 합니다. 현재의 <안과밖> 편집진은 강력하고 유능한 편집주간이 거의 모든 사안을 챙기면서 글의 방향까지 세세하게 논평을 해주던 편집회의 방식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그렇게 할 여력도 없습니다. 다만, 일단 편집위원인 이상 다른 필자와는 다르게 잡지의 취지와 꼭지의 방향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평가 역시 그런 상호 공감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정도의 공감대가 없다면 그리고 편집위원에게 그런 정도의 '특혜'도 주지 않는다면 <안과밖> 같은 잡지는 편집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편집진에서는 이번 글이 비판적 의견을 포함해 좀 더 균형 잡힌 의견들을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해당 비평(가)의 면모를 자세하게 소개하자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이 꼭지의 성격 상 큰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어쨌든 저는 바로 왜 이 글이 그렇게 문제가 되었을까, 이 글이 <안과밖>에 실릴 수 없을 정도로, 아니 이제껏 이 잡지에 실린 다른 글들에 비해 정말 '함량미달'인가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책임이 있다면 이는 마땅히 이런 식의 꼭지 자체를 구성한 편집주간에게 있지 필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여전히 초록이 동색이라고 느끼시거나 이것을 여전히 패거리의 징후로 읽으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유회원께 간곡하게 당부드리고 싶은 일은 아무리 논쟁을 촉발하려는 좋은 의도와 문제제기를 담았다 할지라도 그것을 '유구한 정서'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결국 논쟁이 아니라 '논란'이 되는 일이 잦다면 때로는 그냥 지켜보는 것도 영미연과 <안과밖>에 보시하는 길 아닐까하는 제 심정입니다.

3. 영미연의 향방과 <안과밖>의 진로
결국 두 분의 지적을 종합하니, 그리고 <창비>와 <문지>에 대한 언급 등 <25호> 잡지에 대한 평가와는 썩 관련이 없는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을 보니, 논란의 중심에 편집주간인 저와 편집위원회의 위상 및 잡지의 성격에 대한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95년 영미연 출범 때부터 남다른 애정을 기울였고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아 왔던 저로서도 언젠가는 이 문제가 표면화되어야 할 담론이라고 느껴왔고, 만시지탄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다행이라고 느낍니다. 성은애 회원이 지적하셨고 저도 앞서 지적했지만, 지금이야말로 <안과밖>의 진로와 영미연의 향방에 대해 그야말로 '계급장 떼고' 툭 털어놓고 허심탄회하게, 그러나 상처는 주지 않으면서 얘기할 때라고 판단합니다. <안과밖>을 6년여 동안 만들면서 요즘처럼 피로감을 느끼기는 처음이고 지금처럼 "내가 왜 이 잡지를 만들어야 하지?"라는 자괴감이 든 적도 없습니다.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정리되지 않는 한, 그리고 합의되지 않는 한, 다시 잡지를 만들 여력도, 또 누군가에게 수없이 전화를 걸어 청탁을 읍소하고 독촉하는 일도, 아무도 선뜻 원치 않는 편집위원 자리에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미친놈처럼 동분서주하는 일도, 큰 의미가 없을 듯합니다.

침묵하고 계신 독자 여러분, <안과밖>은 과연 어떤 잡지입니까? 여러분들께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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