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세미나들

 *영미연 안팎 소식

 *이달의 학술행사

 *문화 리뷰

 *다른 집 가기

 *책읽기,세상읽기

연구회소개 / 회원가입 / 분과연구실 / 도서실 / 회의실 / 사이트맵 / 자료회원연구실 / 자유게시판

                     

제   목

 [괴물] 기대해도 괜찮아요

작성자

성은애[자료실]

작성일자

2006-07-30

이메일

조회

3642


성은애선생님 홈피에서 오랜만에 퍼온 영화평입니다.

출처: finching.net

[괴물] 기대해도 괜찮아요


어제 뒷북 마눌님에게 들은 얘기. 초등학교 4학년인 SJ가 얼마전, 애니메이션 [카]를 친구들과 보고 왔단다. 어땠냐고 하니까 저엉~말 재미있었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하더란다. 그런데 디이~게디게 유치한 예고편 봤어요, 와하핫, 넘 유치해요, 아 글쎄, 한강에서 괴물이 나온대요. 말이 돼요, 그게? ^^;;; 그렇...지? 봉준호 감독의 이름이 아니었더라면 [괴물]은 정말 유치한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괴물이란 우리 일상의 공간과는 멀찍이 떨어진 곳, 중간계나 우주, 최소한 미국 정도는 되어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게 되니까 말이다. 내가 매일 건너다니는 한강 다리 아래 괴물이 살아? 칫, 갑자기 [영구와 아기 공룡 쭈쭈] 류의 유치원생 여름방학용 영화가 생각나지 않더냐.

그런데 이게 만만치 않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역시 봉준호라는 말도 들리기 시작했다. 칸에서의 기립박수, 언론의 띄워주기, 시사회 이후의 호평들...글쎄, 스크린 쿼터도 축소되었고, 한국 영화를 살리자는 갸륵한 심정에서 칭찬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만...아무래도 이건 일반 관람객의 입장에서 썩 좋은 환경은 아니다. 다른 매체도 다소간 그렇지만, 특히나 영화는 어떤 정보와 기대 수준을 가지고 보는가에 따라 매우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의 세번째 장편 영화 [괴물](2006)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이 노출되었다. 개봉전에 나온 예고편에선 한강변의 잔디밭을 급습하는 괴물의 모습이 온전히 공개되기도 했고, 강두(송강호 분)의 가족 사항이며, 각 인물의 특징도 다 알려져 있었다. 강두의 중학생 딸 현서(고아성 분)가 괴물에게 잡혀가는데 이놈의 괴물이 특이하게도 사람을 잡는 족족 다 먹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하수구에 '저장'해놓을 줄도 아는 놈이라, 죽은 줄로 알았던 현서가 하수구에서 걸어온 휴대전화를 받고 온 가족이 괴물을 잡으러 분투하는 이야기라는 것도. 그리고 전형적인 '할리우드 엔딩'이 아니라는 것까지도.

아무 노력하지 않고 그냥 신문 정도만 봐도 이런 정도의 정보는 그냥 들어온다. 조금만 뒤지면 가족 구성원의 생사 여부에서 괴물을 잡는 구체적인 방법에 이르기까지 온갖 '스포일러'들을 다 만날 수 있다. 과연 [괴물]은 이런 '스포일러'들을 이겨낼만한 영화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플란다스의 개]나 [살인의 추억]을 돌이켜 생각하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스토리 자체의 기묘함이나 반전보다는 그 스토리 진행의 완급 조절, 달리 말해 '타이밍'으로 승부하는 영화다. [살인의 추억]은 연쇄 살인범을 잡는 '스릴러'의 모양새이지만, 이야기는 결국 수많은 여성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범인은 잡히지 않는 게 전부다. 이야기가 배배 꼬이거나 그 다음을 짐작하기 위해 머리터지게 생각해야 하는 영화도 아니다. 요약해놓으면 정말 허탈하지 않은가. 그러나 하나의 작품으로서 보여주는 완성도, 그리고 웃기면서 동시에 심각하게 만드는 그 감정의 무게만큼은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 봉준호 영화의 매력이다. [괴물] 역시 전형적인 봉준호의 영화이므로, 사실 괴물이 죽든 말든, 현서를 구하는 데 성공하든 실패하든, 강두의 가족 중 누가 사라지든 남든,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괴물]은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성공하기 어려운 '괴수 영화'의 장르에 한 획을 긋는 재미난 오락물인 동시에, 봉감독 특유의 썰렁한 블랙 유머가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탁월한 사회 풍자이기도 하고, 또한 가족의 의미와 '돌봄'의 주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가슴 따뜻한 감동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리고 서로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이런 가닥들을 감독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잘 꼬아놓았다.

물론 이 각각의 가닥들이 완벽하지는 않다. 엄청난 물량을 들인 스펙터클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괴물이 생각보다 매우 왜소하고 공기총 한두방에 비틀거릴 정도로 나약한 데 실망할 수도 있고, 괴물과의 사투가 좀 더 처절하게 진행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할 것이며, CG의 엉성함을 지적할 수도 있을터이다. 드라마의 촘촘함을 선호하는 관객들이라면, 가령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진 이후의 연결 과정이 좀 평범하다든가, 남일(박해일 분)을 구해주었던 노숙자 아저씨가 하필 막판 그 순간에 다시 등장하는 장면이나, 강두가 인질을 잡고 탈출하는 장면의 어설픔 같은 것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 풍자의 방식이 너무 직설적인 것이 맘에 안 드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사실 이 영화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기립박수를 받을 만하다.^^;) 한강 자체가 좀 더 전면적인 '주인공'이 되었으면 멋졌을 것이라는 얘기도 가능하겠다. 무엇보다도 어느 정도 관습적인 장면들이나 설정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괴수 영화의 장르적 특성과, 그것을 2006년 한국의 일상적 현실과 접목시키려는 대담한 시도 때문에, [살인의 추억]같은 자연스러운 흐름과 이야기의 완성도와 비교하면 다소 불리함을 안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요소들을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과 적절한 완급 조절로 결합시킨 감독의 역량과, 내공 깊은 배우들의 열연, 깔끔한 장면 처리 등은 이 영화를 단연 올 여름의 베스트로 주저없이 손꼽게 만든다. 특히 봉준호 감독이 아니면 만들 수 없을 것같은 몇몇 장면들은 저절로 감탄사를 자아낸다. 개인적으로 꼽아본 이 영화의 베스트.(영화를 안 본 분들에겐 의도와 달리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변희봉. 나 역시 봉준호 감독과 마찬가지로 변희봉이 수사반장의 악당이며 사극의 조역으로 등장하던 시절부터 그가 연기를 참 잘한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봉준호 감독과 나의 차이란, 그는 감독이 되어서 자신이 좋아하던 탤런트에게 새로운 배우 인생을 열도록 했으며, 나는 그것을 보고 '역시!'라며 감탄하고 있다는 것. 서툴고 산만하게 오징어를 굽는 강두 곁을 슬쩍 오가며 상황을 수습하는 장면, 손님의 오징어 다리를 훔쳐먹은 강두에게 "오징어란 말이다..."라며 설명해주는 장면 등. 물론 압권은 괴물과 박희봉이 정면으로 맞서는 장면. 별 대사 없이 괴물과 아들에게 번갈아 보내는 시선으로 많은 것을 전해주는 그의 연기에 전율을 느꼈다.

괴물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 놀랍게도 이 영화는 초반에 괴물의 모습을 온전하게 다 보여준다. 괴물의 디자인은 정말 미군이 한강에 '넓은 마음으로' 흘려버린 독극물로 기형이 된 생물체인 듯 느껴졌다. 기괴한 입, 징그러운 앞다리, 질질 끌려가는 듯한 애처로운 뒷다리, 불균형한 몸통과 긴 꼬리. 화창한 날의 한강변에 등장한 괴물은 포악하게 성질을 부리며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또 잡아갔지만, 어쩐지 그 괴물의 움직임은 당황한 듯 보였다. 인육의 맛을 잊지 못해 사람들을 습격하게 되었지만, 처음 올라와본 낯선 장소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스스로도 잘 몰라서 마구 신경질을 부리는 듯한 괴물의 움직임이 인상적. 교각 아래에서의 평양교예단같은 움직임과 괴물의 소굴인 좁은 공간에서의 움직임도 좋았다.

먹는 장면들. '돌봄'이라는 주제를 강하게 드러내는 이 영화에서 무엇을 먹는 장면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띤다. 중학생 되었으니 이제 괜찮지 않냐며 맥주에 빨대를 꽂아 딸에게 내미는 황당한 아빠 강두의 모습, 병원을 탈출하여 다시 매점으로 몰래 돌아가 컵라면과 만두를 먹는 가족들의 모습, 감당할 수 있는 한 닥치는대로 먹고 꾸역꾸역 찌꺼기를 토해내는 괴물의 모습, 그리고 '밥먹자'는 말에 발딱 일어나 따끈한 밥을 푸짐하게 떠서 입에 넣는 어린 세주.

썰렁황당하면서도 날이 서 있는 유머. 봉준호의 특기는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런 식의 웃음에 거부감이 있다면 '뭐야?'라고 안 웃어도 그만이지만, 정말 '귀엽지' 않은가.^^;; 실핀으로 손톱 때 파는 여자, 다들 침통한 분향소에서 주차 잘못 되었다며 '아반테!'를 외치는 아저씨, 빈소 앞에서 잠든 강두와 "지금 잠이 오냐"며 그를 걷어차는 남일, 심각하고 감동적인 아버지의 이야기에 꾸벅꾸벅 조는 자식들, 남은 총알을 손가락으로 꼽아보는 강두, 감금된 강두의 '노 바이러스?', 남일이 화염병 놓치는 장면 등등.

감금과 통제의 모티프. 괴물이 나타나자 당국은 한강 유역을 '폐쇄'하고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병원에 '감금'하며 바이러스를 이유로 사람들을 통제한다. 강두의 가족들은 아직도 살아있을 현서를 구하려고 병원을 탈출하여 한강변으로 가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통제 구역 바깥의 세상은 점점 '감옥'같이 되어가고, 가족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괴물과 대결하는 한강변으로 좁아진다. 괴물은 한강변의 사람들을 습격하지만, 괴물 역시 한강의 좁은 수로와 하수구에 감금된 신세다. 경찰, 병원, 방송 등의 공공기관은 미군의 통제 하에 움직이고, 모든 정보는 미국이 통제한다. 재난이 닥치면 공권력은 감금과 통제를 수단으로 상황을 수습하려 하지만, 상황을 수습하는 것은 항상 그러한 감금 상황을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힘없는 개인들의 연대다. 그런 면에서 [괴물]은 미국에 대한 반감이나, 공권력에 대한 조롱, 정부의 무능에 대한 비판보다 훨씬 근본적인 견지에서 현실의 무게와 그것을 감당하는 개인의 자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재미난 점을 여러가지로 꼽을 수 있겠으나, 역시 백문이불여일견.
"스포일러로는 망쳐지지 않는 영화"라는 말로 찬사를 대신한다.


 

   관련글 제목

작성자

작성일자

조회

[괴물] 기대해도 괜찮아요 <- 현재글

성은애[자료실]
2006-07-30
3642

[괴물]과 사회학적 상상력

bloom
2006-08-01
3475

 

 

 

연구회소개 | 회원 가입  |  분과 연구실  |  도서실  |  회의실  |  사이트맵  |  자료회원연구실 | 자유게시판

운영위  |  안과밖편집위  |  자료실편집위 |  영미문학연구 편집위 |  출판기획위번역평가위

Copyright 2001 All rights reserved SES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