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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거시기 황당 노출사건'과 '인디정신'

작성자

Bloom

작성일자

2005-08-02

이메일

bloom.pe.kr

조회

3383


오늘은 영화얘기, 음악얘기가 아니라 대중 음악판에서 벌어진 황당사건에 관한 단상 몇 개. 최근 모방송국에서 벌어졌다는 '거시기 황당노출 사건'에 대한 몇가지 토막생각이다.

나는 남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대중음악을 가끔 찾아 들을 정도의 관심은 있지만 이 나라 대중음악판의 흐름이나 이번에 문제가 된 '인디' 음악판의 세계, 혹은 인디밴드들이 즐겨 한다는 펑크니 락이니에 대해 거의 깡무식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황당한 사건'에는 오히려 나처럼 깡무식한 사람이 갖고 있는 '상식적 판단'이 나름대로 사태의 '진실'에 접근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몇가지 떠오르는 단상을 적는다.

1. 과연 이 나라 방송이 말의 참된 의미에서 '공중파 방송'인가 아닌가라는 문제는 잠깐 제쳐두자. 어쨌거나 공중파 방송에서 별로 이쁘지도 않은 지들 물건 내놓고 난리치는 짓은 내 생각에 진짜 웃긴다. 아니 짜증난다. 그 물건 내놓은 친구들이야 '주관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그거 내가 보기에 하나도 폼나지 않는다. 웃기고 철딱서니 없는 짓이다.

그런 짓은 자기방에서나, 아니면 자기들끼리 모여있는 연습장에서나, 아니면 자기들끼리 같이 가는 목욕탕에서나, 아니면 그런 것을 나름대로 이해해준다고 한다는 모대학근처 공연장이나 노래방에서 하면 된다. 왜 굳이 공중파 방송에 나와 그런 짓을 할 생각을 했을까. 가뜩이나 여러 가지로 짜증나는 데 아그들 철부지 같은 짓 보자고 시간내서 방송보는 것 아니다. 하기야 웃기지도 않는 연예인들의 작태를 보여주는 데 귀중한 방송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방송사들의 작태를 보면 그게 오십보백보지만 말이다.

2. 백보양보해서 자기들은 공영방송을 야유하고 기타 자신들 나름의 '행위예술'(sic!)로 뭔가심오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아니면 이도저도 말고 그냥 마음이 동해서 '오버'했다고 치자. 그렇게 마음먹고 '오버'하기로 했으며 끝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나는 전혀 즐겁지 않았지만 그런 행위에 그나마 일말의 동정이라고 갈게다. 다 사전에 짜고 그런 일을 저질렀으면 끝까지 책임있게 당당하면 된다. 그게 이른바 '인디밴드'의 정신아니던가. 당신들이 뭐라고 그러든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런 짓을 한 거니까 니들 불쾌한 것에 대해 상관안한다고, 당신들이 뭐라고 하든 우리는 신경 안쓴다고 말이다. 그랬으면 그나마 '흠, 너그들도 나름대로 뭔가 생각은 있구나'하고 이해는 하려고 했을 게다. 이번 황당사건이 내 심미안에 전혀 맞지 않고 거슬리는 짓이라는 판단을 잠시 유보하고 말이다.

3. 그런데 이 친구들 뭔가. 자기들의 주관적 의도야 뭐였든 보기에 별로 웃기지도 않는 '반문화적(sic!)' 거시기 내놓는 소동 벌이더니, 그것도 다 사전에 짜고 한 짓이라더니, 일 터진 다음에는 기껏 한다는 짓이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얼굴 감추고 죽을 상을 짓는거다. 난리도 아니다. 이게 할 말은 하고 산다는, '내 멋대로 하고 싶다'는 새로운 감수성, 혹은 인디밴드들의 감수성의 수준인가.

4. 이렇게 겉멋만 들어서 폼잡는 이들, 가짜들이 설치는 게 문제다. 대중문화판이든, 문화판이든, 정치판이든. (그러니 대중문화의 논리를 잘 알지도 못하는 명바기 아저씨같은 '원로' 혹은 '늙은 분'들이 이번 황당사건에 대해 같잖은 충고와 대책을 내놓는 것은 또 한편의 코미디이다.) 이런 '인디주의자들'이 입만 열면 멋있게 떠드는 말이 있다. "내 멋대로 살고 싶다!" 멋진 말처럼 들린다. 맞아 저런게 '인디정신'이지...

그런데 항상 그 다음 이어지는 말을 끝까지 들어야 이런 친구들의 '본색이 드러난다. "단, 사회가 정해준 틀 안에서, 대중문화의 생존법칙을 지키는 선 안에서. 어떻게든 한번 '뜨는' 것을 전제로 해서!" 겉멋든, 폼만 잡는 '자유주의'니 '유목주의'니 '자율주의'의 모습은 이렇게 드러나는 법이다. "탈주하고 싶어요. 단, '뜨는' 걸 전제로 해서요." '포즈'만 잡는 가짜 '인디정신'과 기회주의는 그렇게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그걸 모르면 철이 덜 든 거다. 어디서나 진정성없이 폼만 잡는 이들은 곧 그 속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번 사건은 그 극단적 예에 불과하다. 어쨌든 자기가 믿는 것을 끝까지 밀고 가는 'gut'가 없는 자들의 운명은 대개 비슷하다. 모든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니까.

5. 자신들은 멋있다고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음악, 하지만 실상은 별로 그렇게 대수로울 게 없는, 반문화적, 현실비판적 음악이 사실은 별게 아니라는 것, 그런 음악을 니들 귀엽게 놀고 있구나 하면서 입맛 다시며 맛있게 소화하는 대중문화의 논리와 힘. 그걸 전혀 알지 못하는 철부지들이 겉멋든 펑크니 락이니를 읊조리는 상황. 볼품없는 거시기 내놓는 것을 반문화적, 사회바판적 행위라고 야무지게 착각하는 (바라건대 아주 일부) 철부지 인디밴드들의 인식수준. 어쩌면 이번에 벌어진 '거시기황당노출사건'은 일부 인디밴드들의 천박하기 짝이 없는 '정치적 무의식'의 수준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6. 깊이있는 자기인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이들, '폼'잡아서 그저 한번 '뜨는' 데 데 목숨거는 이들이 설치는 건 정치판이든, 문화판이든, 학계든 비슷하다. 하기야 다 같이 한국사회라는 우물에서 나오는 지하수인데 그 물들이 다르기를 기대하는 것도 우습지만 말이다.

7. 우리 시대는 분명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어떻게든 '뜨면' 가치가 있는 걸로 평가되는 세상이다. 가치가 있기 때문에 뜨는 게 아니라 뜨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가치의 전도현상. 그게 대중문화의 논리요 힘이다. 그러나 진정 말의 참된 의미에서 인디밴드이든, 인디학자이든, 혹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인디 정치가가 되고 싶다면 바로 이 대중문화의 논리, 혹은 요새 유행하는 들뢰즈식 표현을 쓰자면, '자본주의 공리계'의 힘과 논리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에 맞서 그만큼 교활하고 노회하게 저항해야 한다. 철부지같이 아무 때나 이쁘지도 않은 거시기 내놓고 흔드는 걸 무슨 '저항'이라고 야무지게 착각하지 말고 말이다.

8. 그런 점에서 끝으로 충고 하나. 정말 인디밴드, 인디예술가가 되고 싶은가. 그러면 우선 '뜨고' 싶다는 욕망을 버리는 게 어떨까. '뜨면' 그게 가치있는 거라는 논리에 저항하는 게 어떨까.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그냥 하는 게 어떨까. 그렇게 해서 운좋게 뜨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거다. 하고 싶은 일 하는 게 인디의 생명이고 '인디 정신' 아니던가. 그게 싫으면 인디라는 이름을 버리고 대중문화의 안온한 품에 안기면 된다. 남이 하지 않는 '인디'의 길을 걷는다는 것,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란 말씀이다.

9. 하기야 이게 어디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자칭 '인디밴드'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랴. 현실에 맞서 저항하는 '진보적, 혹은 실천적' 지식인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싶어하는 '인디 지식인'들은 또 어떤가. 다른 데서도 말했지만, 선험적으로 미리 존재하는 '인디밴드'나 '인디지식인' 혹은 '진보주의자'나 '보수주의자'는 없다.

문제는 머리 속에 가지고 있(다고 믿)는 자기의 주관적 의도와 생각이 아니라 그런 의도와 말이 현실에 개입하여 '진보적' 효과를 가져왔을 때 그이는 사후적으로 인대밴드가 되고 인디 지식인이 되고 '진보주의자'로 '생성'되는 거다. 스스로에게 인디밴드, 인디지식인의 딱지를 붙이고 싶어하는 것의 나이브함은 이걸 모르는 데 있는 게 아닐까. 이제 그렇게 자기 이마에 딱지붙이는 걸로 자기 정체성을 규정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걸 아직도 모르는 게 이번 '황당 거시기 노출사건'의 핵심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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