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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우울증: 이영민씨'들'에게 보내는 마음의 편지

작성자

bloom

작성일자

2007-12-09

이메일

bloom.pe.kr

조회

2901


finching님 집에서 퍼온 글이다. [딴지일보]에 실린 글이란다. 아래 글을 읽는다고, 나처럼 요즘 '대선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치유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한번 읽어볼 만하다.

이미 대권을 손에 쥔 것처럼 의기양양, 안하무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아무개씨가 '푸른 집'에 들어가면, 과연 수많은 '이영민씨들'은 그들이 바라는 안정된 일자리, 정규직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까? 새 세상이 활짤 열릴 수 있을까? 그렇게 믿는 거야 '이영민씨들'의 자유지만, 그게 얼마나 야무진 착각인지를 보여주는 글이다.

이번 겨울이 즐거워 미치겠다는 (내가 보기에는) 특이한 정치적 감수성을 지닌 이들도 꽤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 이번 대선의 겨울이 우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가장 현실에 예민해야 할 20대, 30대 젊은 세대들, '이영민씨'같은 이들이 지닌 현실감각, 정치의식의 천박함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세상 그렇게 허투루 살면 안된다. 꼼꼼히 따져야 할 중요한 문제들을 대충대충 넘기고 그렇게 섣불리 아무나 지지하면 곤란하다. 누굴 지지하는 거야 자유지만, 지지의 근거가 타당한지 정도는 살펴볼 줄 아는게 '젊은 세대'의 '패기'아닐까? 물론 기성세대라고 예외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씨가 집권하면 과연 안정된 일자리가 보장되는 세상이 활짝 열릴까? 나도 그렇게만 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건 내가 이씨를 지지하고 안하고와 상관없이 하는 말이다. 내가 요즘 약하게 앓고 있는 '대선우울증'의 이유? 스스로 내린 진단결과. 개혁우파나 진보파가 선거에서 패배했기 때문이 아니다. 경기에서 능력없는 쪽이 지는 거야 당연하다. 다만, 앞으로 5년, 혹은 10년 동안 전개될 보통사람들, 사회적 소수자들이 겪을 지금보다 더 피폐해질 삶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수많은 '이영민씨들'의 믿음대로 세상이 좋은 쪽으로 바뀐다면 참으로 잘된 일이리라. 그런데 정말 이씨가 집권하면 '이영민씨'들의 꿈은 이루어질까? 진짜 그럴 것인지 수많은 젊은 '이영민씨들'은 꼼꼼하게 따져보고, 이씨를 지지해도 늦지 않다. 안그러면 누구보다 자신이 고생한다.

수많은 '이영민씨들'을 양산한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할 말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내가 선거를 얼마 앞두고 88만원세대 '이영민씨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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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딴지일보/finching.net

[대선우울증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④이영민씨'들'에게 보내는 마음의 편지

2007.12.7.금요일

한 청년이 있다. 그는 올해 서른살인 '청년 백수'다. 원래는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며 4년제 대학에 입학했으나, IMF때 집안이 쫄딱 망하고, 제적당한 후 군대를 다녀오고, 다시 수능을 봐서 2년제 대학을 졸업했으나,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프시고, 어머니는 시장에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고 계신다.

그가 백수이기 때문에 잃어야 했던 것은 너무 많다. 친구가 떠나고, 사랑이 떠나고, 자존심도 송두리째 빼앗겼다. 비정규직으로 취직했을 때는 자기보다 나이어린 상사에게 굴욕적인 말도 들어야 했고, 가슴이 답답해 소화도 되지 않는다. 그는 ‘살려 달라’고 말했다. 사실 그의 소원은 소박한 것이다. 비싼 연봉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부모님의 시름을 덜어드리고, 사람구실 하는 것.

그가 울먹인다. 나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남일 같지가 않다. 이 사회가 청년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뭔가 바뀌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명박을 지지한다.......어?

이 무슨 반전이란 말인가? 아무리 절름발이가 범인이거나,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인 일이 비일비재한 사회라지만, 어째서 이번 역은 신촌역이고, 내리실 문은 오른쪽인데, 다음 역은 안드로메다란 말인가?

게다가 이런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얼마 전 '42-17=25'명의 현역 학생회장들의 이명박 지지선언이 있었다.('스펙이 딸리네효~' 따위의 말들은 단호히 배격한다.) 그들 역시 위의 화자와 마찬가지로 경제난과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이명박을 지지했다.

물론 가능성들을 배제 할 수는 없다. 하나는 모종의 '선지자적인 관점'을 이들이 공유하는 경우. 유사한 것으로는 외계인의 메시지, 예지몽, 위자보드를 통한 영혼의 응답 등이 있다. 이러한 것들을 통해 이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멋지게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미래의 상을 보았다면, 이 모든 의문은 한순간에 풀린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뒷거래가 있을 가능성이다. 이들을 청와대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이명박 후보 진영의 약속이 있었을 경우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다. 즉 '이명박 대통령 = 비정규직, 청년실업 해결'을 아무런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이 대한민국에 존재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나도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느니, 외계인을 믿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이란 존재는 참으로 알 수 없고, 경이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60억분의 1의 확률일지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고려해보아야 한다.

자 그렇다면, 앞의 지지 선언들로 돌아가서 자세히 살펴보자. 이 두 개의 선언은 동일한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경제난과 실업난이 심각하고, 비정규직목숨은 파리 목숨이다. 그러므로 이명박을 지지한다.'라는 것이다. 사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쫌 많이 난감하다. 그러나 차근차근 가보자.

먼저 전제들을 보자. 첫 번째, 경제가 어렵다. 정말 어려운가? 무역수지도 꼬박꼬박 사상최대치 흑자를 갱신하고 있고, 쁘띠거니와, 노대통령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열쇠, 한국경제의 파이널 퓨전으로 지목했던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코앞이다. 5%를 밑도는 저성장이 걸리긴 하지만,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경제체제가 계속해서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경우, 매우 위험한 것으로 본다. 이렇게만 보면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어진다.

버뜨, 이런 얘기는 길거리에서 잘못하다간, 날아오는 투척물들에 떡 실신당하기 딱 좋은 얘기라는 거 알거다. IMF이후 한국경제가 걸어온 길은 소위 말하는 '양극화'의 길이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란 이야기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공평하게 2천만원씩 번다는 얘기가 아니라, 2명이 1억6천을 벌 동안, 나머지 8명이 4천만원을 가지고 아귀다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가구당 평균부채가 3천만원을 돌파하고, 사채광고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굳이 어려운 경제학적 이론들을 끌어오지 않아도, 상위 20%를(최근에는 10%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는 어려운 시절임이 분명하다.

두 번째,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이 심각성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대졸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고졸이하로 내려가면 가히 경악스럽기 시작한다. 서민의 상징, 별 볼일 없는 남자주인공들의 드라마 속 직업이었던 9급 공무원이, 난데없이 사법고시를 방불케하는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일단 대학졸업만 하면 기업에서 모셔가고, 고등학교만 나와도 근근이 먹고사는 것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었던 시대의 이야기는, 단군신화나, 그리스-로마신화 정도의 거리감으로 들려온다.

물론, 이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는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늘 들려온다. 그리고 뒤이어서는 '눈높이를 낮추라'는 이야기도 셋트로 따라온다. 그러나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중소기업은 손으로 꼽을 정도고, 대체로 대기업의 하청수주에 목을 매고 있는 게 한국 중소기업의 실태다. 낮은 임금과, 고강도의 노동, 그리고 빈번한 임금체불과 실직의 위협 등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 누가 쉽사리 중소기업을 택할 수 있겠는가?

세 번째, 비정규직문제도 심각하다. 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IMF이후에 급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똑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도 낮고, 정년보장도 안 되는 거다. 생산라인에서부터 관공소까지, 비정규직은 온 사회 구석구석에 분포되어 있다. 이토록 비정규직이 많이 늘어난 이유는, 이른바 '노동유연성의 강화'라는 IMF의 명령이자, 신자유주의라고 일컬어지는 일련의 기조에 대한 한국경제의 합류 때문이다.

노동유연성이라는 것은 기업이 흔히 가변자본으로 표현되는 노동에 대한 지출을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다시 말해서 고용에 대한 각종 보장들을 폐지하고, 쉽게 고용해서, 쉽게 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영에 매우 유리하지만, 고용당하는 사람 쪽에서는 매우 불안정한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이 매우 낮은 한국에서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거나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또한 국회가 '비정규직 보호법'을 입법한 뒤에는 역설적으로 비정규직의 숫자만 늘어나고, 불법, 편법적인, 파견, 하청 등이 판을 치면서, 한국전반의 노동조건은 날이 갈수록 험난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 3개의 전제는 굳이 구구 절절히 썰을 풀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과 마음으로 절실히 느끼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혹시나 경총이나, 전경련 같은 단체에 소속이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뭔가 어려운 말을 하며, 한국사회의 노동경직성과 강성노조를 비판하겠지만, 버스비가 얼만지 잘 모르는 사람하고는 함부로 말 섞으면 안 된다.

자 그럼 이러한 전제에서 나온 결론을 보자. '그러므로 이명박을 지지한다.' 어째서? 사실 이들의 선언에는 어째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고작 드러난 것이라야,

"오로지 땀과 맨주먹 하나로 일어선 사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여 자아를 실현한 사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겨도 강한 추진력으로 해내는 지도자, 그가 바로 이명박 후보이다."(42-17=25인의 총학생회장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문)

"이번 선거에서 저는, 비정규직의 설움, 청년백수의 불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청년 백수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제 소중한 한 표를 줄 생각입니더. 부지런 하고 정직한 사람이 잘사는 나라, 일자리 넘치고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를 약속한 이명박 후보. 전 당신의 약속을 믿습니더."(이영민씨의 이명박 후보 지지 연설)

정도다. 이걸 두 가지로 축약하면 '명박오빠~꺄악~(>_<)~♡'과, '취직 시켜주세요.'이다. 동인지수준인 첫 번째는 논외로 하고, 두 번째 얘기의 근거를 찾아보자. 이명박이 우리를 취직시킬 것이다. 어떻게? 일자리창출을 한다고 약속 했으니까. 그런데 일자리 창출은 이명박 후보만이 내세운 것은 아니다. 후보 모두가 몇 백 만개 단위의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한 번 '어떻게?'가 나온다. 과연 전능하신 이명박 후보는 이 백수들을 어떻게 취직시킬 것인가?

여기서 이명박 후보가 약속한 '일자리'를 보자. 이명박 후보의 경제공약은 소위 말하는 747이다. 7%성장, 1인당 4만 달러소득, 세계7위 경제대국 입성이다. 이명박 후보의 일자리는 7%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면 (아마도)자동적으로 발생할 300만개의 일자리다. 소위 말하는 '파이를 키우자.'라는 빵 중독자들의 이야기의 반복이다. 물론 파이가 커지면 부스러기도 많이 떨어지므로, 민초들 연명하는데 에는 도움이 좀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 논리는 항상 분배문제를 서랍에 넣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럼 양극화는? 이후보님의 답변은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세요.^^(방긋)'되겠다.

그렇다면 청년백수 이영민씨의 바램대로, 많이 바라지 말도록 하자. 파이 한 조각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실한 부스러기 정도에 만족하며 살수도 있다. 일단 이영민씨가 울먹이며 소호했던 파리 목숨 비정규직 문제는 어째야 할까? 이 후보님의 답변을 들어보자.

"비정규직 문제는 정권교체를 통해 경제가 고성장하게 되면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한나라당 여성위원회 주최 토론회)

'비정규직 확산은 "고임금체제 하 가격경쟁력 확보 수단"이며, 이랜드 문제는 "준비 없는 차별시정제도 도입" 때문에 발생했으며, 이랜드 사측의 행위는 "불법은 아니나 외주화, 대량 계약해지는 '아쉬운 일'"이라고 평가한다.'(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8280)

역시 비정규직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 이기에 이랜드사태를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사실 이 후보는 기본적으로 비정규직에 '관심'이 없다.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능력 있는 CEO이다보니, 법인세인하, 소득세인하, 기업규제완화와 같은 기업걱정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르는 듯 하다.

즉, 이명박후보는 비정규직이 파리든, 모기든 별 관심이 없다. 이 후보의 일자리 300만개는 300만 마리의 파리를 더 만들겠다는 이야기일 공산이 크다. 기업이 잘되야, 우리도 잘 된다. 그런데 기업이 혼자만 잘되고 우리들은 시궁창이다. 이 후보님 어찌된 일인가요?'어허허허허허허허, 미안...^^'?

물론 호황이 엄청나게 일어나면 비정규직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호황은 어떻게 일어날 것이며, 일어난다 해도, 뒤이을 불황에는 또 어떻게 대비해야 하며, 양극화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설마...우.....운하!?

자 그럼 이쯤에서 어긋난 이야기를 바로 잡아보자. 전제 1,2,3에 동의를 한다면, 논리적인 귀결은? '민XX동당 입당' 혹은 '문X현 후보 지지' 되겠다. 거지도 동냥할 때 놀부한테는 안 가는 법인데, 나이도 젊은 사람들이 나무에서 물고기가 열리고, 우물에서 숭늉이 샘솟는 환상의 나라에서 살고 있으면, 나라의 미래는 어찌한단 말인가? 이게다 판타지 문학의 폐해인가? 정녕 톨킨을 부관참시하고, 이우혁을 구속시켜야 할까?

이명박이라는 개인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일 수는 있다. 그런데 한 개인의 경제적인 성공이 국가의 경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가? 효도르가 국방장관이 된다고 해서 나라가 갑자기 군사대국이 되나? 원더걸스가 검찰총장이 되면, 용의자들이 감추고 있던 사실들을 Tell Me해줄까?

나 역시 당장의 앞날이 불투명한 1人이다. 먹고살 걱정에 절박하고, 암울하고, '허총재님을 지지하고 건국훈장을 받아볼까..'라는 유혹이 하루에도 108번씩 휘몰아치곤 한다. 좌절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란 얘기는 나도 우습다. 젊으니까 뭐라도 하면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그저 낭만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궁지에 몰릴수록 정신 차려야한다. 물론 호랑이한테 물려 가면 아프다. 정신을 차리고 있어도, 살아남는 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밥그릇은 못챙겨 먹을 망정, 이용은 당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들, 정말로, 진짜로 정신 차려야 한다.

대선우울증 중증 3급 환자 겸 쿠바 이민 추진 위원회
쿠르세(curse1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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