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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 모닝, 미스 오스틴!-<브리짓 존스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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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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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5


헬렌 필딩 원작의 베스트 셀러를 영화화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딱부러지게 자랑할 구석이 없는 평범한 직장 여성의 사랑 찾기를 재미나게 그려낸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지만, 또한 '년놈 짝짓기' 소설의 대가 제인 오스틴, 특히 그녀의 <오만과 편견>에 대한 오마쥬이기도 합니다.

자 그럼, 몇 장면을 비교해볼까요? 앞의 것은 <오만과 편견> --> 뒤의 것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언니를 만난답시고 벌판을 가로질러 치맛 자락에 진흙을 묻혀가며 얼굴 시뻘개지도록 뛰어가 남의 집 문을 염치없이 두들겨 빈축을 사는 엘리자베스
--->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으려고 눈오는 밤 호피무늬 팬티와 운동화에 웃옷 하나 달랑 걸치고 거리를 질주하는 브리짓.

당돌하고 똑똑하고 매력적이지만,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먹여살려줄 남자 하나 꽉 잡지 않으면 앞날이 막막한데다가, 그다지 예쁘지도, 우아하지도 않은 평범한 외모의 엘리자베스
---> 직장도 있고 '자기만의 방'도 있으나, 어눌한 백치 스타일에, 줄담배와 술병 끼고 사는 버릇과 옷 사이로 기어코 삐져나오는 군살밖에는 보여줄 것이 없는 브리짓.

뻣뻣하고 거만해보이며, 예의라곤 없는 듯한, 왕재수 밥맛의 왕자병 환자 피즈윌리엄 다씨
---> 나잇살이나 먹어가지고, 크리스마스 파티때 루돌프 그려진 스웨터 입고도 아무런 자의식 없이 뻔뻔하게 나타나는 마크 다씨.

내가 뭐 저렇게 별 볼일 없이 생긴 여자한테 춤 추자고 그래야 하냐고 거만떨어 엘리자베스를 이 갈게 만드는 다씨
---> 저렇게 골초에 알콜 중독자인 여자한테 내가 무슨 아랑곳이냐고 해서 브리짓과 웬수가 되는 다씨.

그러다가 엘리자베스에게 느닷없이 청혼하여 딱지맞는 다씨
---> 썰렁하게도 당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느니 어쩌니 해서 우스꽝스러워지는 다씨.

위컴과의 과거사를 끝까지 털어놓지 않은, 신중한 남자 다씨
---> 대니얼 클리버가 세상 없는 나쁜 넘이라는 거 알면서도 함부로 말하지 않는, 역쉬...신중한 남자 다씨.

알고 보니 우아한 취향을 지닌 엄청난 부자에다가, 평판도 무지 좋은 다씨
---> 유복한 집안 출신의 잘 나가는 인권 변호사이니, 세속적인 안락함과 양심과 정의감을 두루 만족시키는 다씨.

갑자기 나타나 상냥한 매너와 느끼 만빵의 외모로 엘리자베스에게도 호감을 주고, 결국 막내 리디아와 도망가는 위컴
---> 위컴보다 훨씬 돈도 많고, 느끼하기로 치면 한술 더 뜨며, 브리짓에게는 막내 동생이 없으므로 당연히 브리짓을 꼬시는 대니얼 클리버.

절묘한 화술과 매끈한 매너로 여자들의 호감을 사는 위컴
---> 브리짓의 황당하게 짧은 치마를 보고 치마가 아파서 결근했냐느니, 하면서 고용인의 치마에 대한 'sizist attitude'를 보이는 메일 메시지로 '작업 들어가는' 대니얼 클리버.

돈많은 남자는 아내를 원하기 마련인 것이 보편적으로 인정된 진리라나?
---> 애인과 잘 풀리면 엄마가 말썽이고, 엄마가 안정되면 애인이 말썽부리는 게 보편적으로 인정된 진리라나?

우리 아버지도 신사고 다씨도 신사인데, 내가 꿀릴 게 뭐 있냐?
---> 에...다씨가 미국으로 가는 건, 국가적 손실이야! 인재를 이렇게 내돌려도 되는겨?

*****
제인 오스틴의 알콩달콩, 촌철살인, 세태풍자, 결혼남녀 스토리는 <브리짓 존스...>에 와서는 좌충우돌, 해괴망칙, 엽기발랄, 유치찬란한 로맨틱 코미디로 바뀌었습니다. 격세지감! (오늘 사자성어.. 좀 되네여...-.-;;)

그런데 요새 잘 나가는 청춘남녀 주인공의 영화들을 보면 이상한 점이 있더군요. <뮤리엘의 웨딩>에서 <어글리 우먼>을 거쳐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이르기까지(아, 우리 영화 <코르셋>도 있었군요) 좀 못난 여자들의 삶의 목적과 해피 엔딩은 오스틴 소설의 공식처럼 '적합한', 혹은 '꽤 괜찮은 나만의 남자'를 찾는 일이데요.

그런데 <미스 에이전트>나 <금발이 너무해>처럼 쭉쭉 뻗은 이쁜 것들이 나오는 영화는 결론이 '남자? 필요없어!'입니다. '한잔 할까? 남자 빼고!'라는 술광고 있지요? 그거 함부로 흉내내면 안됨다. '남자 빼고!'라고 자신있게 말하려면 일단 이뻐야 함다. 나아...참! 못난 것들에게는 사랑을 듬뿍듬뿍 삼태기로 퍼줄 수 있는 좋은 남자를 앵겨주는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고, 이쁜 것들은 하나같이 '난 남자들이 날 예쁜 여자로만 보는 거 싫어!'하면서 '페미니스트'가 됩니다. 게다가, 이 영화들 본 누군가의 지적에 힘입어 하나만 더 추가하자면, 예쁜 애들은 오히려 남자에겐 별 관심 없다고 틱틱거리는데두, 결말에 가면 자연스럽게 아주 번듯한 남자들이 전리품처럼 주어진다는 겁니다. 별 매력이 없는 여자들이 피눈물을 흘려가며 겨우겨우 획득한 그 '적당한' 남자가 기냥 '덤으로' 생긴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해피 엔딩'이란 일단 남자가 있어야 되나봅니다. 아무튼 첨부터 브리짓 존스는 페미니스트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 여성들의 삶이 다양해졌다고 좋아해야 하나요?

어찌보면 오스틴은 속편했을 것같습니다. 어차피 여성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으니 말이죠. 오늘날, 브리짓 존스의 시대는요? 여성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많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어떤 면에서는 더 옴짝달싹 못하게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슬들이 더 많아졌다고도 할 수 있겠구요. 아, 그렇다고 제가 뭐 성모 마리아 손에 책을 들려준 그림을 놓고, 성모를 과연 '독서가'로 그려야 하냐 하고 논쟁했다던, 중세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건 결코 아님다.

아무튼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오스틴 소설과 겹쳐서 보시면 아주 재미있습니다. 게다가 르네 젤위거의 열연, 정말 볼만합니다. 여배우가 저 정도는 용감해야지...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 살만 루쉬디와 제프리 아처가 아주 잠깐이지만 직/접/ 출연합니다. 20세기 영문학 전공자들에게는 좋은 눈요기 거리도 될 것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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