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세미나들

 *영미연 안팎 소식

 *이달의 학술행사

 *문화 리뷰

 *다른 집 가기

 *책읽기,세상읽기

연구회소개 / 회원가입 / 분과연구실 / 도서실 / 회의실 / 사이트맵 / 자료회원연구실 / 자유게시판

                     

제   목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림 속으로 들어간 일상

작성자

자료실(펌)

작성일자

2004-09-09

이메일

조회

5499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그림 속으로 들어간 일상

원문소스: finching.net


17세기 후반 네덜란드의 일상화가들은 마당을 청소하는 하녀나, 당근을 깎는 여인, 혹은 편지를 쓰는 아가씨가 성모 마리아나 올림푸스의 여신들만큼이나 아름답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흙먼지와 낡은 담장, 잡다한 부엌살림을 굳이 황금의 술잔이나 신화 속의 만찬으로 바꿔놓지 않고도 충분히 빛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렘브란트를 위시하여, 얀 스텐, 피테르 드 호흐, 프란스 할스, 헤라르트 테르보르흐, 가브리엘 메추, 헤라르트 도우, 카스파르 네체르, 그리고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주인공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ess Vermeer)는 무엇보다도 일상 생활의 모습을 그림의 틀 안으로 집어넣고, 가장 평범한 모습에서 가장 정제된 아름다움을 발견했던 화가다.

우유를 따르는 여인의 튼실한 팔뚝과 든든한 허리, 자연스러운 표정과 왼쪽 창에서 들어오는 햇볓의 따사로움을 표현한 노란 색조는 베르메르의 특징을 아주 잘 보여준다.

피터 웨버(Peter Weber)의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Pearl Earrings, 2004)는 델프트의 화가 베르메르가 '북구의 모나리자'라 일컬어지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그림을 그리게 된 경위를 가상으로 그려낸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유명한 예술 작품이 탄생한 경위에 대한 가상의 스토리는 그 작품에 대한 인상을 미리 지니고 있음으로 인해서 더욱 흥미진진한 것이 되는데, 이 영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탄생하는 과정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꾸며놓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역시 신원 미상의 모델을 둘러싼 이야기를 이미 알려진 베르메르의 전기적 사실과 뒤섞어서 그럴듯하게 그려놓았다.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게도, 베르메르의 집에 하녀로 오게된 어린 소녀 그리트(Scarlett Johansen 분)가 베르메르의 그림을 보면서 일상에서 다양한 색채와 형상을 보는 법을 배우고, 베르메르와 은밀한 예술적 공감을 나누다가, 급기야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모델이 되고, 그 상황을 질투한 베르메르의 아내에 의해 쫒겨나게 되는 스토리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가 아니라, 17세기 네덜란드의 일상을 포착한 화가의 그림들을 그대로 재현해 낸 듯한 화면이다.

첫 장면에서 우리는 양파와 적채, 비트, 당근, 감자 등을 써는 그리트의 손길을 보게 되는데, 이 장면은 마치 당시 네덜란드의 그림들에 나오는 부엌 풍경이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좁고 더러운 운하를 지나 도달한 베르메르의 집 부근은 베르메르의 그림에 나오는 길거리를 닮았으며, 빨래 너는 여인, 그리고 우람한 몸집의 하녀 또한 이 당시의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한다. 베르메르의 응접실에 놓인 소형 피아노는 베르메르의 그림 [버지널을 연주하는 여인]에 나오는 건반과 똑같고, 그가 그린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이나 [와인 잔을 든 여인] 같은 그림들 역시 그대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

무엇보다 흥미진진한 것은 베르메르가 [물병과 여인]이라는 그림을 그리게 된 과정이다.
처음에 바탕색만을 칠한 상태의 그림을 본 그리트는 색깔들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자 베르메르는 치마 부분을 가리키며 우선 검은 색으로 바탕을 칠하고 그 위에 엷게 푸른 색을 칠하면 바탕색이 우러나면서 제 색깔이 나온다고 설명한다. 그리고는 그리트에게 물감 배합 일을 맡긴다. 그리트는 비로소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색깔들을 알아보는 법을 배우며 희열을 느낀다.

그러자 그리트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림 속 여인의 앞 쪽에는 원래 의자가 하나 그려져 있었다. 어느날 그리트는 화실을 청소하다가 그 의자를 쓰윽 치워버린다. 그리고는 다음 날 베르메르의 그림을 들추자, 의자는 어느새 지워져 있다. 베르메르는 그리트에게 왜 의자를 치웠느냐고 묻는다. 그리트는 여인이 '갇혀 있는 것같아서'라고 말한다. 물론 우리가 보는 그림에는 의자가 없고, 의자가 없는 편이 훨씬 낫다.

북구의 모나리자로 칭송받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베르메르의 다른 어떤 그림보다 관능적이고 생생한 아름다움이 살아있다. 청교도들이 늘 쓰는(사실 베르메르는 원래 청교도였으나 그의 처가는 가톨릭이었다) 흰 두건 대신 푸른 천과 노란 천으로 이국적인 터번 모양의 머리 수건을 쓴 이 소녀는 둥글고 큰 눈동자, 육감적으로 벌린 빛나는 입술, 베르메르의 그림에서는 보기 드물게 화가를 똑바로 쳐다보는 시선 등, 베르메르의 조용하고 깔끔한 일상 예찬의 그림들에 비해 눈에 띄게 매력적이다.

영화는 수줍은 청교도 처녀 그리트가 어떻게 해서 귀에다가 주인 마님의 진주 귀걸이를 걸고 저런 모양으로 포즈를 취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저 신비로운 표정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그 후일담은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추적한다. 분명 성적인 암시를 담고 있는 귀뚫는 장면에서 그리트는 순진한 얼굴에 이제 마악 사랑의 희열과 고통을 깨달은 오묘한 표정을 떠올리지만, 그녀는 끝이 뻔한 베르메르와의 정사 대신 손에서 선지피 냄새를 풍기는 푸줏간 청년 피터에게 달려간다.

최고의 피쯔윌리엄 다씨로 기억에 남아 있는 콜린 퍼스가 연기한 베르메르는 억눌린 열정을 그림에 쏟아부어 신비로운 눈매와 육감적인 입술을 지닌 그리트의 얼굴을 재현하고, 그리트는 그 완성품을 보고는 자신의 속까지 꿰뚫어보았다며 그림의 위력에 압도된다. 물론 그 그림을 보고 격렬하게 반응하는 베르메르의 아내 카타리나 역시 그 그림의 의미를 꿰뚫고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일상은 화가의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서 빛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로 변하고, 다시 화폭에 고정된다. 그리고 그 그림들이 다시 '움직이는 그림'이 되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속에서 우리를 17세기 네덜란드로 데려간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베르메르의 걸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고정되어 '역사'로 남는다. 영화가 '움직이는 그림'의 예술임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영화.





 

   관련글 제목

작성자

작성일자

조회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림 속으로 들어간 일상 <- 현재글

자료실(펌)
2004-09-09
5499

 

 

 

연구회소개 | 회원 가입  |  분과 연구실  |  도서실  |  회의실  |  사이트맵  |  자료회원연구실 | 자유게시판

운영위  |  안과밖편집위  |  자료실편집위 |  영미문학연구 편집위 |  출판기획위번역평가위

Copyright 2001 All rights reserved SES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