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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생물학적 '여성'과 '성적 정체성'

작성자

bloom

작성일자

2007-07-25

이메일

bloom.pe.kr

조회

2841


어느 신문 칼럼에서 읽은 구절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수구’나 ‘박정희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부당하다. 한명숙 전 총리를 ‘이념’이나 ‘권력의지 부족’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부당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상대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 응답자들이 박근혜 전 대표나 한명숙 전 총리를 많이 지지한다. 성 정체성에 대한 자각 현상인 것 같다. 바람직하다. 박근혜 전 대표나 한명숙 전 총리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정치인을 평가할 때도 여성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나도 기본적으로 이런 지적에 공감한다. 나는 이 칼럼이 언급한 두 '여성' 정치인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지만, 이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치인을 평가할 때도 여성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뒤짚어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과연 이 칼럼의 지적대로 여론조사에서 "여성응답자들"이 이들 '여성' 정치인을 남성보다 더 지지한 것이 "성 정체성에 대한 자각현상"인가? 그게 반겨할 일인가? 내 생각에는 오히려 반대다. 특히 박씨를 그녀가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유권자들이 더 많이 지지하는 게 사실이라면, 그것은 반겨하기는커녕 씁쓸해하거나 서글퍼 해야 할 일이다. 특히 여성론자들이라면 말이다.

이 칼럼을 쓴 기자는 생물학적 '여성'과 여성의 "성적 정체성"을 혼동한다. "성정체성에 대한 자각"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고 지지하는 게 아니다. 이런 입장은 여성론에서 말하는 "성적 정체성"을 잘못 이해한 소치이다. 이 경우에 라캉이 도움이 된다. 라캉의 지적대로 "성정체성"은 생물학적 '여성' 혹은 '남성'의 문제가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일지라도 생물학적 남성보다 훨씬 가부장적일 수 있다. 그녀가 가부장제의 표지인 '아버지의 이름' 혹은 '팰러스'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 이름을 내면화한다면 말이다. 그럴 때 생물학적 '여성'은 남성적 "성적 정체성"을 지니게 된다. 그녀는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성적 정체성"에서는 사실상 '남성'이다. 라캉이 '성적 관계는 없다'는 테제로 강하게 표현한 주장의 요점이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여성유권자들이 박모씨나 한모씨, 혹은 다른 '여성' 정치인이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지지한다면 그건 한참 잘못된 일이지, 기뻐할 일이 아니다. 이 칼럼에서 언급된 여성 정치인들의 "성정체성" 혹은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과연 '여성적'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판단의 기준은 이들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인지 아닌지가 되어서는 안된다.

정치인으로 활동해오는 동안에 이들이나 다른 여성 정치인들이 한국의 여성문제에 깊은 고민을 보여주었는지, 여성의 사회적 문제에 민감한 정책이나 법안을 내놓았는지, 그도 아니면 적어도 정치나 정책에 있어 남성과는 다른 최소한이나마 여성문제에 민감한 "성정체성"을 보여주었는가 등이 '지지' 여부의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어느 여성 정치인을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그거야 각자의 자유 판단이다. 하지만 판단의 기준은 정치인이 보여준 정치와 정책의 "성정체성"이지 생물학적 '성'이 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나는 위의 칼럼의 주장을 뒤짚어 말하고 싶다. "정치인을 평가할 때도 여성을 차별해서는 안"되지만, 단지 생물학적 '여성'이라고 해서 그녀가 당연히 여성의 "성정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착각해서도 안된다. 생물학적 "성'과 "성정체성"은 같지 않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든 '여성'이든, 여성의 사회정치적 현실과 그들이 놓인 사회문화적인 억압의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구체적 고민을 정책으로 내세우는 이가 여성의 "성적 정체성"을 지닌 존재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생물학적 '여성' 혹은 '남성'의 표지에 현혹되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물론 나는 생물학적 '여성"이 이런 여성의 "성적 정체성"을 가질 가능성이 생물학적 '남성'보다 훨씬 높다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능성이 필연성은 아니다. 이 둘을 착각해서는 안된다. 한국의 (정치부) 기자들, 정치인들의 "성적 정체성" 문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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