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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Kids Want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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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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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1


아이들이 바라는 것?!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겨울 방학을 맞으면서 양해를 구해야 할 것은, 부모된 죄로 당분간 이 영화 이야기에서 '아동용'이 주 소재가 될 거라는...흠흠. 아, 여기 드나드는 분들 중에는 아이가 딸린 분들도 많을 것인즉, 관람시 참고가 될 수도 있을거이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를 예매까지 해서 보게 된 것은 사실 우리 집 '아동'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취향이 다소 유치한 나로서는 어떻게 만들었나 조금은 궁금하기도 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극장 미어 터진다. 휴, 일단 애들 영화 보려면 너무너무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

153분의 러닝타임은 애들에게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결코 짧지 않다. 보통 아이들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80-90분 남짓, 길어야 100분을 넘지 않는 것에 비하면, <해리 포터>는 한시간 가량이 더 긴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객석은 비교적 차분했다. 나가겠다고 울거나 떼쓰는 아이들도 없었다. 그러니까...일단 아이들에게는 재미있었다는 얘기다.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던 아이들을 독서광으로 만들었다는 <해리 포터>의 명성은 달리 설명할 필요도 없다.(오죽하면 라틴어판 <해리 포터>를 만들어서 애들에게 라틴어 공부를 시킨다.. 뭐 그런 얘기도 있다. 남 얘기도 아닌게, 우리 나라에서도 영어 공부겸 <해리 포터> 읽으라고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해리 포터>는 상당히 오랜 기간, 그리고 여전히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라있다.

이게 얼마나 '훌륭한' 작품인가 하는 논의는 여기서 생략하기로 하자. 다만, 이렇듯 많은 팬들을 가진 소설을 영화화하는 일이란 상당히 위험하고 어렵다는 사실만 짚고 넘어가도록 해야겠다. <해리 포터>의 수많은 독자들과 열혈 팬들은 당연히 이 영화를 보러가겠지만, 영화가 삐끄덕하면 그 수많은 팬들은 졸지에 '적'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을 잘 아는 제작사와 감독은 되도록 원작 소설을 충실히 재현하고,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고, 그 결과 상당히 조심스럽고 소심한, 좀 심하게 말하면 다소 갑갑한 영화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 속으로 그저 상상만 하던 퀴디치 게임이나 체스 게임같은 장면은 정말 어른이 보기에도 짜릿하고 호쾌했다. 장면장면마다 "으와...저 돈!" 소리가 절로 날 정도의 특수 효과도 볼만했고, 연기가 좀 딸리는 듯한 주인공 해리를 제외한 배역들도 책에서 상상하던 것과 아주 비슷했다. 특히 허마이오니와 론 위즐리를 연기한 두 아역 배우는 꽤 깜찍했다. 귀여운 것들...

그런데, 아이들은 왜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인가? 가만 보니, <해리 포터>에는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다 들어있었다. 소망의 거울이 사람의 가장 내밀한 욕망을 보여주는 것처럼, <해리 포터>는 아이들에게 일종의 '소망의 거울'이다. 그것도 어린 아이의 은밀한 소망들이 다 '종합 선물세트'로 들어있는...

어린 시절 읽었던 수많은 동화의 어린 주인공들은 대개 해리 포터처럼 고아다. 대개의 아이들은 그 불쌍하지만 꿋꿋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의 통제와 잔소리에서 '자유스러운' 고아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그랬다. 따라서 아이들은 이 작품에서도 추접스럽고 치사하기 그지없게 묘사된 더즐리 집안 식구들을 마음껏 조롱한다. 그들이 설사 해리의 부모보다 자신의 부모쪽과 더 비슷하다 할지라도...

더즐리는 아이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부모와 사회 자체이며, 힘으로 그에 대항할 수 없는 아이들은 추악하게 묘사된 더즐리를 야유함으로써 자신의 분노를 달랜다. 부모님께 마구마구 혼나고 나서, 혹은 부모님 잔소리와 간섭이 귀찮아질 때, 그들이 나의 진짜 부모를 살해하고 내 부모인 척하는 외계인일 거라고 상상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으신가? 난 있다...-.-;;

자, 이런 상황에서 호그와트에서 입학 허가서가 날아든다. 알고 보니 해리는 유명한 마법사의 아들이며, 세상 저편에는 '머글'의 세계와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마법'의 세계가 있다. 그 다른 세계에서 해리는 훌륭한 마법사의 혈통을 타고난 '귀족'이고, 유명인사고, 엄청난 '천재'이며, 마법 세계의 사람들은 해리의 부모들을 인자하고 사랑이 넘치며 유능하고 올곧은 사람들로 추억한다. 오호... '머글'의 세계에서 당하던 모든 수모와 곤경은 이제 완전히 사라진다. 해리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고, 더즐리 식구들은 더 이상 해리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자신이 이 세상과는 전혀 다른 행성의, 다른 차원의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혹은 적어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 난 있다...-.-;;

해리의 마법 학교 생활이 시작된다. 영국식 기숙학교의 모습을 본딴 호그와트는 전통과 지식과 권위와 자부심의 상징이다. 수백년 묵은 마법과 관습들이 권위있는 교수들에 의해 고스란히 어린 마법사들에게 전수된다. 그런데 배우는 내용만 마법이다 뿐이지, 학생들 사이의 경쟁관계나 우정, 선생과의 친분과 갈등은 보통 학교와 비슷하다. 여기서도 해리는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허마이오니처럼 악바리로 공부해서 얻은 지식은 없지만, '타고난' 마법사이기 때문에 해리는 뭐든지 탁월하게 해낸다. 간간이 실수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건 또 '타고난' 용기와 훌륭한 성품으로 벌충한다.

어린 시절, 아무리 지겹게 해도 잘 안 풀리는 숙제나 시험지를 보면서, 뭔가 한번에 짠~하고 '마법처럼'(!) 잘하게 되는 법 없을까, 한숨쉬며 상상해보신 적 있는가? 난 있다. 아무리 뛰고 달려도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둔한 이 몸 대신, 최연소 수색자가 된 해리처럼 맘 먹은 대로 날렵하게 휙휙 날 듯이 움직이는 그런 몸을 가질 순 없을까, 상상해보신 적 있는가? 난 있다. 아버지가 선뜻 사주지 않는 신형 자전거를 생각하며 삐져있는 대신, 차라리 '님부스 2000'같은 마법의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상상해보신 적 있는가? 난 있다. 옆엣 놈이 아버지가 일본에서 사다주셨다는 예쁜 물건들이며, 멋진 장난감들을 자랑삼을 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마법의 구슬이나, 투명 망토같은 거 집에 몰래 숨겨놓았으면 좋겠다고 느껴보신 적 있는가? 난 있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 반복되는 학교 생활이 지겨워져서, 이 학교에 뭔가 엄청난 비밀과 음모가 숨어있고, 내가 용감한 주인공이 되어 그 비밀을 풀어나가는, 그런 상상을 해보신 적이 있는가? 난 있다....-.-;;

이 모든 엉뚱한 상상들, 내가 뭐 특별히 불행하게 자라서 그러했던 것이 아니다. 비교적 화목한 집안에서 별 어려움 없이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좌절과 불안과 스트레스가 있고, 그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낸 자신만의 환상들이 있다. 왜냐하면 아이는 기본적으로 매우 취약하고 불안정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해리 포터> 안에 있다. 그것이 <해리 포터>에 대한 열광의 핵심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한때는 어린아이였으므로, 나아가 누구나 한때는 어린아이였으므로, <해리 포터>의 인기는 분명 근거가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

<해리 포터>는 그러므로 아이들에게는 '소망의 거울'이다. 작품의 대사를 그대로 따온 영화 장면에서 덤블도어는 해리에게 그 거울이 사람의 가장 은밀하고 절박한 소망, 혹은 욕망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 거울 앞에서 자신의 욕망을 바라보며 생을 흘려보냈다고,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욕망을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사는' 일이라고, 덤블도어는 해리에게 조용히 일러준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해리 포터>를 보고 넋을 잃은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조용히 건네주는 말이기도 하다.

아마 많은 아이들은 <해리 포터>가 보여주는 마법의 세계에 열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루하고 답답한 학교 생활을 계속 할 거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거울 앞에서 물러나와 '살아가는' 법을 배울 것이다. 소망이나 환상과 실제의 삶을 그런대로 병행시키는 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 탈출과 귀환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 마법과 현실 사이의 긴장을 끌어안고 그 모순 자체를 삶의 방식으로 삼는 법을 터득하는 것, 그것이 곧 어른이 되는 일이니까 말이다. 나도 그렇게 어른이 되었고, 지금 <해리 포터>를 보며 공상에 빠진 아이들도 그렇게 어른이 될 것이다.

***

책을 읽고 이 영화를 보면 너무 듬성듬성하고 어설프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책을 읽지 않은 관객이라면 결말은 밋밋하고, 진행은 좀 정신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호그와트행 열차며, 학교의 모습이며, 퀴디치 게임이며....학교 생활의 기본 틀은 다 보여준 듯한데, 2편부터는 어떻게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흥미진진한 '학원 무협물'(? 해리가 사춘기 되면 <화산고>처럼 되는 건가?-.-;;)의 볼거리를 보여줄 수 있으려나?

애들 있는 집에서는 어찌되었든 안 볼 도리는 없겠다. 10-11세 정도에 정서적인 눈높이를 맞추고 즐기시도록 노력해보시라. 근데 11살 짜리 아들놈도 흥분은 잠깐, 원작에 나온 것 중에서 소리의 요정이 빠졌느니, 유령 장면이 별 볼일 없다느니, 투명 망토 부분은 지루하다느니, 나름대로 '논평'을 해댄다. 참, 그 비위 다 맞춰가며 영화 만드는 사람들도, 해먹기 힘들겠다....

다음 영화 이야기는 <몬스터 주식회사>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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