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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한다고 유난 좀 떨지 마시라

작성자

bloom

작성일자

2008-09-07

이메일

조회

2379


문학과 예술에서 배우는 것 중 하나. 사랑한다고 유난 떨지 말라는 것이다. 사랑은 낭만적인 면도 있지만, 온갖 종류의 세상사가 얽혀 있는 현실의 공간이다. 인간의 추하고 더럽고 비열한 욕망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돈과 경제력, 생존과 연애와 사랑, 그리고 결혼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이 좋은 예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의 주체적 삶을 통제하려는 태도가 과연 온당한가? 여성은 과연 생존하기 위해 연애하고 결혼해야 하는가? 자유로운 삶과 결혼은 양립할 수 있는가? 돈과 경제력의 문제를 제외하고 사랑을 논할 수 있는가? 도대체 어디까지가 자연스러운 사랑이고 어디서부터 계산된 사랑인가? 사랑은 과연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인가? 아니면 깊은 곳에 자리잡은 (물질적, 경제적, 세속적) 욕망의 굴절된 표현인가? 이런 질문들을 오스틴의 소설은 묻고 또 묻는다.

사랑에는 분명 낭만적 단계가 있다. 속된 말로 눈에 뭐가 씌워지는 단계이다. 하지만 그건 사랑의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 사랑은 낭만적이기는커녕 아주 리얼리즘적인 삶의 논리가 드러나는 공간이다. 그러니, 아래 김어준의 지적처럼, "사랑한다고 유난 좀 떨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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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사랑한다고 유난 좀 떨지 마시라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남녀관계에 대한 몇가지 오해들1 - 어학연수 준비 미리 말 안했다고 삐치긴 왜 삐쳐

그동안 메일함에 쌓인 사랑에 관한 몇 가지 오해들 좀 풀고 가자. 오늘은 그 첫 번째.

Q 1. 여친은 차분하고 합리적입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어학연수를 가겠다고 하더군요. 일 년 연애 동안 얼핏 언급은 했지만 구체적으로 말한 적은 없었기에 정말 당황했죠. 왜 미리 말하지 않았냐니까 유학원 거치지 않고 직접 준비해 언제 될지도 몰랐고 기간도 1년에 불과한데다 관계 역시 계속 유지할 거니까 준비되면 말하려 했다더군요. 한 달 후 떠나니 그동안 매일 보고 또 장거리연애도 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문제를 숨긴 채 혼자 결정한 그녀에 대한 믿음이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사랑한다면 모든 걸 함께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1년간 혼자의 삶을 꾸려버린 그녀가 우리 관계를 가볍게 여겼던 거 같단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섭섭은, 했겠다. 하지만 그녀가 그 사실을 당신에게 숨긴 거라 표현한다면, 거기서부턴 틀렸다. 그녀는 자기 일은 자기 손으로 해치우는, 이성적이고 독립적인 인간일 뿐이다. 그러니까 숨긴 게 아니라 말을 안 한 거지. 어차피 세상사, 결국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법이니까. 게다가 확정도 안 됐으니까. 그리고 그건 당신에 대한 애정과는 무관하니까. 애정과 연수는, 논리적으로, 별개니까. 그게 그녀가 세상을 핸들링 하는 방식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겨먹었다고.

이런 인간들, 고민상담 안한다. 사람들이 자기 고충을 털어 놓는 건 문제를 대신 해결해달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동정하고 공감해 달라는, 일종의 투정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그러는 거 엄살이라 여긴다. 하여 이런 자들, 혼자 간다. 동지로 든든하다. 인장강도 대단하니까. 근데 당신은 바로 그게 야속하다. 연인이라면, 주요한 삶의 결정들과 자신에 대한 애정은 결코 별개일 수 없다고 믿으니까. 그녀가 중요한 결정을 혼자 했다는 데서 소외감과 배신감을 느끼는 건 그래서다. 연인의 삶이 나와 별개로 진행된다는 건 사랑이 온전하지 않다는 방증이니까. 그래서 당신은 신뢰와 존중을 거론한다. 그러나 그렇게 다그쳐봐야 그녀는 그런 말을 할 필요의 유무와 타이밍의 적절성에 대해 논증할 게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거냐. 당신이 그녀의 문제해결방식을, 당신에 대한 본질적 애정과 연결해버린 지점부터. 그랬다는 건, 당신은 그녀가 그렇게 생겨먹었단 자체를, 당신에 대한 배신으로 간주했다는 소리다. 듣고 보니 웃기지 않나. 근데 당신 같은 사람, 적지 않다. 왜 그런 구린 오판들을 하는 걸까. 그걸 좌뇌와 우뇌의 차이, 감성적 사고와 이성적 판단의 차로도 설명한다만 그 못지않은 요인, 따로 있다. 사례 하나 더 보자.

Q 2. 사귄 지 3개월 된 여친의 과거 남친이 여친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저와 사귀기 직전 3년간 만나다 헤어졌는데 그때 마음고생 심했단 이야길 들었던 터라 화가 나서 다신 연락 못하게 혼을 내겠다고 전번을 달라고 했죠. 그런데 여친은 그에게도 힘든 일이 있어 그런 거라며 이젠 연락하지 않을 거라고 번호를 안 주더군요. 하지만 그녀 핸드폰에서 번호를 알아내 결국 전화를 했는데, 기가 막히게도 내 전화 받을 일 없다며 도리어 화를 내고 끊어버리더군요. 나중에 여친도 왜 전화했냐며 화를 내서 널 사랑해 그런 건데 왜 화를 내냐고 크게 싸우고 말았습니다. 대체 제가 뭘 잘못한 겁니까.

A 화는, 났겠다. 인정.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 다음부턴 당신 권한 밖이다. 왜냐. 그들 관계는 당신과 별개로 그들만의 관계니까. 그녀와 당신이 그와 무관하게 맺은 관계만큼이나, 그들의 관계 역시 당신과 무관하게 그들만의 것이라고. 그러니 그에겐 당신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는 거다. 그가 왜 당신 간섭을 받아야 하나. 당신이 그의 말을 들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듯 그에게도 그런 거 없다.

그런데 당신은 왜 그런 권한이 당신에게 있다 여겼을까. 그녀를 사랑하니까. 사랑하면 상대가 맺은 다른 관계에 그 정도 개입하는 것쯤은 당연하니까. 사랑하는 데 뭐. 그래서 당신은 그녀와 다른 사람 사이에 당신이 개입할 수 없는 별개의 관계가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단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앞의 사례에서 자신과 별개의 노정이 연인의 삶에 존재할 수 있단 사실을 수용하기 힘들어 한 것처럼.

왜들 그러는 걸까. 인간들이 그만큼 사랑의 합일성과 완전성을 신화화해온 덕이다. 그래서 사랑한다면 둘 사이에 어떤 ‘별개’도 존재해선 안 되고, 사랑한다는 자신의 감정은 만유인력에 필적할 무슨 우주적 정당성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거다. 하지만 오해는 풀고 가자. 사랑한다는 자신의 감정은 그저 다른 모두의 감정만큼만, 딱 그만큼만 중요할 뿐이다. 게다가 완전하기는커녕 가장 불완전한 감정이 바로 사랑이다. 그러니 사랑한다고 제발 유난 좀 떨지 마시라. 사랑이 때때로 위대해지는 건 완전해질 때가 아니라, 서로 불완전한 걸 당연한 걸로 받아들일 때니까.

김어준 칼럼니스트
고민 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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