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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형제] 너희가 동화를 믿느냐?

작성자

[퍼옴]성은애

작성일자

2005-11-22

이메일

조회

3804


출처: finching.net

겨자 색에 가까운 칙칙한 노랑색 표지에 [그림 동화집]이라는 표제가 붙은 동화책을 선물받은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2학년때쯤으로 기억된다. 그게 '그림책' 말고 내가 처음 완독했던 '동화책'이었다는 기억 때문일까, 그 책을 처음 펼쳐 들었을 때의 기분과, 속표지의 역자 사진, 책을 다 읽었을 때 그 두껍고 그림도 별로 없는 (왜 '그림 동화집'인데 '그림'이 없나, 하고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다 읽었다는 감격에 제일 뒷장에다가 "몇월 며칠에 다 읽음"이라고 색연필로 자랑스럽게 적어놓은 기억까지 생생하다.

2005년, 백설공주, 신데렐라, 라푼젤, 브레멘의 음악대, 헨젤과 그레텔, 어부의 아내, 용감한 재봉사, 빨간 모자와 늑대...익히 듣고 읽어 알고 있는 낯익은 동화들이 돌아왔다. 테리 길리엄(Terry Gilliam)의 손길을 거쳐 다시 선을 보인 [그림 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The Brothers Grimm, 2005)은 제이크(Heath Ledger 분)과 윌(Matt Damon 분) 형제가 바로 그들이 써낸 동화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모험을 펼치는 설정이다. 음...테리 길리엄의 명성에서 뭔가 기대하는 관객이 있다면, 일단 그의 이름은 잊어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미리 말해야겠다.

[그림 형제]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동화 속의 설정과 캐릭터들을 비꼬고 뒤집어 엄청난 컴퓨터 그래픽으로 도배된 모험담으로 만들어 놓은 영화인 동시에,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동화의 탄생 과정을 프랑스 혁명에 이은 전쟁 상황과 기괴한 환상과 전설을 몰아낸 근대적 합리주의의 대립이라는 역사적 상황으로 버무려낸 영화다.

물론 감독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측면, 즉 격변의 역사를 통해 드러나는 서로 다른 세계관의 충돌을 그려보고도 싶었겠으나, [그림 형제]는 황당한 셋팅 내에서의 생뚱맞은 두 형제의 모험담(그것도 속편을 기다리게 만들려는 속셈이 너무 뻔하게 보이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우리는 [슈렉]에서 디즈니의 동화적인 애니메이션 뒤틀기도 기억하고 있으므로, 동화 속 캐릭터들이 전혀 다른 맥락에서 등장한다고 해도 별반 놀라지 않는다. 응, 저런 거 어디서 많이 본 거야, 라고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그 모든 동화 속 캐릭터들이 마르바덴 숲에서 수백년 동안 잠들어있는 여왕의 전설을 중심으로 수렴된다고 해도 말이다.

[그림 형제]의 핵심은 윌과 제이크라는 형제의 캐릭터 설정에 있다. 좀 더 현실적이고 약빠른 형 윌과, 전설과 동화를 믿으며 노트에 하나하나 이야기를 적어나가는 제이크의 대비는 이 영화의 플롯을 진전시키는 핵심적인 요소다. [재크와 콩나무]라는 영국 동화의 주인공처럼 소를 팔아 콩 몇개 들고 왔다가 형에게 들입다 두들겨 맞던 제이크는 학자이자 작가가 되고자 했으나, 기계 장치를 동원하여 혼령과 악귀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쫒아내는 '쇼'를 통해서 돈을 벌어들이는 사기꾼 '고스트 버스터' 역할을 하는 스스로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 반면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형 윌(윌헬름)은 동생의 머리와 스토리텔링의 재능을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인물이다.

결국 이야기는 스스로도 반신반의했던 동화와 전설의 '진실'을 제이크가, 그리고 나아가서는 윌헬름까지도 진심으로 '믿게' 되는 데서 풀린다. 마르바덴 숲에 걸린 '마법'을 자신들같은 사기꾼의 트릭이 아니라 정말 '마법' 자체로서 받아들임으로써 그들은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해결책을 찾아내기도 한다. 이들은 '반계몽주의'를 택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며,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그 새로운 혁명의 기운으로 유럽을 휩쓸고 다니는 1890년대의 프랑스 군대와의 싸움에서도 승리한다.

역사나 무슨 사상 따위와 연관 시키지 말고, 그낭 멍하니 입벌리고 보기엔 나쁘지 않다. 이쁜 모니카 벨루치도 나오고, 동화 속 캐릭터들이 애니메이션 아닌 실사로 등장하는 것도 나름대로는 신기하다. 액션도 뭐 그저 그렇고 유머는 왕썰렁하지만 (특히나 잠자는 여왕의 라푼젤같은 긴 머리털이 뽑혀나가는 대목과 마지막의 키스신...쩝), 화려한 화면 덕에 그럭저럭 참고 봐줄 수 있다. 아, 영화에서 뭔가 감동 비스무레한 것이라도 좀 얻어가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분께는 '비추'다. 특히나 테리 길리엄의 숭배자들은 영화를 보고 '이 양반이 맛이 갔나...'하고 마구 화가 날 수도 있다.

* 사족: 실제 역사에선 제이크(제이콥)가 형이고, 윌(윌헬름)은 1살 연하의 동생이며, 이들은 1785년과 86년에 태어났으므로,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790년대 초에는 어린아이였을 것이다. 굳이 프랑스 혁명의 와중인 1790년대로 시대적 배경을 설정한 데에는 특별한 의도가 있을 것이나, 그런 역사적 의미들이 이 영화에서 그다지 잘 살아난 것같지는 않다. 왜냐면 어차피 영화 자체가 매우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이다. (가령 악단의 연주 장면에서 18세기에는 없었던 악기들이 등장한다든가, 1807년에서야 텍스트의 형태로 정착된 영국 동화 [재크와 콩나무] 이야기를 그림 형제들이 어릴 때 이야기에 접목시킨다든가...등등)

실제의 그림 형제는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생계를 위하여 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중 중세의 전설과 민담을 수집하여 정리하는 과정에서 민담설화집을 발간했으며, 나중에는 서지학, 언어학, 중세학에 대한 학문적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지냈다. 그러니까 둘이 유령을 퇴치하는 사기꾼 행각을 벌인 것도 모두 허구의 설정이다. 액션 모험 영화의 틀거리를 잡기 위해서, 혹은 캐릭터의 재미를 위해서 그리했을 것인데...그런 식의 캐릭터의 설정에 매력적인 여인이 끼어들고...우째 좀 뻔해서 지루하기도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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