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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근본주의 좌파

작성자

bloom

작성일자

200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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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278


김규항이 [프레시언]에 쓴 글을 읽었다. 평소에 김규항을 비롯한, 원칙주의적 혹은 근본주의적 '좌파'들에게 내가 품었던 의문을 다시 갖게 만든다. 김규항은 이렇게 지적한다.

> "우리는 진짜 적과 대면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문제가 자본주의의 극단화한 형태로서 신자유주의에 기인하며, 결국 자본주의 자체에 닿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제 아무리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문제를 파고든다 해도, 백만이 아니라 천만 명이 촛불을 들고 일어난다 해도, 자본주의를 문제 삼지 않는 한 결국 쳇바퀴 안의 다람쥐 꼴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개선된 세상'이라는 몽상을 버리고 '다른 세상'을 상상하기 시작해야 한다."

나는 김규항의 문제의식이 무엇인지는 대충 이해한다. 이런 식의 근본주의적 혹은 원칙주의적 좌파들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정치적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소위 좌파 안에도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밖에 없고, 또 있어야 한다.

그런데 김규항을 비롯한 원칙적 좌파는 언제나 근본주의적이다. 그들의 시각에 따르면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문제삼지 않는 운동,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이나 운동은 "결국 쳇바퀴 안의 다람쥐 꼴을 벗어날 수 없"다. 예컨대 (김규항과 비슷한 근본적 좌파인 촘스키의 지적대로) 오바마가 집권하든 부시가 집권하든 큰 차이가 없다. 둘다 자본주의 체제를 문제삼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한국의 좌파들이 이런 원칙주의적인 반자본주의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목청높여 반자본주의를 외치면 세상이 달라질까? 그렇게 믿는다면 그거야 말로 관념론이다.

김규항은 "자본주의를 문제 삼"아야 하며, "개선된 세상'이라는 몽상을 버리고 '다른 세상'을 상상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문제의식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추상적이다. 어떻게 하는 게 "자본주의를 문제삼"는 태도인가? 그가 생각하는 "다른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설마 한참전에 쫄딱 망해버린 '사회주의'는 아니리라.

그러면 뭔가 다른 차원의 새로운 사회주의? 아마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를 고민해야 한다. 추상적 논의나 원칙적 언명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말이다. 그런데 김규항 같은 원칙주의적 좌파들은 여전히 추상적이다. 자본주의는 나쁘다. 그러니까 반자본주의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반자본주의적이 아닌 운동은 다 개량적이다. 그런가?

반자본주의적인 운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만 가능하다. 자본주의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자본주의 외부의 운동은 불가능하다. 머리로 그런 세상을 꿈꾸는 거야 자유지만, 현실은 별개이다. 머릿 속에 있는 자신만의 꿈과 이상을 현실에 투사하는 태도. 그걸 맑스는 관념론이라고 불렀다. 현실에서 관념으로 나가는 것. 그게 유물론적 사유이다.

반자본주의이든 혁명이든 근본적인 개혁이든 다 좋다. 그러나 그런 '쌈빡'해보이는 말들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현실화되어야 한다. 어떻게 그런 말들을, 이상들을, 자본주의 안에서 현실화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않을 때 근본주의적 좌파들이 던지는 화려한 말들은 관념론의 먹이가 된다.

레닌과 알튀세르가 그랬던가? 맑스주의의 힘은 '구체적 상황의 구체적 분석'에서 나온다고. 지금 한국사회의 좌파들이 궁지에 몰린 데는 반자본주의니 근본적 변화니 하는 추상적 발언이나 여전히 읆어 대면서, 막상 자신들이 살고 있는 한국 혹은 세계 자본주의의 구체적 상황의 구체적 분석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능력 때문이다. 그런 자신의 무능력을 돌아보지 않고 계속 반자본주의나 외칠 때 그건 공호한 구호가 된다.

반자본주의니 근본적 변화니 하는 폼잡는 말을 떠드는 좌파, 현실 밖에서 고고한 척 현실을 내려다 보며 훈계하는 지사적 좌파. 그런 좌파들, 솔직히 이제 짜증난다. 자본주의 현실 속으로 들어가, 자본주의의 온갖 다양한 면모들을 입체적으로,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 안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좌파. 한국사회에는 그렇게 갱신된 좌파가 필요하다. 한국 좌파 혹은 진보세력의 위기는 밖에 있지 않다. 안에 있다. 그들이 무능력하기 때문에 위기가 온 거다. 남탓하지 말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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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주의 좌파 <- 현재글

bloom
200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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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그리가 아감벤을 근본주의 좌파 논리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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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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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시시한 테러리스트?

bloom
200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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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감사드립니다.

회원
2008-11-09
2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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