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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자키 하야오의 "사랑"과 "마법(지식)"

작성자

장시기

작성일자

2005-01-03

이메일

조회

4539


미야자키 하야오의 “사랑”과 “지식(마법)”: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영화적 무대는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반의 국가적 권력이 판을 치는 전쟁 중에 있는 가장 근대적인 유럽이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럽의 근미래화가들이 상상으로 그려냈던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고 있는 <앵거리>의 세계”이다. 영화의 주인공 “소피”는 18살이다. 모자상점에서 쉴 틈 없이 모자를 만드는 일을 하는 18살 소녀, “소피”는 어느 날 오랜 만에 마을로 나가 우연히 “하울”을 만나게 된다. “하울”은 “핸섬하지만 조금 겁이 많은 청년 마법사”이다. 그리고 “황야의 마녀”가 등장한다. “하울”을 짝사랑하는 “황야의 마녀”는 “하울”과 “소피”가 갖는 잠간 동안의 해후를 오해하여 “소피”를 90살의 늙은 할머니로 만들어 버린다.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났더니 18살 소녀가 90살의 할머니로 변해버린 것이다. “소피”는 도저히 집에 머물 수가 없어서 집을 나오게 되고, 마침내 황무지를 헤매다가 하울이 사는 “움직이는 성”에서 가정부의 낯선 생활을 시작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사람들이 그토록 무서워하는 공포의 대상이며 신비의 대상이다. 그리고 “하울”은 “미녀의 심장만을 먹어치우는 괴물”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움직이는 성>은 4개의 다리로 걷고 수없이 다양한 것으로 변화되는 기괴한 살아있는 생물이다. “하울”과 “소피”의 기묘한 사랑과 모험의 이야기는 이 <움직이는 성>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이 <움직이는 성>의 주변에 황무지와 도시와 또 다른 고착된 <성>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내 머리 속에서 헤매던 또 다른 영상은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었다. <와호장룡>의 영화적 공간에는 성과 도시, 그리고 강호의 세계가 있는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타나는 영화적 공간도 성과 도시, 그리고 황무지의 세계가 있다. 두 영화에서 도시는 지배자이며 전쟁을 일삼는 왕이 살고 있는 성과 개개인의 노마드적 삶이 펼쳐지는 강호(혹은 황야)를 매개시키는 곳이다. 왕의 스파이들은 도시의 곳곳에 매복해 있고, 도시의 곳곳에는 또한 강호(혹은 황야)의 고수나 마법사들이 시시때때로 드나든다. 도시의 사람들은 성에 살고 있는 왕이나 지배자도 두려워하지만, 또한 강호나 황무지에 살고 있는 무림의 고수나 마법사들도 두려워한다.

서양이든 동양이든 간에 근대나 근대 이전, 혹은 탈근대의 세계에서 가장 문제적인 공간은 도시이다. 도시라는 공간을 서열과 지배를 수단으로 존재하는 성의 주변부로 규정할 것인가, 아니면 강호나 황야에 에워싸여 있는 오아시스로 규정할 것인가? 그것은 도시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삶과 그 시선에 달려있다. 성의 시선에 의하면, 도시를 구성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성으로 들어가려고 하거나 성의 스파이 노릇을 하려고 한다. 도시를 구성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남성들의 선택에 의하여 그들을 따라 성으로 들어가거나 성의 스파이들을 보조한다. 이러한 특성은 전쟁 중에 이주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도시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군인(정식 군인, 예비군, 민방위군 등등등)이나 스파이가 되어 성으로 대표되는 왕이나 국가에 봉사한다.

국가나 왕에 대한 남성들의 충성에 대한 보답으로 제공되는 것은 젊은 여성들이다. 따라서 국가나 왕의 지배를 받는 도시의 삶에서 소외되거나 저항의 가능성을 지닌 소수자들은 어린 소녀이거나 나이가 든 할머니들이다. 어린 소년은 남성이 되기를 꿈꾸며 전쟁놀이를 하고, 나이가 든 할아버지들은 “오! 옛날이여!”하며 젊은 날의 향수를 머금으며 수구 골통으로 되어간다. 그러나 강호나 황야의 시선에 의하면, 어린 소녀는 이웃 나라의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탈주를 꿈꾸며, 나이가 든 할머니는 전쟁의 도시문명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생성의 마법에 순응하는 법을 배운다. 어린 소년도 강호나 황야에 있는 먼 나라의 왕자가 되고자 하며, 사랑에 성공한 성인 남성과 여성은 그들만의 강호나 황야로 나아가 그 누구에게 침범밪지 않는 그들만의 왕국이나 성을 만들고자 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등장하는 “소피”는 전쟁의 와중에 있는 도시에 살고 있는 18살 소녀이다. 적과 아군의 이분법만이 존재하는 전쟁 중의 도시 속에서 “소피”가 열아홉 살, 혹은 스무 살의 여성이 된다는 것은 군인과 왕에게 몸과 정신을 헌신하는 “국가 정신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피”는 “아흔 살 먹은 할머니”가 된다. 그 이유가 “하울”을 사랑하는 “황무지 마녀”의 잘못된 질투에 의해서이건, 아니면 난생 처음으로 “하울”을 만나 치마가 너울너울 춤을 추거나 블라우스 속으로 바람이 들어가 부풀어 오르면서 하늘을 나는 황홀경 후의 가슴에 맺힌 사랑 때문이건 간에 “소피”는 할머니가 되어 여성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가족(어머니-딸의 관계)으로부터 벗어나 황무지로 탈주한다. 할머니가 되어 자유를 쟁취하는 것이다.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운 자들은 단지 할머니와 소녀들만이 아니다. 마치 <와호장룡>에 등장하는 무림의 고수들이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처럼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등장하는 마법을 지닌 마법사들도 전쟁으로부터 자유롭다. 검법이나 마법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삶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이다. 오늘날의 마법을 사람들은 흔히 이데올로기라고 부른다. ‘삶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은 “황무지(강호)”, “도시”, 그리고 “성(국가)”의 삶의 방식에 대한 지식이다. 따라서 마법을 지닌 “하울”과 “황무지 마녀”, 그리고 그들의 스승인 킹스베리 왕실 소속 마법사인 “설리먼”이 구가하는 삶에 대한 자유의 방식은 전혀 다르다. “설리먼”의 지식(마법)은 왕실을 지배하고 전쟁을 통하여 권력을 행사한다. “황무지 마녀”는 킹스베리 왕실 소속 마법사가 되고 싶지만 공적인 지식(마법)을 사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의 마법은 단지 개인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울”은 다르다. 그는 왕실 소속 마법사의 지식을 지니고 있지만 지배를 통하여 그 무엇을 “진(truth)”이라고 주장하지도 않고, 권력을 통하여 그 무엇을 “선(good)”이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의 관심은 오직 “미(beauty)”뿐이다. “아름다움”은 자유이다. 따라서 “하울”은 고착되어 지배하고 권력을 행사하는 왕실의 성에서 벗어나 “움직이는” 자유의 “성”을 만들었다. (미법이 지식이라는 점에서 “움직이는” 자유의 “성”은 오늘날의 대학이다.) 그의 “움직이는 성”은 또한 어린이이지만 순간적으로 노인이 되는 “마르클”과 더불어 “하울”로부터 벗어나 “악마”가 되고자 하는 “캘시퍼” 때문에 늘상 불안하다. 이 불안한 “하울”의 아름답고 자유로운 “움직이는 성”을 만들려는 “근대의 기획”을 완성시키기 위해선 순간순간 세상을 속이기 위하여 ‘애 늙은이’가 되는 “마르클”을 보살펴주고 ‘악마성’을 지니고 있는 “캘시퍼”를 감싸주는 온전한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이 필요하다. 소녀에서 할머니가 된 “소피”가 여성이 되기 위해선 “사랑”이 필요하다.

“하울”이 “미녀의 심장만을 먹어치운다는 소문”은 “황야의 마녀”가 지니고 있는 사적 이기주의의 헛소문이고 왕실 소속 마법사의 권력을 지속시키기 위한 이데올로기이다. “소피”는 할머니가 되어 헛소문으로부터 벗어나고, “하울”에 대한 사랑을 통하여 왕실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난다. “소피”의 버려진 것들에 대한 애정은 “카브(허수아비)”로 하여금 전쟁을 싫어하는 이웃나라의 왕자가 되게 한다. 그리고 “하울”과 “소피”의 사랑을 통하여 비록 작아졌지만 새롭게 완성되는 “움직이는 성”은 마침내 “왕실 소속 마법사”인 “설리먼”으로 하여금 “전쟁을 끝장”내게 만든다. “소피”와 같은 이 세상의 소녀들이 왕실이나 군사들, 혹은 국가 스파이의 정신대가 되지 않고 몸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할머니나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이 될 때, 여성을 소유하기 위하여 왕실 소속 지식인이나 국가적 남성이 감행하는 모든 근대의 전쟁은 끝날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하울”의 팬티나 엉덩이를 보여주는 아름다움의 섹시함으로 소녀들을 유혹한다. 열 살이나 열한 살의 소녀에서 벗어나 열여덟 살의 여성에게 인류의 미래를 짊어지게 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할아버지에게 축복의 박수를 보낸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오! 옛날이여!”하는 과거의 향수를 머금고 사는 늙은이가 아니라 열여덟 살 여성의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의 마법사이다. 그의 애니메이션들로 구성된 영화의 “움직이는 성”은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국가적 남성들을 파괴하고 “여성되기”를 노래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할아버지 “은퇴 운운 하지” 마시고 영화 하나 더 만들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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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미야자키 할배,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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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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