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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과 사회학적 상상력

작성자

bloom

작성일자

200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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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476


1. 대박영화
나는 원래 대박(예상)영화는 잘 보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 [친구],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왕의 남자]도 보지 않았다. 앞으로도 별로 보고 싶지 않다. 왜 그러냐고? 별 이유야 없다. 그냥 남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보는 데 나까지 끼고 싶지 않다는 생래적인 거부감도 좀 있겠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영화들이 대략 표방하는 애국주의, 국가주의, 혹은 조폭의리 등의 정서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왕의 남자]는 좀 다르다고 하지만, 그것도 여기저기서 호들갑을 떨 정도로 좋은지는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아직 비디오로도 보지 않았다. 글쎄, [왕의 남자]는 조만간 빌려봐야지싶다.

2. [살인의 추억]과 [괴물]
그런데 대박이 예상되었고 예상한대로 엄청난 흥행성공을 거두고 있는 [괴물]은 봤다. 나로서는 꽤 부지런을 떨어서 개봉일에 봤다. 두가지 이유일 게다. 감독이 [플란다즈의 개], [살인의 추억]을 만든 봉준호이기 때문이고, 나온 배우들이 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를 본 전체적인 소감도 그리 실망스럽지 않았다. 무슨 희대의 걸작이라고 격찬을 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봉준호라는 이름에 걸맞는 영화라는 생각은 든다. 어떤 이들은 [살인의 추억]에서 감독이 보여줬던 영화조율의 능력, 즉 유머와 팽팽한 긴장감 사이에서 리듬감있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감독의 능력이 덜 표현된다고 불평도 하나 보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일단 영화의 소재가 다르다. [괴물]은 [살인의 추억]처럼 서스펜스나 이야기의 긴장감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 다시 말해 [살인의 추억]처럼 살인자가 누구일까, 괴물은 어떤 모양일까가 중요하지 않다. 괴물의 정체는 영화 초반부에 이미 ‘백주대낮’에 드러난다. 이점에서도 이 영화는 헐리웃에서 생산된 숱한 ‘괴물영화’들과 다르다.

3. 괴물
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 대해 ‘백가쟁명’식의 분석과 감상을 내놓고 있다. 나로서는 별로 그런 이야기들에 덧불일 것이 없다. 단지, 앞서 지적했듯이 이 영화의 핵심은 ‘괴물’이 아니다. 물론 괴물 자체의 표현도 나쁘지 않다. 헐리웃 영화에 비해 CG가 조금 어슬픈 구석도 눈에 띄지만 그거야 들인 돈이 헐리웃 영화들에 비하면 훨씬 적으니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들인 돈에 비하면 꽤 사실적이다. 아니 영화전체적으로 화면이 좋다. 한국영화에서 내가 제일 불만스러워 하는게 화면의 색조와 음향인데 음향은 여전히 불만스럽지만, 영화의 전체적 톤을 좌우하는 색조를 다루는 감독의 감각은 [살인의 추억]에서도 이미 보여주었듯이 대단하다. 한강의 이면을 낯설게 표현한다. 어떤 점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는 한강이라고 느끼게 할 정도로.

4. 반미주의?
어떤 이들은 이 영화가 반미주의(sic!)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영화라고 주장하다. 웃기는 주장이다. 아마 지금 몇몇 수구신문에서는 이 영화의 반미주의가 못마땅해서 비난은 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엄청 몰리고 있으니 눈치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동막골] 때처럼 말이다. 그런데 무엇이 반미주의인가? 괴물의 탄생과 관련된 설정 때문에? 미군의 포름알데히드 방류는 입증된 역사적 팩트이다. 그런 팩트로부터 괴물의 탄생을 이끌어 낸 것은 감독의 판단이다. 그리고 그건 나름의 개연성이 있는 판단이고 작가적 상상력의 표현이다. 그게 터무니없다고 느낀다면 왜 그렇게 느끼는지를 논거를 밝혀 반론을 펴면 된다. 그렇지 않고 단지 미국을 비판적으로 그린다고 반민주의라는 딱지를 붙인다면 너무 안이하다.

5. 괴물같은 사회와 국가
오히려 이 영화의 핵심적 문제의식은 괴물이 아니라 괴물같은 체제에 있다. 괴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소동을 통해 개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집단이고 체제이고 국가라는 사실이 되풀이 강조된다. 괴물의 바이러스 소동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개인의 말을 억압하는 체제의 괴물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다. 강두(송강호 분)의 표현대로 아무도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믿어주지 않는 사회와 국가가 바로 괴물이 아닌가. 그리고 그 괴물은 뇌물과 협잡으로 개인들을 착취한다. 그런 체제에서 한때 학생운동 했던 잘 나가는 전직 운동권출신 이동통신 직원은 몇푼의 현상금 때문에 후배를 팔아먹으려 든다.

영화의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사회비판의 장면들은 괴물소동과 맞물려 무엇이 진짜 괴물인지를 우리에게 되묻게 한다. 괴물은 한강에 독극물을 쏟아부은 이 사회가 낳은 존재이다. 괴물같은 사회가 낳은 괴물. 영화의 마지막에서 거창하지만 믿기 힘든 말들을 떠들어대는 티비 뉴스를 발로 꺼버리는 강두의 행동은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억압하는 그런 체제들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봉준호의 장기는 이런 주제들을 심각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풀어간다는 것이다. 그는 이야기의 리듬과 강약을 탈 줄 안다. 그리고 유머와 풍자를 적절하게 결합할 줄 안다. 내 생각에, 봉준호는한국영화에서 사회학적 상상력을 재미있고 설득력있게 전달할 줄 아는 몇 안되는 감독이다.

6. 배우들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감독도 감독이지만 배우들 때문이다. 송강호나 박해일의 연기야 이미 정평이 난 것이지만, 아버지 역을 한 변희봉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티브의 조역으로 쌓아온 경험이 녹아든 연기를 보여준다. 역시 연기는 그냥 잔재주로 하는 게 아니다. 배우와 스타는 그래서 다르다. 스타는 운 좋으면 될 수 있지만, 배우는 운만으로만 되는게 아니다. 배두나나 강두의 딸 현서역을 고아성을 비롯한 다른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괴물의 목소리는 오달수가 했단다. 어떻게 그런 소리를 만들어냈는지 신기하다.

7. 봉준호와 박찬욱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지금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감독은 박찬욱보다는 봉준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두 명다 한국영화의 기린아들이다. 나름의 자기 세계를 갖고 있다. 박찬욱도 좋은 감독이다. 하나의 작품으로 영화를 짜는 그의 능력은 대단하다. 인상적인 화면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좋다. 한 마디로 그는 스타일리스트이다. 그러나 스타일에 자족하면 문제가 생긴다. 나는 [친절한 금자씨]를 보면서 박찬욱이 이명세와 비슷한 탐미주의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영화의 힘은 단지 스타일에 있지 않다. 봉준호는 스타일에 주목하면서도 그 나름의 사회학적 상상력을 잃지 않는다. 여기서 사회학적 상상력은 단지 사회적 제재들을 영화 속에 끌어들인다는 뜻이 아니다. 개인의 삶이 어떻게 사회적 관계와 관계를 맺고 있는가라는 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쨌든 앞으로 한국영화의 기린아들인 박찬욱과 봉준호가 [금자씨]와 [괴물] 이후 어떠 행보를 보일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일이다.

8. 줄거리와 재미
문학이든 영화든, 좋은 작품은 줄거리만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줄거리를 채우는 디테일과 이야기의 구성이 주는 재미와 감동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좋은 작품은 직접 읽거나 봐야 한다. 남의 말이나 요약본으로 때울 수 없다는 말씀. 대박영화를 나까지 챙겨서 보랴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그리고 [괴물]이 무슨 영화사에 남을 걸작이라고 평가할 작품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헐리웃의 괴물영화와는 다른 한국의 괴물영화, 사회학적 상상력이 살아있는 괴물영화에 관심이 간다면 챙겨 보시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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