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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만 위하는 정책’에 서민 등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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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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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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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만 위하는 정책’에 서민 등 돌려

2008 07/01 뉴스메이커 781호


대운하·감세·규제완화·민영화 등 대부분 대기업 친화적 태도

인간 만사는 새옹지마라고 하더니 세상 일이란 정말 알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이렇게 고전할 줄 누가 알았으랴. 대통령 지지율이 순식간에 10%대로 떨어졌는데, 100일밖에 안 된 신생 정부에 이 정도로 민심이반이 일어난 것은 참으로 믿기 어렵다. 민심이반의 1차적 원인은 물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다. 다른 나라와 동떨어진 헤픈 수입 개방을 결정하여 국민의 자존심을 손상시킨 점, 이것이 결정적 실수였다.

그러나 단지 쇠고기 문제 하나만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생각을 바꾼 것은 아닐 게다. 도덕성을 무시한 오만한 인사, 서민을 불안하게 하는 각종 정책도 문제의 배후에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경제 정책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보수 언론이 붙여준 노무현 대통령의 별명이 경포대였다.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는 의미다. 또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참여정부가 경제를 망쳤다는 선전이 그럴듯하게 국민에게 먹혀들었고, 그 반사이익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에서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잠자는 부동산 투기 뇌관 건드릴 것”
그런데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하고 집권한 새 정부가 국민이 신뢰할 만한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새 정부에 돌아오고 있다. 유가, 미국 경기 침체 등 외부 환경이 나쁜 것은 우리 손을 벗어난 일이니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문제는 앞으로 닥칠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정책 능력을 과연 새 정부가 갖고 있느냐 하는 의구심과, 이 정부는 결국 부자만 위할 뿐 중산층이나 서민은 안중에도 없는 게 아닌가 하는 불만이 민심이반의 배경이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은 한 번도 제대로 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아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책 책임자들이 말한 내용을 종합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방향이라고 짐작된다. ▲대운하로 대표되는 개발주의 ▲감세 및 작은 정부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 완화 ▲민영화 ▲한·미 FTA 추진 등 개방정책 ▲대기업친화적 태도 등이다.

불행하게도 대부분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양극화를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대운하로 상징되는 개발주의는 환경 파괴, 경제성 부족 등의 문제뿐 아니라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진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위험이 크다. 이렇게 되면 득을 볼 사람은 소수의 부동산 부자뿐이다. 얼마 전 18대 국회의 첫 법안 제출의 영예는 새벽 1시부터 기다린 한나라당의 이혜훈 의원에게 돌아갔다. 부지런한 것은 좋은데, 문제는 내용이다. 이 법안의 내용은 1가구 1주택자에게 종부세를 면제하자는 것으로, 종부세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1주택자와 2주택자 사이의 형평성도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의 2%도 안 되는 최고 부자에게 감세를 해주는 순간, 잠자는 부동산 투기의 뇌관을 건드리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 부동산 문제만큼 양극화를 심화한 요인도 없다.

빈부 격차 심화 불 보듯 뻔해
작은 정부도 소수의 부자에게 유리하고 빈부 격차를 심화한다는 것은 미국의 레이건·부시 정부가 이미 잘 보여주었다. 미국에서 민주당 집권 때는 소득분배가 개선되고, 공화당 집권기에는 소득분배가 악화했다는 연구가 최근 나오고 있는데, 이는 양당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결코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더구나 미국보다 더 작은 정부, 훨씬 열악한 사회보장제도를 갖고 있는 한국에서 감세와 작은 정부로 간다면 양극화의 폐단이 미국의 공화당 집권기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금산분리 역시 극소수의 재벌에 산업, 금융의 방화벽을 제거해줌으로써 경제력 집중 현상을 심화할 것이 명백하다. 재벌의 폐단이 우리 경제 양극화의 중요한 요인인데, 재벌에 날개를 달아주는 정책은 명백히 역사를 거꾸로 가겠다는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한때 세계은행이 각국에 권고했으나 그 부작용이 심해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세계은행조차 생각을 바꾸어 더 이상 권고하지 않는 모델이다. 국민의 정부 때 IMF, 세계은행의 압력을 받아 우리나라도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참여정부 초기에 집중 검토한 끝에 더 이상 민영화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망(network) 산업 민영화는 가격 인상과 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하여 결과적으로 경제의 양극화를 심화할 것이다. 며칠 전 한나라당과 대통령이 전기·수도·가스·건강보험의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미 FTA도 걱정스럽다. 농업·축산업·제약업 등에서 커다란 피해가 올 것이 명백한 반면 이익을 볼 산업은 별로 없고, 투자자-국가제소제라는 독소조항 때문에 우리나라의 정책 주권이 뿌리째 흔들리게 생겼다. 이미 많은 것을 챙겨갔으면서도 미국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는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재협상을 요구해야 하는 쪽은 한국이다.

이명박 정부의 기업친화적 태도도 문제다. 그냥 기업 친화라면 문제가 될 게 없으나 기업 중에서도 대기업, 재벌 편향적이라는 점과, 사용자 측만 친하고 노동자는 멀리하는 데 문제가 있다. 대통령이 민주노총 방문은 거절하면서 재벌회장, 사장들은 얼마나 많이 만났나. 그것도 부족한지 대통령 직통 전화를 100여 명의 기업가에게만 나누어주는 것은 기업 친화가 아니라 기업 가친화다. 노동자는 무시하고 사용자하고만 소통하니 이번 물류대란처럼 막상 노·사·정 대화가 필요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문제가 드러난 이상 철학과 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철학과 정책기조를 바꾸는 것이다.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모조리 부정하는 태도부터 반성해야 한다. 지난 10년의 정책 중에도 잘 된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면 된다. ‘잃어버린 10년’으로 선거에서 재미를 본 것으로 충분하다. 집권 후에도 그런 생각을 고수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 바람에 뭐든지 과거와 거꾸로 가겠다는 정책기조가 부메랑이 되어 정부를 때리고 있지 않나. 지난 10년의 성과를 인정하고 정책 방향을 좀 더 온건하게, 중산층·노동자·서민 친화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누가 알겠는가. 인간 만사는 새옹지마니 앞으로 잘만 하면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축복이 될는지.

이정우<경북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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