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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행복하세요?: 영화 <스윙걸즈> 단상

작성자

Bloom

작성일자

200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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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pe.kr

조회

3456


오랜만에 짬을 내서 영화를 두편 챙겨보았다. 요새 내가 가볍게 앓고 있는 '봄철 우울증'을 좀 달래보려고. <스윙걸즈>와 <오만과 편견>이다. 먼저 <스윙걸즈>에 대해 몇 마디. 이 영화는 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워터보이즈>를 만들었던 야쿠치 시노부 감독이 만든 영화이다. 일본영화의 어떤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재미있고 공연히 기분이 흐뭇해지는 영화이다. 일본영화의 특장은 역시 대단한 주제의식이나 이야기에서가 아니라 디테일의 정교함에 있다는 생각을 다시 갖게 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그리 새롭지않다. <워터보이즈>와 거의 비슷한 플롯이지만 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고등학교의 모습, 하기 싫은 보충수업, 그것도 무더운 여름의 보충수업에 찌든 그저 그런 여고생들의 교실 수업 장면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학교 밴드부에 도시락을 전해주자는 주인공 토모코(우에노 쥬리)의 아이디어에 넘어가 보충수업을 빼먹는다. 그리고 영화의 줄거리 전개상 당연하지만, 중간에 도시락 몰래 까먹기 등의 약간의 소동 때문에 내려야 할 역에서 내리지 못하게 되고 결국 늦게 전달된 도시락 때문에 밴드부 전원이 식중독에 걸린다.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대개 짐작가능하다. 그저 수업 빼먹을 생각에 일을 저질렀던 여고생들은 밴드부를 대신하기로 결심하고 재즈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러나 바로 치료받고 돌아온 밴드부원들 때문에 악기를 놓게 된다. 이후 몇 번의 반전을 거쳐 영화는 유쾌한 스윙공연으로 끝을 맺는다.

소설이나 영화든 이렇게 정리된 줄거리는 그 텍스트의 가치에 대해 거의 얘기해주는 게 없다. 직접 보고 읽고 느껴야 한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알게된 것은 꽤 되었다. 한참 전에 내가 종종 들르는 김규항의 홈피에 갔다가 집주인이 이 영화에 대해 아주 높은 평가를 하는 걸 읽고 꼭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냥 한가지만 말하고 싶다. 이 영화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의 즐거움과 행복에 관한 영화이다. 지금 하는 일, 지금 꾸려가는 당신의 생활, 즐겁고 행복하세요? 그런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여고생들은 우리가 잘 아는 그런 생활을 한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보충수업에 시달리고 그냥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학교 대충 다니던, 대충 철딱서니없는 친구들이다. 그러다가 문득, 우연히, 재즈 연주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점점 재즈 연주가 진짜 재미있고 즐겁다는 걸 느끼며 거기에 빠지게 된다. 식중독에서 예상 밖으로 빠르게 회보되어 돌아온 밴드부 때문에 이제 재미를 붙이던 빅밴드 연습을 중단하고 아무 일도 아닌 척하고 몰려나오면서 한꺼번에 터뜨리는 이들의 울음 장면은 그래서 그냥 웃기지만은 않다. 일단 어떤 일이든, 즐거움을 마음 깊이, 그리고 몸으로 느끼게 된 이후 그들의 생활을 달라진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그냥 하고 싶어 그걸 하게 된다. 생활의 즐거움은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서 온다.

사람은 어떤 일을 하고 있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행복하다. 그 일이 소위 세상에서 알아주는 일이든 아니든, 돈이 드는 일이든 아니든, 돈벌이가 되든 안되든, 폼나는 일이든 아니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즐겁고 행복하다. 그러나 누가 시켜서 해야 하는 일, 밥벌이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은 아무리 폼나는 일이어도 지겹고 괴로운 법이다. 하물며 억지로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하며 시간을 죽여야 하는 고교시절이야 말하여 뭐하랴.

하지만 그게 어찌 고교시절의 얘기일 뿐이랴. 나만 봐도 그렇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억지로 써야 하는 '논문'이나 격식을 갖춘 글을 쓸 때보다는 이렇게 소위 '연구업적' 쌓기에 아무 도움도 안되는 잡글을 생각나는 대로 쓸 때,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쓸 때, 그러면서 뭔가 생각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풀 때 즐겁고 좋다. 하지만 그게 어디 공부뿐이랴. 운동선수든 연예인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원해서 할 때 행복하다. 문제는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밥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냥 하기 싫어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한다. 그러면서 시간을 때운다. 그러다가 세월이 간다. 문득 정신이 들어 자신을 돌아보면 더이상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허망한 삶. 뒤늦은 깨달음.

그렇다면 어떻게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찾을 것인가. 이 유쾌한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거기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문득 발견하여 그저 달려 들을 수 있었던 철모르던 시절이 가버렸다는 사실에 대한 아련한 추억에서 오는 회한. 그렇다면 과연 지금,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며 그걸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 그건 밥벌이와는 별개로 고민해야 할 질문이라는 생각들. 나는 지금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

물론 이 영화는 그냥 별 생각 없이 봐도 재미있다. 역시 영화의 재미는 디테일에 있다. 적절한 유머와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만들어내는 재미. 특히 수학교사이자 엉터리 재즈지휘자 역을 맡은 다케나카 나오토의 연기는 좋다. 그는 <쉘 위 댄스>나 <워터보이즈>로 낯익은 배우인데 연기가 참 자연스럽다. 사는 게 머리 아프고 피곤하신가. 이 영화 챙겨보시라. 잠깐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지고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특히 마지막 몇분에 걸친 재즈연주장면은 절로 흥이 난다. 나같은 재즈 문외한이 듣기에도 그랬다. 좋은 영화는 어떤 의미에서든 팍팍한 삶에 위안과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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