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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80년대를 기억하는 노래

작성자

Bloom

작성일자

2005-06-12

이메일

bloom.pe.kr

조회

3867


영화가 아니라 음반 소개 하나.

지금은 거의 아무도 부르지도, 듣지도 않는 노래들이 되었지만 8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민중가요'는 익숙한 이름이다. (나는 지난 민주화운동의 역사는 기록되어야 하며 특히 그 시대 만들어지고 불린 노래들은 모두 역사의 기록으로 채록되고 다시 녹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살아남은 자'의 의무가 아닐까. ) 수많은 노래들이 만들어지고 불렸지만 그 중에도 가장 널리 불린 몇 곡의 노래들이 있다. '님을 위한 행진곡', '그날이 오면' '광야에서' 혹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이 그런 노래들이겠다. 그리고 그만큼 많이 불린 노래가 '벗이여 해방이 온다'이다.

아래 관련기사에서도 언급하듯이 이 노래는 1986년에 교련반대 및 반미시위도중 분신사망한 고 김세진, 이재호 추모곡이다. 한때는 학생운동, 민주화운동했다고 어쩌고 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팔아먹는, 그러면서 지금은 그와는 전혀 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나이도 별로 먹지 않은 운동권 명망가들을 나는 경멸한다. 하지만 이름 없이 그 시대를 버티고 심지어는 죽음으로 그 시대를 증언했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은 어쩌면 나같이 기회주의적으로 그 시대를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이지 않을까. 그런 기억조차 없다면 그들의 죽음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노래는 그런 과거의 기억을 오래 보존해주는 주요한 수단이다. 그런 노래들, '부활하는 산하,' '귀례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80년대에 나온 가장 뛰어난 노래중 하나인 '벗이여 해방이 온다'를 만든 이성지의 노래모음이 나왔다. 'reminiscence of '80s'라는 음반이다. 80년대를 회고한다? 그러나 그게 그냥 좋았던, 혹은 가슴 아팠던 시대에 대한 회고라면 별 의미 없다. 나는 문학에서든 음악에서든 복고조의 후일담은 별 의미없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팔아먹는 것, 자랑스러워 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음반은 과거의 '회상'을 통해 현재를 다시 사유하려는 한 작곡가의 고뇌의 기록이다. 그러니까 이 음반은 가수의 음반이 아니라 노래를 만든 사람의 음반이다. 그래서 '벗이여...'를 다시 부른 윤선애를 비롯한 많은 '민중가수'들이 참여하여 노래를 불렀다. 각 노래들마다 어떻게 그 노래들을 만들었는지, 작곡자의 후일담이 덧붙여져 그 노래들이 증언했던 시대를 증언한다.

그중 어느 글보다 마지막 노래인 '꿈꾸는 자를 위한 독백'에 달린 다음의 덧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이 음반이 그냥 회상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지향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 "1997년 미국생활을 접고 귀국했다. 10년만의 귀국이었다. 이 땅은 그동안 참 많이 변해 있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미 생활인이 되어버린 옛 벗들에겐 소시민의 모습이 가득할 뿐, 우리 함께 꾸었던 꿈에 대한 기억은 이제 멀리 저편 자락의 노래가 되어 버린 듯했다. 나또한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현실은 거대한 바퀴처럼 굴러가고 그 바퀴 속에 의지도 저항도 없이 감기면서 함께 굴러온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감쌌다.

1998년 1월 빚은 노래이다. 나또한 소시민으로 그저 하루하루를 영위할 수밖에 없는 현실 안에서 갑자기 과거의 꿈들이 그리웠다. 소시민으로 살아가더라도 철없게 꿈은 꾸면서 살고 싶었다. 젊은 시절이 찬란하고 아름다웠음은 꿈을 꾸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늘이 파랗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닿을 수 없이 멀리 있기 때문이며,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기에 찬란하고 아름다워 보일지도!"

아마 지금도 이런 노래들을 듣고, 혹은 들어줘야 하는 것은 "현실은 거대한 바퀴처럼 굴러가고 그 바퀴 속에 의지도 저항도 없이 감기면서 함께 굴러온 것이 우리네 삶"일지라도 꿈꾸기만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더 이상 '벗이여 해방은 온다'라고 말하기 힘들고 그런 말하는 사람들이 세상 물정 모르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는 시대가 되었더라도 한때 그런 '해방'을 위해 몸을 던진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꿈'을 꾼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만큼의 '인간다운' 삶이 가능했다는 기억은 간직하고 그들이 꾸었던 꿈을 새롭게 계승할 '의무'는 살아남은 사람에게 있는 게 아닐까. 물론 그 의무는 이제 80년대 식으로 시대의 '강제'에 의해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즐거운 꿈의 의무가 되어야겠지만 말이다. 음반 소개 기사를 같이 올린다.

-------------- 관련기사
[한겨레]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그날은 오리라, 자유의 넋으로 살아/ 벗이여 고이 가소서, 그대 뒤를 따르리니/ 그날은 오리라, 해방으로 물결 춤추는/ 벗이여 고이 가소서, 투쟁으로 함께하리니/ 그대 타는 불길로/ 반역의 어두움 뒤집어, 새날 새날을 여는구나~.”

<벗이여 해방이 온다>는 80년대 민중가요 중 가장 많이 불린 노래 가운데 하나다. 1986년 반미시위 도중 자신의 몸을 불살라 숨진 고 김세진·이재호씨의 추모곡이다. 노래를 작곡한 이창학(42)씨는 필명인 ‘이성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씨는 20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우연히 신림4거리 가야쇼핑 근처를 지나게 되면 섬뜩함과 아련함이 동시에 밀려온다”고 했다. 당시 그는 두 죽음 소식을 듣고 허구한 날 울면서 한달 동안 미친 듯이 곡을 썼다고 한다.

20년이 지나는 동안 그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80년대 말에 미국으로 건너가 물리학 박사가 됐다. 전혀 다른 삶을 살 줄 알았지만, 역시 음악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90년대 초 미국에서 동포청년들이 하던 문화행사에 참여해 공연 연출도 하고, 간간이 ‘노찾사’ 음반에 곡을 올리기도 했다. 97년 귀국한 뒤 강사 생활을 하는 등 음악과 동떨어진 일을 하던 그가 지난 5월27일 음반 를 냈다. <벗이여 해방이 온다>를 비롯해 <부활하는 산하> <한라산> 등 80년대 작곡한 곡들과 90년대 2, 3년에 한번꼴로 만든 곡들이 수록돼 있다.

음반을 낸 동기에 대해 그는 “상업적 성공의 근처에도 이르지 못할 것을 알지만 자서전처럼 내가 생산한 자식 같은 노래들을 한데 모아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물신의 은총을 받으려고 발버둥치는” 대열의 선두에 선 386들에게 “언젠간 언젠간 언젠간/ 우리 꿈꾸던 그 모습 그대론 아닐지라도/ 가슴속 울리던 노래 소리만이라도”(<언젠간> 중에서) 기억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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