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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과 편견]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

작성자

성은애[자료실]

작성일자

2006-04-04

이메일

조회

3739


출처: finching.net

도대체 왜 90년대 중반 이후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그렇게 줄지어 영화화되었는지에 관해서는 좀 더 심각한 분석이 필요할 듯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오스틴의 소설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은 10여년 전인 1995년에 TV용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져 피츠윌리엄 다시 역을 맡은 콜린 퍼스(Colin Firth)라는 배우를 스타로 만들었다. 콜린 퍼스는 그 뒤, 오스틴 풍으로 각색된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브리짓 존스의 일기 2]에 연속 하여 마크 다시 역으로 출연하였고, 거의 비슷하게 설정된 다시(Darcy)의 캐릭터를 세 번이나 연기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10년 후, [오만과 편견]은 다시 극장판으로 탄생한다. 영화는 아주 깔끔하게 각색되었고, 인물이나 대화를 '현대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우 현실감있는 원작의 힘을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영화로 전달하기엔 조금 지루할지 모르겠다 싶은 수다와 편지들은 간결하게 정리되었고, 소설로는 한참 설명해야 가능한 셋팅과 무도회 장면들은 섬세하고 꼼꼼하게 정리된 디테일 덕분에 시각적으로 잘 전달된다.

예를 들어, 연수입 2천 파운드 남짓에 딸 다섯이 우글대는 베넷씨의 집안과, 연수입 4-5천파운드의 빙리, 그리고 연 수입 1만 파운드를 자랑하는 다시의 집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영화는, 베넷씨가 죽은 다음 딸들의 운명이나, 리디아와 위컴이 결혼하기 위해 다시가 지출해야 했던 돈에 관련된 복잡한 계산, 빙리와 제인의 연애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를 시각적으로 매우 분명하게 보여준다.

[오만과 편견]은 그저 예쁜 옷과 리본으로 치장하고 무도회에서 멋진 남자를 만나 구애받고 결혼하는 '온실 속 화초'들의 '짝짓기' 놀이가, 그 뒤를 들여다보면 치열한 취업 경쟁 못지 않게 중대한 인생의 갈림길이 되는 '전쟁터'임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또한 오스틴의 소설이 대개 그러하듯, 그리고 도대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보이는 갑갑한 상황 속에서 생기발랄하고 속깊은 한 처녀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안간힘을 쓰며 싸워야 하는지에 관한 성실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물론 오스틴은 이 모든 상황을 자잘한 유머와 냉정한 거리감으로 바라보면서 독자에게 아기자기한 즐거움도 제공한다.

어떤 면에서 오스틴의 소설은 현재까지도 대중 문화의 한 축을 이루는 '로맨틱 코미디'의 원형을 제공하는데, 그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오만과 편견]은 수많은 대중 소설과 영화와 드라마를 거쳐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내이름은 김삼순]에 이르기까지 '원조의 힘'이 시대를 초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별달리 가진 것도 없고 전형적인 '여성다움'과는 거리가 먼, 그러나 생각이 반듯하고 당당한 여주인공, 부와 지위와 기타 등등을 다 갖추었으나 다만 성격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남자 주인공, 그리고 둘 사이의 고집과 오해, 오만과 편견, 열정과 갈등, 화해와 결합...뭐 이런 패턴 말이다. 주책맞은 엄마, 냉소적인 아버지, 철딱서니 없는 동생, 요조 숙녀 언니의 갑갑한 사랑, 속물에다 비열하지만 경제적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사내의 청혼, 현실에 밀려 경제적 조건에 순응하고 마는 친구, 사회적 지위를 내세워 여주인공을 있는대로 모욕하는 귀부인, 오빠의 결혼을 방해하는 여동생, 친절한 삼촌, 한 때 눈을 홀리게 만드는 멋진 바람둥이, 로맨틱 코미디에 나오는 모든 주변 인물들이 여기에 다 이미 나와있지 않은가.

적절한 짝을 찾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다. 두 사람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경제적인 조건을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 하긴, 그냥 일정 이상의 수입이 보장된 남자와 결혼하는 방법이 거의 유일한 생존의 방식이던 오스틴 시대가 차라리 좀 더 단순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단순화된 상황 속에서 펼쳐지는 남녀간의 미묘한 심리전과 갈등, 그리고 그 갈등의 해결을 따라가는 것이 영화 [오만과 편견]을 보는 가장 큰 재미일 것이다. 작가의 집요한 '해피 엔딩'이 걸리적거릴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다른 장르를 요구하는 것이니까 이 영화를 재미나게 보는 태도로는 적절치 않을 듯.

결혼은 비지니스이지만, 또한 비지니스여서는 안 되는, 결혼은 절대절명의 '미션'이지만 그렇다고 짝만 찾으면 만사형통은 아닌, 이 모순된 상황이야말로 남녀간의 구애와 결혼 이야기를 영원한 소재로 만드는 요인일 터이다. 누구나 엘리자베스 베넷(Keira Knightley 분)과 피츠윌리엄 다시(Matthew Macfadyen 분)처럼 행복한 결혼에 이르지는 못할지라도, 또한 이들의 결혼 이후가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을지라도, 잠시나마 달콤쌉싸름한 200년전 연애 이야기를 즐겨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일 것이다.

물론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가 그러하듯, [오만과 편견] 역시 여성의 시선과 환상과 기타 등등이 잔뜩 배어있는 영화다(내 경험상, 대개의 미혼 남성들은 제인 오스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 내내 엘리자베스 베닛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되니까 말이다. 수많은 미혼 여성들이 자신을 '삼순이'와 동일시 했듯이. 브리짓 존스와 삼순이의 팬들, 필 관람. 영문학 전공자들 무조건 관람. 워킹 타이틀 영화 팬들도 물론 관람. 단, 모름지기 영화에선 일단 여자들이 좀 벗어주시거나 아니면 피와 살이 튀고 5분에 한명씩 죽어나가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신 분들은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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