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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영화 [디 워]와 파시스트들

작성자

bloom

작성일자

2007-08-11

이메일

bloom.pe.kr

조회

3989


심형래가 만들었다는 영화 [디 워]를 둘러싸고 소란스러운가보다. 나는 이 영화 아직 보지 못했다. 별로 보고 싶지도 않다. 뻔히 내용이 짐작되는 영화를 뭐 하러 보나? 나는 기본적으로 가족주의나 애국주의, 감상주의 코드로 무장된 대박영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까지 [친구],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하도 이 영화를 둘러싸고 시끄럽다니 한번 보기는 해야 할 텐데 지금 밖에 나와 있는 처지라 가능할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가 좋다, 나쁘다 평할 수는 없다. ‘물건’을 보고 판단할 일이다. 다만, 나는 이 영화를 둘러싼 논쟁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 싶다. 항간에는 이 영화를 ‘지지’(sic!)하면 애국자이고 그렇지 않으면 머시기라는 말도 안 되는 언사도 오간단다. 웃기는 짜장이다. 영화든 어떤 예술작품을 읽고 보거나 듣고나서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걸‘지지’한다는 건 도대체 무슨 뜻인가? 그게 말이 되나?

영화를 보고 좋든 싫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의견이 ‘감정’적인 감상을 넘어서 하나의 논리적 견해, 혹은 비평이 되려면 왜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미적 판단의 근거를 밝혀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입 다물어야 한다. 어느 영화를 ‘지지’하든 말든 그건 '애국주의' 영화애호가들의 자유이다. 하지만 그런 ‘지지’의 비평적 근거를 대지 못하겠으면 자신이 받은 떨리는 ‘감동’을 집에서 혼자 조용히, 혹은 열나게 곱씹으면 된다.

감상과 비평의 차이? 감상은 그저 ‘나 감동먹었어’라고 흥분해서 떠들면 그만이다. 하지만 비평은 자신이 받았다는‘감동’의 근거가 무엇인지, 내가 받았다는 감동이 혹시 가짜는 아닌지, 내가 어떤 영화(혹은 다른 장르의 예술작품)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그 취향의 미적 근거는 무엇인지를 냉정하고 논리적으로 성찰할 때 성립된다. 비평은 감상이나 감정적 반응에서 출발하지만 냉철한 분석과 설득력있는 논리로 끝난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가 보기에는 형편없는 이 영화를 혹독하게 비판했다는 이유로 진중권이 (그리고 이 영화를 비판했던 몇몇 사람들이) 애국주의 영화대중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단다. 황우석 사태에서 신물나게 목격했던, 대한민국 일부 대중들의 전매특허인 빌어먹을 ‘애국주의’ ‘민족주의’는 이렇게 코믹하게 되풀이된다. 내가 믿는 입장이 다수라는 이유만으로 소수인 상대방의 입장을 억압하고 뭇매질하는 짓은 어디서 배운 건가? 그런 짓을 하는 이들을 가리켜 어려운 말로 파시스트라고 한다. 쪽수의 많고 적음이 진리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상식이다. 이런 일을 볼 때마다 대한민국 사회가 시민적 양식을 지닌 사회인지 적이 의심스럽다.

이건 비평의 기본적 태도와도 관련된다. 비평의 기준은 오직 작품의 ‘수준’이다. 그리고 그 ‘수준’의 기준에 대한 논리적인 논쟁이다. 내가 어떤 작품을 왜 좋다고 나쁘다고 평가하는지, 그렇게 판단을 내리는 '기준‘은 과연 온당한지를 성찰하고 다른 입장들과의 의견교환을 통해 서로의 의견이 지닌 타당성을 점검하면서 더 설득력 있는 의견을 세워나가는 것. 그게 비평이다. 비평에서 '공론의 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따라서 비평이라는 '공론의 장‘에서 선험적으로 옳은 의견은 없다. 오직 그 옳음의 '기준'이 과연 타당한가, 그것만이 기준이다. 쪽수는 판단기준이 못된다.

진중권은 그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이 영화를 혹독하게 비판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 “지난 9일 진 교수는 <100분 토론>에 출현해 '디 워'의 흥행 코드는 "한국영화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겠다는 애국 코드와 한국의 것이라는 민족 코드, CG 국산화에 대한 자부심, 심형래 감독의 인생역전 코드"라고 지적하며 "정작 영화 '디 워'는 진짜 허술하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꼼꼼하게 지적하는 것이 평론가의 몫"이라며 "그런데 '디 워'에서는 주인공이 하는 일이 거의 없으며 주인공을 구해주는 것도 다 남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영화에 이야기가 없다"며 "배우가 연기를 못했다고 하는데 1급배우를 갖다 놓고도 대본이 없으면 연기를 할 수가 없다. 주인공이 헤어져도 슬프지가 않으니 용이 대신 울지 않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진 교수는 "'디 워'는 냉정하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냉정한 논의가 이뤄질 수가 없다. 영구아트센터에서 만든 CG 수준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더이상의 논의가 안된다"고 덧붙였다.”([프레시언] 기사)

되풀이 말하지만 하나의 의견이 단지 ‘감상’을 넘어 ‘비평’이나 입장이 되려면 왜 자신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그 감수성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진중권은 그 나름대로 자신의 입장을 제시했다.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왜 동의하지 않는지, 자신은 왜 이 영화를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논리적 근거를 밝혀 제시하면 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입 다물고 있으면 된다. [디 워]는 논리적 혹은 예술적 토론의 대상이다. 그걸 애국주의의 숭배 대상으로 만들면서 ‘지지’하는 것은 한편의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이다. 이런 웃기지도 않는 작태를 볼 때마다 한국사회에 제대로 된 대중예술교육, 더 나아가 시민교육의 필요성을 실감한다.

진중권의 인터뷰와 이 영화에 대한 감상글을 하나 퍼온다. 나는 둘 모두에 공감한다. 설령 내가 이 영화를 본다 한들 여기 퍼온 감상글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끝으로 한마디. 영화평론으로 밥 먹는 분들 입을 열고 발언하시라! 평론이 개입할 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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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마이뉴스

"<디 워> 영화 한 편에 사회가 미쳤다
말이 맞으면 됐지, 왜 표현 문제삼나?"
[인터뷰] <100분 토론>뒤 집중포화 맞은 진중권 교수
조은미(cool) 기자

▲ 9일밤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해 영화 <디 워>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단박에 화제에 오른 문화평론가인 진중권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사회가 미쳤다. 이게 정상이냐?"

지난 9일 밤 MBC <100분 토론>에 나가 영화 <디 워>에 대해 비판한 뒤, 일어난 일에 대해서 진중권 교수가 꼬집었다.

진중권 교수는 10일 하루종일 인기검색어 1위였다. <100분 토론> 시청자게시판과 <100분 토론> 관련 기사마다 진중권 교수를 비난하는 댓글이 빗발쳤다.

진중권 교수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조그만 영화 한 편 보고, 영화가 후졌다고 말했는데 그게 사회적 사건이 되는 게 말이 되냐?"며 "완전 미쳤다. 황우석 사태라면 이해가 간다"고 비판했다.

MBC <100분 토론> '<디 워>, 과연 한국영화의 희망인가'에 출연해 영화 <디 워>에 대해 신랄한 비판으로 뜨거운 도마에 오른 문화평론가이자 중앙대 겸임교수인 진중권 교수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는 심형래 감독의 팬카페가 공식 입장을 밝히기 전에 이뤄졌다. 진중권 교수는 인터뷰 기사가 나가기 직전 전화를 걸어와, "심형래 감독 팬카페에서 밝힌 공식 입장엔 차후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진중권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나간 뒤 반응이 보통이 아니다. 네티즌 반응을 보거나 방송을 봤나.

"심형래 감독 팬 카페와 MBC <100분 토론> 시청자게시판 반응을 봤다. 예상한 대로다. 새로 괜찮은 반론이라도 몇 개 건질까 해서 봤는데 없더라. '싸가지 없다', '예의가 없다', 주로 내 태도에 대한 술어들이다."

- 기분 나쁘지 않나.

"내가 기분 나쁠 게 뭐 있나. 자기들이 제풀에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데. 제대로 된 논리를 가진 단 한 사람이 무섭지, 논리 없는 수십만의 감정 덩어리는 나한테 아무 인상도 못 준다. 감정 덩어리가 아무리 뜨겁게 달아올라도, 그런 거 갖고 눈 하나 깜짝할 사람이 아니다."
ⓒ 쇼박스

- 진중권 교수가 <100분 토론>에서 말을 험하게 했다고 말들이 많다. 내용은 맞는데 표현 때문에라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더라.

"'내용은 맞는데'라고 했다면, 그건 이미 동의한 거다. 언제 내가 표현 방식에 동의해 달라고 했나? 내용에 동의했으면 그만이지. 누군가 말하기를 2+2=4라고 한다. 그런데 그 녀석 말하는 싸가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 동의 못 해주겠다? 옳은 얘기에 동의하는 게, 나를 위해서 동의를 해주는 건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동의하는 거지. 동의 안 하고 틀린 생각을 계속 갖고 있겠다면, 결국 자기들만 손해지……. 2+2의 값이 무엇인지 따지는 자리에서, '막말한다', '싸가지 없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를 계산의 값으로 얻어내는 사람들은 도대체 뇌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을까?"

- 토론하면서 <디 워>의 결말을 누설했다고 또 말들이 많다?

"영화 결말? 인터넷에 시놉시스 다 공개되어 있던데…. 결말이야 뻔한 거 아닌가? 나쁜 이무기는 죽고, 착한 이무기는 용 되고. <식스 센스>처럼 무슨 대단한 반전이 있는 영화도 아니고. 괜히 트집 잡는 거다. 그 정도 이야길 왜 못하냐. 영화가 무슨 일급비밀이나 되는 것도 아니고."

- MBC <100분 토론>이 나간 뒤 인터넷 포털에서 진중권 교수 이름이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더니 하루종일 1위에 머물며 화제다. 어떤가.

"이게 정상이냐? 영화를 본 다음에는 대개 '좋았다', 혹은 '나쁘다'고 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특정한 영화를 보고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했더니, 이게 졸지에 사회적 사건이 된다.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자꾸 돈, 돈 그러는데, 기업으로 따지면 400억짜리 자산 갖고, 300억짜리 제품 수출하는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그 일개 중소기업에 대한민국의 운명 전체가 걸린 것처럼 온 사회가 떠들썩하다.

황우석 사태라면 이해라도 간다. 적어도 사람들은 그 액수가 330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300억의 제작비, 혹은 700억의 투자비를 회수하고, 얼마나 이윤을 남기느냐가 문제 되는 상황인데, 거기에 대한민국 운명이라도 걸렸냐? 대한민국 전체 GDP 대비 몇 퍼센트나 된다고. 그런데 그거 가지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고……. 그러니 안 이상한가?"

- <디 워>는 언제 봤나.

"두 번 봤다. <씨네21>에 원고를 쓰기 위해 한번, <100분 토론> 나가기 위해 또 한 번 봤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평을 할 생각은 없었다. 네티즌들이 처음엔 (이송희일) 감독 조리돌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꼭지가 돌았다. 몰려다니면서 행패 부리다가 허탈해진 거, 황우석 사건 때에 이미 한번 겪어보지 않았던가? 포유류라면 신체 속에 최소한 실수를 통한 학습능력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지. 타인에게 피해를 줘가며 왜 그런 못된 짓을 자꾸 반복하는지.

▲ 9일밤에 열린 MBC <100분 토론>에서 영화 <디 워>를 비판한 문화평론가 진중권 교수가, 방송 뒤 격앙된 분위기에 대해 꼬집었다.
ⓒ MBC

하여튼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영화이길래 그걸 비판하면 신성모독이 되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정작 보고 나니,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조지 루카스나 스티븐 스필버그와 맞먹겠다고 공언하는 감독이 만든 영화의 구조가 아마추어 감독 것보다 못했기 때문이다.

신문 기자들도 그렇다. 한 개인이 조용히 자기 블로그에 쓴 넋두리를 무슨 목적으로 기사화해서 퍼뜨리냐. 그거 읽고 달려와 난동 부릴 거 뻔한데. 이렇게 해서 사람 하나 죄인 만들어놓고, 난동 부리는 네티즌 무리들과 더불어 '사과'를 하라는 둥 웃기지도 않은 짓거리를 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렇게 별것 아닌 것으로 트집 잡아 난동 부릴 때마다, 떼거리가 무서워서 자꾸 사과를 해주고 그러니,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는 거다. 집단 속에서만 용감한 그 사람들, 정작 떼거리 밖으로 나와 개인이 되면 면전에서 한마디도 못한다."

- 이번 <100분 토론>에 원래 심형래 감독도 초대했는데 안 나왔다고 하더라?

"그건 난 모른다. 그 자리에 심형래 감독이 있건 없건, 영화에 대한 평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 영화가 수준이 떨어지면 '형편없다'고 하는 것이지, 그 형편없는 영화 보고 감동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다고, 내가 그들의 견해를 말해야 할 의무를 갖는 것은 아니다. 웬만한 영화들은 그래도 평론가들끼지 평이 서로 어긋나곤 하는데, 적어도 <디 워>의 영화적 수준에 관해서는 평론가들 사이에 견해가 거의 보편적으로 일치한다."

- 진중권 교수가 <100분 토론>에서 구구절절 <디 워>를 평했다. 그런데 평론가들이 요즘 구구절절 <디 워>를 평한 게 보기 드물다. 평할 게 없어서라기보다, 혹시 몸을 사리는 거 아닌가.

"명색이 평론가인데 대중에 편승하여 허점투성이임에 분명한 영화를 칭찬하게 되면, 평론가들과 그들의 평론을 진지하게 읽어주는 독자들 사이에서는 바보가 된다. 그렇다고 대중을 거슬러서 이 영화의 질이 떨어진다고 조목조목 지적하게 되면, 대중들의 분노를 사서 그들에게 주리돌림 당한다. 그러니 칭찬도 못하고, 비판도 못 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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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inching.net

[디 워]에 대한 논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고, 영화의 내용이나 완성도와는 별 상관이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보인다. 심형래 감독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보 연기하던 개그맨이 아닌 그냥 영화인으로 평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이미 그는 '바보 영구'의 이미지를 [디 워]의 마케팅에 절묘하게 이용했고, 마치 한국의 영화계와 언론계가 자신을 멸시천대하고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그는 가방끈 길고 눈만 높은, 그러나 장사는 할 줄 모르는 영화 담당 기자들이나 평론가들과, 영화가 주는 순수한 재미를 즐길 줄 아는 평범한 관객을 갈라놓고, 자신을 그 '평범한' 관객과 같은 편에 놓았다. 이 명민한 마케팅 기법과 기묘한 애국주의가 결합하여 [디 워]는 일단 초반 흥행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중이며, 어느새 이 영화에 대해 딴죽을 거는 사람들은 '그래, 너 잘났다'는 비아냥, 혹은 '그럼 니가 함 해봐라'라는 힐난을 받는 지경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영화와 상관없이 하나의 사회적 이슈로서 따로 다뤄봐야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는 일단 영화 [디 워]에 관한 이야기만으로 한정해보기로 한다.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영화를 보는 나의 취향은 그리 고상한 편은 아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때로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기도 하고, 다른 매체에서 얻지 못하는 감동을 느끼기도 하지만, 또 다른 경우엔, 영화를 보면서 그냥 좀 복잡해져 있는 머리를 식히기도 하고, 정신연령을 한참 낮춰서 '유치한 즐거움'을 느끼는 데 온 몸을 집중하기도 한다. 따라서 [디 워]에 대한 내 소감은 방학 맞이 블록버스터에 열광하는 '유치한 나'의 입장에서 나온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18세기에 소설이 그랬고, 요즘 만화나 게임 같은 것이 그러하듯이, 20세기 초반에 등장한 영화라는 장르도 역시 "젊고, 게으르고, 무식한"(the young, the idel, and the ignorant - 18세기 영국에서 소설 독자들을 지칭하던 표현) 사람들의 것이었다. 도대체 기차가 역 안으로 들어온다든가, 꽃밭에 물을 주는 따위의 '움직이는 그림'을 보는 데 무슨 '지식'이나 '교양'이 필요했더란 말인가. 이러한 '대중성'의 전통은 영화의 속성을 규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시원하게 냉방된 극장에서 콜라와 팝콘을 벗삼아 눈앞에 펼쳐지는 비현실적이면서도 화려한 볼거리를 아무 생각 없이 두어시간 감상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오락이야말로 별 준비없이 즐거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도시인의 취미인 것이다.

모름지기 [디 워]를 보는 자세는 그래야 한다. [디 워]를 보러 가는 자세란 [타인의 삶]이나 [체리 향기] 같은 영화를 보는 것과는 전혀 달라야 한다는 거다. [디 워]에 대한 기자 시사 직후의 기사들은 CG며 볼거리는 좋은데 플롯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영 엉성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 막상 [디 워]를 본 관객들은 이게 뭐 예술영화냐, 어차피 [트랜스포머]나 [~맨] 같은 영화들도 줄거리는 엉성하다. 이 정도면 잘 한 거 아니냐, 볼거리는 괜찮더라, 라는 평가를 내렸다.

일요일 아침잠을 희생하고 아이와 함께 [디 워]를 관람한 소감을 솔직하게 말하자면, 정말 이건 '난감하다'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를 미국 시장에 내다 판다는데, 장사가 잘 안 되어서 팍 망해버려라, 라고 바라는 거야 사람 도리가 아닌 것같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영화' 중 가장 많이 팔린 영화가 되는 것, 그래서 [디 워]가 마치 한국 영화의 대표주자라도 되는 것처럼 인식되는 상황이야말로 정말 좀 창피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송희일 감독의 글이 썩 잘 쓰여졌다고 생각지도 않지만, '영화가 아니다'라는 그의 판단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음을 미리 말해둔다.

[디 워]가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 영화가 화려한 CG와 어설픈 플롯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기 때문이 아니라, 이 영화가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화려한 볼거리라는 바로 그 지점에서도 기본적인 영화 연출의 기본 문법을 체득하고 있지 못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심형래 감독 자신이 [디 워]의 강점이 아니라고 했던, 심지어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디 워]가 이런 류의 다른 미국 영화보다 특별히 못할 게 뭐냐고 했던, 플롯의 억지스러움이나 배우들의 뻣뻣한 연기, 이야기의 성급한 진행 등등, 이미 다 나왔던 이야기들은 제껴두고 순전히 '볼거리'의 측면에서만 따져보자. (물론 나는 '이런 종류'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이런 요소들이 꽤 중요하며, [디 워]는 이야기의 완성도나 플롯의 구성, 배우들의 연기라는 측면에서 거의 '재앙'의 수준이라고 보는 편이지만, 감독이 제일 자신있게 내세우는 부분에 대해서 평가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그 외의 문제는 일단 그냥 함구하기로 한다.)

우선 주인공들의 문제다. 별다른 플롯상의 참신함을 기대할 수 없는 이런 블록버스터에서 주인공의 캐릭터가 지닌 매력은 상당히 중요하다. '배트맨'의 이중적 생활에서 오는 은밀함, '스파이더 맨'의 성장기 청년의 불안정한 내면, 사회에서 소외된 'X 맨'들의 울분, '다이하드'의 피곤한 불루 칼라 형사, '미션 임파서블'이나 '007' 시리즈의 쿨하고 유능한 요원들, '데어데블'의 신체적 장애, 뺀질거리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해적 선장에 이르기까지...이런 주인공들의 성격은 극의 진행을 위해서나 볼거리의 풍요로움을 위해서나 필수적이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악당의 매력도 가미되어야 선-악의 단순 구도로 이루어진 이런 스토리의 재미가 한층 더 살아난다. 다스 베이더의 검은 투구, [다이하드 3]의 제레미 아이언즈의 줄 난닝구, 하다 못해 [오스틴 파워]의 그 민둥머리 악당, 문어 대가리의 괴기스런 악역까지, '기억할만한 악역'의 존재는 이런 블록버스터의 필수적인 구성요소다. 그러나, [디 워]는 주인공도, 악역도 밋밋하기만 하며, 도대체 어느 한 장면도 기억할만한 매력을 발산하지 못 한다.

특수효과로 생성된 괴물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이무기와 용을 한국적 문양에서 따왔다는 것은 알겠는데, 나머지 캐릭터들은 전혀 독창적이지 않다. 부라퀴의 군단이 보여주는 각종 기이한 괴물들의 모습이나 액션은 [반지의 제왕][던전 앤 드래곤][스타워즈][에라곤] 등등 흔히 보아오던 영화의 몇몇 장면들을 짜깁기한 것처럼 보여서 정말 '지대로 짝퉁필'이다. 민망하다.

더 큰 문제는 부라퀴가 LA 시내를 휩쓸고 다니며 새러를 찾아다니는 일련의 과정이다. 물론 리버티 빌딩을 휘감은 부라퀴의 모습이나, 지하 주차장을 뚫고 차를 추격하는 부라퀴의 모습 자체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장관이긴 했으나, 그건 단 몇초일 뿐이다. 그 모든 액션의 진행에는 관객들의 긴장을 놓았다 풀었다 하는 강약 조절의 '리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내가 이런 것도 만들 수 있거등, 저런 것도 만들었단다, 하면서 쉴새없이 '들이대는' 느낌에 보는 사람은 쉽사리 지쳐버리게 된다. 말하자면, 연이어서 떡볶이, 불닭, 해물탕과 매운갈비찜을 계속 먹어대는 느낌이랄까. 90분이 채 안되는 러닝타임이 그다지 짧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간단하고 유치한 줄거리를 커버해줄만큼 액션의 리듬이 살아있지 않기 때문이었던 것같다.

LA 시가지를 막고 탱크까지 동원하여 찍었다는 장면들을 보아도, 무작위로 탱크가 날아가고, 헬기가 거꾸러지고, 빌딩이 박살날 뿐, 그 모든 과정의 기-승-전-결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난동을 부리는 부라퀴 군단과 그것을 막아보려는 군인들의 싸움이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강도로 이어질 뿐이다. 조마조마하거나, 다음 장면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고, 참 오래도 한다, 라는 느낌. 말하자면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고 진행시켜나가는 편집의 묘미와, 전체적인 영화적 리듬을 만들어내는 연출력이 전적으로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운명을 거스르려는 남자와, 운명을 받아들이는 여자, 그리고 선한 이무기와 악한 부라퀴의 대립은 그 설정만 보면 꽤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었지만, [디 워]는 단순하다면 단순한 이 선악 구도의 스토리가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고, 게다가 현란한 그래픽에 들인 그 엄청난 돈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누군가는 [디 워]를 '1억원짜리 떡볶이'라고 비유했는데, 결정적인 문제는, 떡볶이의 맛조차도 그다지 좋지가 않다는 점이다.

또 하나 의아한 것은 코미디언 출신의 감독이 왜 자신의 코미디적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심형래 감독은 시종일관 너무 심각하다. 필시 '고무신용'으로 만들어졌음이 분명한 '컴플렉스 해소용'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것이 '개그맨'으로서 당한 설움에서 온 일종의 반작용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개그맨 심형래'를 좋아하던 나로서는 그 재능의 낭비 혹은 오용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잭의 골동품 가게에서 지나가던 할머니가 철조망에 머리를 들이박는 장면이나, '심씨네 동물원' 경비의 횡설수설하는 취조 장면과 병원 장면은 이 뻣뻣한 스토리 진행에서 그나마 잠깐이라도 생기발랄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었는데, 괴물 주인공들에게도 그런 어리버리한 캐릭터를 부여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유일하게 인정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CG의 기술적인 측면 정도였다. 그렇다면 영구아트무비는 영화를 만들 게 아니라, CG 기술 부문으로 자신의 사업을 특화하여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와 안정된 연출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와 감독을 발굴하거나 그런 사람들과 손을 잡는 것이 더 낫겠다는 얘기다. [디 워]를 영구아트무비의 CG 기술을 보여주는 '샘플링'으로 본다면 혹 다른 평가를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디자인의 독창성이나, CG 캐릭터와 실사 부분을 조합하여 톤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말이다.

[디 워]는 참 기이하고도 기구한 영화다. DJ 정부 시절 '신지식인 1호'였던 개그맨 출신의 감독의 못말리는 열정과, 어디서 끌어왔는지 알 수 없는 엄청난 자금과, '바보 영구'를 자신들과 동일시하여 그를 응원하고 그의 성공을 기원하는 수많은 '애국시민'들의 열의에 의해 어거지로 화제거리가 되어버린 영화. 그러나 그런 주변 상황을 다 잘라내고 그야말로 하나의 '오락거리'로 보자면, 이 영화에 과연 얼만큼의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인가.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한국' 기술에 의한 '심형래'의 영화가 아니었더라면 할리우드 A급 블록버스터에 눈높이가 맞춰진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동진의 말마따나 한국 영화의 기술적 향상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쉬리] 정도에서 족하다(그렇다, [쉬리]를 처음 보았을 때, 한국 영화에서 총의 종류에 따라 다른 음향이 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신기했던가). 그러니까 최단 기간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뉴스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영화로서' 보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해줄 뿐이다. 그래도 함 봐야지, 라는 아이의 말에 끌려 극장으로 간 나까지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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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 워]와 파시스트들 <- 현재글

bloom
200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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