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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거스트 러쉬] 21세기에 나타난 올리버 트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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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

작성일자

200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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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095


성은애 선생님 홈페이지(finching.net)에서 퍼온 영화평입니다.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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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 러쉬] 21세기에 나타난 올리버 트위스트

아일랜드 출신 감독 짐 셰리단의 딸이기도 한 커스튼 셰리단(Kirsten Sheridan) 감독의 [어거스트 러쉬]는 CJ의 할리웃 투자, 구혜선의 까메오 출연, 한국에서 2주째 박스오피스 1위, 이름만 들어도 매력적인 출연진 등, 꽤나 화제를 뿌리고 있는 영화다. 사실은 딱이 이 영화를 보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시간이 맞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거의 우연히 보게 되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영화는 세상 모든 것에서 음악을 듣는 (마치 [향수]의 주인공들의 세상 만물의 냄새를 맡듯이) 천재 소년이 음악을 통해서 잃어버린 부모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또한 고아 소년의 부모 찾기라는 면에서는 상당부분 19세기의 고전적인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에 기대고 있기도 하다.

[올리버 트위스트]에 대한 의존은 예상보다 꽤 커서, 거의 '번안'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이 오래된 대중 소설의 플롯이란 그동안 하도 우려먹어서 정말 케케묵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리버 트위스트]의 내용 중에서도 하필 가장 별볼일 없고 문제가 많은 대목만을 쏙쏙 뽑아서 시나리오를 씀으로써, [어거스트 러쉬]는 시나리오 상으로만 보면 그야말로 오갈 데 없는 신파조의 멜로드라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같이 본 사람은 시나리오가 거의 [디워] 수준이라고 혹평했는데, 딱이 그말을 반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솔직한 소감이다. 다만, 그 허술한 시나리오를 메꿔주고 있는 것은, 배우들의 매력과 공들인 음악 편집(음악 자체가 감동적이라기보다는!)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의 투자배급사가 이 영화에 관여했대서 그런지, 온갖 극장에 다 걸려있고 매우 적극적인 광고를 하고 있는, 게다가 '가족 영화'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관객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을 보니, 명색이 디킨즈에 관심있는 영문학도로서, [올리버 트위스트]와 [어거스트 러쉬]를 견주어 보는 것은 거의 '의무'로 느껴진다.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가장 낡아빠지고 시대착오적인 대목은 '신사'라는 것이 혈통으로 정해진다는 설정이다. 이러한 설정은 비록 구빈원에서 태어났으나 다른 아이들과 저절로(!) 구분되는 올리버의 '신사적'인 자질을 부각시킴으로써 드러난다. [어거스트 러쉬]에서도 주인공 에반(Freddie Highmore 분)의 비현실적인 재능이 오로지 음악을 하는 부모의 유전자로부터 온다는 설정이 기본인데, 이게 참, 요즘 시대에 한심한 관념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니까 에반의 재능이 남다르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특별한 재능이 부모의 혈통과 에반을 이어주는 증거라는 식의 설정이 유치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재능의 특출함이나 비현실성은 픽션에서는 눈감아 줄 수도 있는 수준이다. (물론 30초 동안 도레미파 음계 설명을 듣고 바로 작곡을 해대는 장면은 좀 너무하긴 했지만.ㅋ)

[올리버 트위스트]의 구빈원은 당시의 신구빈법의 폐해를 그대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설정이었고, 구빈원을 운영하는 위원회 또한 빈민들에 대한 당시의 부르주아적 관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풍자적 효과를 거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어거스트 러쉬]의 사회보장 체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우며, 고아 혹은 입양아들을 위한 시스템 자체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고아원에서 에반의 음악적 재능을 비웃는 소년들이 '저질'일 뿐이다. 따라서 한겨울 밤에 에반이 무작정 고아원을 나와서 길을 나서야만 했던 상황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도시로 온 주인공이 도시의 주변부를 떠도는 이들과 어울리게 되는 설정은 주인공의 성장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페이긴이라는 유태인이 이끄는 소매치기 조직은 [어거스트 러쉬]에서는 집 나온 아이들을 모아 떠돌이 악사나 앵벌이를 시키는 맥스웰 '위저드' 월리스(Robin Williams 분)로 바뀌는데, 위저드는 페이긴과 달리 아이들에게 명시적으로 도둑질이나 불법 행위를 시키는 것으로는 나오지 않으면서도 소매치기 왕초인 페이긴보다 훨씬 사악한 인물로 그려지는 것이다. 페이긴과 아트풀 도저로 대표되는 19세기 런던의 소매치기 집단은 비록 범법자들이기는 하나, 올리버에게 활기와 에너지가 넘치는 '유사 가족'을 제공하는 공동체이지만, 위저드의 집단은 처음으로 에반이 악기를 연주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 외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디킨즈가 플롯의 진행을 위해서 페이긴보다 훨씬 악독한 사익스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범법자들 사이에도 인간의 '급수'가 있다는 설정을 도입한 반면, [어거스트 러쉬]의 위저드는 실제로 에반에게 음악을 가르쳐준 '스승'이면서도 에반을 이용하고 에반의 행복을 가로막는 존재로만 그려진다. 아무리 악역을 해도 다소간 코믹한 느낌이 살아나는 로빈 윌리엄스라는 배우를 써서도 그렇게밖에 연출을 못 했을까, 갸우뚱해지는 순간이다. 교활하고 깍쟁이같은 느낌은 있지만 올리버에게 '형' 노릇을 톡톡히 해주는 아트풀 도저의 역할에 해당하는 아써는 [올리버 트위스트]의 아트풀 도저라는 캐릭터가 지닌 매력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에반에게 치여 질투와 시기를 일삼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에반을 도와주는 '뜬금부재액션'을 보여줄 뿐이다.

시나리오의 허술함은 그뿐만이 아니다. 너덜거리는 청바지 차림으로 노래하던 아일랜드 출신의 밴드 멤버인 루이스(Jonathan Rhy Meyers 분)가 갑자기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깔끔한 정장의 잘 나가는 직장인(외모로만 보면 무슨 펀드 매니저 느낌이다)이 되는 설정도 우습고, 인터넷 세상에서 서로를 그렇게까지 못 찾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라일라 노바첵(Keri Russell 분)의 이름은 그리 흔하지도 않으며, 더군다나 줄리어드 출신의, 첼로 연주를 하는 노바첵이라면 더더욱 몇 사람 안 될 것인데 말이다.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라는 배우가 밴드 멤버로 스크린에 등장하면 썩 잘 어울린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느낌을 주지 못하는 설정이다.

결정적인 위기 순간에 에반(a.k.a. 어거스트 러쉬)을 도와주는 흑인 목사와 소녀, 그리고 줄리어드 음대 교수진은 [올리버 트위스트]의 브라운로 가족과 낸시를 합친 역할에 해당하는 셈인데, 원작에서도 브라운로 파트는 워낙 현실감이 떨어져 재미가 없거니와, 이것을 21세기의 뉴욕으로 옮겨놓으니 더더욱 붕뜬 느낌을 줄 수밖에 없는 거다. 몇 살 때 교향곡을 작곡하고 어쩌고 하는 신동 모짜르트의 신화도 따지고 보면 순회 연주 여행을 통해서 수많은 음악 선생들을 만나게 하고 나름대로 매우 극성맞은 조기교육(?)을 시킨 아버지의 훈련 과정에 힘입은 바 크거니와, 어거스트 러쉬가 기타라는 악기를 처음 만져본지 몇 달만에 풀오케스트라용 랩소디를 작곡하여 무대에 올린다는 설정 자체는 황당함을 지나쳐 실소를 자아낸다.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난 보컬리스트라거나, 천재적인 기타리스트 정도라면 그래도 봐줄만 했을 것같다. 에반이 무슨 '해리 포터'도 아니고 말이다...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그리면서 결국은 그것이 자신이 원래 당연히 누려야 했던 계급적인 지위를 되찾는 설정으로 드러남으로써 딱이 그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었던 [올리버 트위스트]를 차용한 [어거스트 러쉬]는 원작의 바로 그 미흡한 점에만 잔뜩 기대고 있는 영화다. '엄마 찾아 삼만리' 식의 설정은 늘 어린 소년의 곤경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유능한 배우들과 공들인 음악을 받쳐주기에는 지나치게 식상하고 뻔한 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처음으로 기타를 '치는' 주인공의 환희에 찬 표정, 우연히 만난 부자가 기타로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의 따뜻한 느낌(위의 사진 참조-개인적으론 이 장면이 최고였다), 자연에서 음악을 듣는 첫 장면, 대도시의 소음이 주인공의 귀에 들어오면서 음악으로 바뀌는 장면, 첼로 연주와 록 밴드의 절묘한 편집 등, 꽤 공들여 찍은 장면들은 없지 않다. 문제는 그런 장면장면의 미덕이 너무나 허술한 시나리오에 밀려서 쉽게 잊혀진다는 점이다. 누적된 포인트로 교환한 무료 초대권으로 보았으니 망정이지, 더 많이 투덜거릴 뻔했다. 아마 돈 내고 봤더라면, 여러분, 꼬옥 보러가세요 (저만 칠천원 쓰고 말기는 억울하니까요), 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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