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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ould I Stay, Should I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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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

작성일자

200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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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6


출처: finching.net

[로큰롤 인생] Should I Stay, Should I Go?


스티븐 워커라는 영국인 감독은 미국 매사추세츠의 노쓰햄프턴에서 온 평균 연령 81세의 코러스 밴드 '영 앳 하트(Young@Heart)'의 런던 공연을 보고 홀딱 반해서 이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Alive & Well"이라는 타이틀의 공연을 연습하는 이들을 7주간 취재하기로 한다.

평균 연령 81세라...그렇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사망했지만 촬영당시 92세인 아일린이 최고령자이니, 이 밴드에선 70대는 명함을 내밀지도 못하는 '애송이'이다. 노인이 등장하는 음악 다큐멘터리 하면 많은 사람들은 빔 벤더스 감독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떠올리지만, 처음 들어보지만 독특한 감흥을 주는 '전문가' 수준의 노래와 아바나의 이색적인 풍광이 잘 어우러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달리 [로큰롤 인생](Young at Heart, 2007)에는 이 밴드만의 새로운 노래도 없고 깜짝 놀랄만큼 뛰어난 연주나 가창력도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로큰롤 인생]에는 온갖 삶의 풍파를 넘고 넘어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들의 노래 연습과 공연을 통해서 드러나는 노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독특하고도 따뜻한 시선이 있다. 그들의 삶과 죽음은 그 하나하나가 장엄하게 느껴질 정도로 감동적인 울림을 주고, 흔히 노인들을 위한 노래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는 그들의 레퍼토리들은 마치 원래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그들의 주름진 얼굴과 구부정한 몸짓에 딱 맞춰 어울린다.

예를 들어, 공연 장면으로 시작되는 초반에 처음 나오는 노래는 최고령자인 아일린(사진 앞줄 맨 오른쪽 할머니)이 부르는 "Should I Stay, Should I Go?"인데, 노래를 듣다보면 이 노래가 정말 영국 펑크 록의 대표 주자인 클래쉬의 노래란 말인가, 하고 갸우뚱해진다. 이건 정말 아흔 두 살 먹은 아일린 할머니가 불러야 할 노래인 것만 같다.

라몬스(The Ramones)의 "I Wanna Be Sedated"는 또 어떤가. '진정제를 줘~'라고 절규하는 휠체어 탄 노인들의 모습은 가사의 내용과 어쩜 그리 딱딱 잘 맞는지 모르겠다.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묻는 토킹 헤즈의 "Road to Nowhere"는 또 어떻고. 반항, 좌절, 열정, 냉소, 번뇌, 방황, 도전, 포효, 분투, 눈물, 실망, 황홀 등등 젊은이 특유의 강렬한 감정들로 특징지어지는 록 음악은 어느새 노인들의 불안, 공포, 체념, 용기, 낙관, 위로, 인내, 고통 등을 표현하는 노래로 탈바꿈한다. 그 탈바꿈이 어찌나 감쪽같은지, 그 노래가 원래 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노래 아니었나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영화는 문제의 공연 7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에 부르던 노래 이외에 이번 공연을 위해서 음악 감독 봅 실먼(Bob Cilman)은 새로운 노래 너댓곡을 선택해와서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들려준다. 이들이 정말 황당한 표정을 짓는 것은 소닉 유스의 "Schizophrenia"를 들을 때다. 뭐 이런 노래가 다 있어, 라고 그들의 휘둥그레진 눈은 말한다. 어떤 분은 아예 이상해서 휴지로 귀를 틀어막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어떤 노래를 좋아하세요, 라고 물으면, 오페라 아리아나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혹은 [마이 페어 레이디]를 꼽는 분들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부르다 보면 재미있을 거에요, 라고 봅 실먼은 살갑게 말한다. 아이고, 저 이상한 걸 어떻게 해, 라고 노인들은 한숨을 쉰다.

그 다음 황당한 노래는 앨런 투세인츠의 "Yes We Can Can"이라는 노래다. 오바마보다 먼저 "Yes We Can"을 외쳐야 하는 이 노인들, '할 수 있다'고 외치는 것까진 좋은데, 더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가사에 can이라는 조동사가 무려 71번이 나온다. 이걸 따라가다가는 정말 혀가 꼬여버릴 지경. 그러나 잔인한 음악 감독은, 가사를 줄이거나 느리게 편곡할 의도가 전혀 없다. 연습하면 다 된단다.

세번째로 제임스 브라운의 고전 "I Feel Good"이 흘러나오자 노인들은 금방 웃음을 띠면서 운동화 신은 발로 까닥까닥 장단을 맞춘다. 그럼 그렇지, 좋았어, 이거야. 물론 이 노래도 만만치가 않다. 솔로를 맡은 무표정 심술통 스탠 할아버지와 귀염둥이(?) 도라 할머니가 영 박자를 못 맞추는 것이다. 도라 할머니는 '아우~~!'라고 소리만 빽 질러놓고 "I feel good~~"이라고 들어가야할 곳을 자꾸 까먹는가 하면, 스탠 할아버지는 겨우 두줄밖에 안 되는 가사를 자꾸 까먹는다. 미쳐.

난관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콜드플레이의 "Fix You"를 프레드와 밥이 부르기로 했는데, 문제는 둘 다 환자라는 것이다. 고운 목소리가 아름다운 밥 샐비니는 죽을 고비를 여러차례 넘긴 멤버인데, 중간에 연습 삼아서 교도소 공연을 하기로 했던 바로 그날 세상을 뜬다. 멤버들은 슬픔 속에서도 밥 딜런의 "Forever Young"으로 교도소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지만, 결국 듀엣으로 부르기로 했던 "Fix You"는 프레드 혼자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된다. 프레드 역시 만성 심부전증으로 늘 산소통을 휴대하고 코에 튜브를 꽂고 다녀야 하는 몸이다.(사진 제일 뒷줄 가운데쯤 검은 셔츠가 프레드) 비대한 몸을 조그만 의자에 위태롭게 앉히고 비닐 튜브를 꽂은 채, '칙, 칙'하는 산소통의 소음을 반주 삼아 "Fix You"를 노래하는 프레드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중저음에서는 깊고 매력적이며 고음에서는 맑고 청아하다.

여섯번이나 항암 치료를 받고도 밝은 얼굴로 늘 사람들에게 친절한, 게다가 멤버 중에서 가사를 제일 잘 외워 감독님의 총애(?)를 받던 조 할아버지는 이번 공연 포스터의 메인 모델이었는데, 공연을 며칠 남기고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나 사망한다. 멤버들에게 닥친 또 하나의 시련이다.

이러한 사건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다 발생한 돌발 상황이자 이 영화를 더더욱 극적인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이지만, 사실 이 밴드 자체가 워낙 고령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아프고 또 죽기도 하는 것은 이 동네의 일상사다. 노인들은 늘 죽음을 지척에 느끼고, 그저 '밤새 안녕'이라는 기분으로 열심히 연습에 나온다. 어쩌면 오늘 죽으나 내일 죽으나, 어차피 '조만간' 다 죽을 것이므로 정말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한 번만 더 빠지면 음악 감독이 나 말고 다른 사람 시킬까봐' 열심히 참석하고 또 가사를 외운다. 이들에게 노래는 살아있음의 표현이며, 사람들과의 교감이고, 다가올 죽음 앞에서 스스로를 의연하게 만들어주는 무기이기도 하다. 이들은 멤버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분명 그는 우리가 멋지게 공연을 마치길 원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곤 만약 자신이 무대에서 쓰러지거든 그냥 끌어내고 공연을 계속하라고 말한다.

그리 뛰어난 가창력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서 노래하는 이들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지병과 바짝 옆에 다가온 죽음에 대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당장 내일 죽음이 찾아와도 오늘을 치열하게 사는 놀라운 에너지를 그들이 가는 곳곳에 뿜어낸다. 그렇다, 우리 모두 저렇게 노래하다가 저렇게 죽고 싶은 것이리라.

관객들은 웃고 또 웃다가 눈물을 훔치고 또한 감동한다. 오, 여든 살까지, 혹은 아흔 살까지도 저렇게 영원한 청춘의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지팡이에 의지해 비틀거린대도, 쪼글쪼글 볼품없어진 얼굴에 병색이 가득해도, 행복할 것만 같은 거다. 본인의 육체를 좀 '고치셔야'(fix)할 것같은 프레드 할아버지가 술통만한 배를 하고 나지막히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로 "And I'll try to fix you"라고 후렴구를 부를 때 쯤이면, 관객들은 이미 자신의 불평불만과 고통을 모두 털어버리고 한껏 위로받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는 게 모두 귀찮고 지겨울 때, 혹은 '아이고, 이젠 다 늙어서...'라고 허전해 하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재빨리 극장으로 달려가 [로큰롤 인생]을 관람하시라. 관 속에 이미 한 발 들여놓은 것같은 어설픈 노인들이 뿜어내는 그 놀라운 기운이 여러분들의 '잃어버린 젊음'을 108분 이내에 145% 쯤 되돌려 놓을 것이다. 아마 내일쯤엔 빅뱅의 노래를 열심히 연습하거나 함께할 밴드 멤버를 수소문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뵙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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