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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같은 사랑, Amores Per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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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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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9


옥타비오는 형에게 학대받으며 사는 형수 수잔나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러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와 도망가기 위해 투견장 드나들며 열~쒸미 돈을 모으는데, 수잔나는 형과 그 돈을 가지고 날라버린다. 결정적인 마지막 투견에서 사고 치고 개 잃어버리고 만신창이+빈털털이 되었는데 그제서야 강도질 일삼던 형이 떡하니 총맞아 죽어서 나타난다. 옥타비오는 형수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다니엘은 이쁜 두 딸과 아름답고 알뜰한 아내를 팽개치고 화려한 외모의 수퍼 모델 발레리아와 딴 살림을 차린다. 딴 살림 차린 첫 날, 교통사고가 나서 그녀는 늘씬한 다리 중 하나를 잘라낸다. 모델로서는 이제 끝장. 휠체어에 앉아 신경질이나 부린다. 아기 대신 두 사람의 사랑을 듬뿍 받던 복슬개 리치는 얼결에 마루 밑으로 들어가서 빠져나오질 못한다. 들어온 구멍을 도로 찾아 나오지도 못하는 바보. 다니엘은 마루를 미친 듯이 부숴가며 개를 구한다. 다니엘과 발레리아는 마루가 뻥뻥 뚫려 만신창이가 된 아파트에서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수염 더부룩한 모습이 칼 맑스를 닮은 엘 치보는 가족을 버리고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장기복역후 출소했다. 가족에게 돌아가지도 못하고, 딸을 그저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허름한 창고에 살며 청부 살인이나 한다. 대개는 잘 먹고 잘 사는 넘들이다. 그게 그가 원하던 '혁명'이었나? 유일한 벗은 여기저기서 줏어온 개들이다. 우연히 목격한 교통사고에서 피투성이가 된 검정 개를 한 마리 줏어온다. 그런데 정성들인 치료로 회복된 이 검정 개는 데리고 있던 다른 개들을 다 물어 죽여버린다. 엘 치보는 이 검정 개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킬러 생활을 청산하고 딸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신파쪼를 제거한 <매그놀리아>라고 보심 되겠다. 세개의 이야기가 아주 묘하게 얽히면서 멕시코 사회의 바닥부터 위까지 쭈욱~~ 훑어준다. 뮤직 비디오를 연상시키는 현란한 편집과 한가득 눈에 들어오는 피흘리는 개들의 모습. 폭력과 선혈이 난무하는, 무척이나 자극적이고 또한 멋지기도 한 <아모레스 페로스>(2000)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아냐리뚜라는 생소한 이름의 멕시코 감독이 만들고, 감독 못지 않게 생전 첨 보는 멕시코 배우들이 잔뜩 등장한다. 화면은 휙휙 바뀔수록 좋고, 게다가 온통 피칠갑을 해야 속이 더 시원하다는 관객들에게도 딱 좋지만, '사랑'에 관한 영화로도 그다지 얄팍하지 않고, 또한 우리에겐 생소한 멕시코 사회의 이런저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꽤나 인상적이다.

근데 왜 하필 '개'냐 말이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 "사랑은 개"(Love's a Bitch)다. 이런, 이런....우스꽝스럽게도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집에서 키웠던, 혹은 죽어 나갔던, 혹은 동네 골목에서 교미하다가 애들의 돌팔매에 화들짝 놀라 달아나던, 혹은 '식용'이 되어 아주 가끔 내 입을 거쳐 뱃속으로 들어갔던, 혹은 아침 출근길 대로상에 치어 뭉개진 채 널부러진 개들을 떠올렸다. 아, 개들은 불쌍타...

이 영화에서도 정말 개들이 불쌍하다. 투견장에서 서로 피투성이 되도록 물어 뜯는 모습도 처절하고, 화려한 모델의 품에 안겨 고운 은회색 털을 자랑하며 초컬릿이나 먹는 애완견의 모습도 불쌍하긴 마찬가지다. 투견에게 뜯겨 피흘리며 바닥에 널부러진 개들이야 말할 나위도 없다. 아마 이 영화에서만큼 학대받는, 혹은 상처입고 피흘리는 개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많이 나온 경우도 드물 것이다. 도대체 인권, 아니 견권(犬權)이라는 게 있긴 한 것인가? 나무에 매달려 실컷 두들겨 맞고 그슬려져 얼굴 불콰한 아저씨들의 '정력제'가 되는 한국의 개 팔자보나 나을 것도 없다. 한국 영화 <프란다스의 개>나 <수취인 불명>에 나오는 개들도 이렇게 처참해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그 개들의 모습은 사람들의 모습과 많이, 아주 많이 닮아있다. 아니, 거꾸로 사람들 사는 게 결국 개들의 처절하고 불쌍하고 적나라하고 때로는 야비하고 잔인하고 어이없는 모습과 닮아있다.

개같은 인생? 개같은 사랑? 개만도 못한 사랑? 개들은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다고 느낄 때, '사람같은 견생(犬生)'이라고 한다던가?

영화의 마지막, 마치 고야가 말년에 자기 집 벽에 잔뜩 그려놓은 '검은 그림'의 색조와 닮은 황량한 벌판으로, 엘 치보와 검정 개 코피가 터벌터벌 걸어간다. 사랑은 그런 건가? 사랑이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최소한 사람 사는 건 그런가보다. 정말 그런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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