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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72년 런던델리, 80년 광주, 오늘 이라크

작성자

오길영

작성일자

2004-06-22

이메일

조회

4356


1. 영화 Bloody Sunday를 보았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극장 안에는 불과 몇사람만이 앉아 있었다. 하기야 요새 같이 가벼움의 가치가 숭상되는 시대에 이런 '무거운' 영화를 볼 사람이 얼마나 되랴.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는 여기저기 소개가 되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영화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북아일랜드 분쟁의 역사를 약간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2. 1968년 아일랜드 공화군(IRA)가 영국을 상대로 무장 테러활동을 시작하자 신교계도 얼스터 민병대를 조직, 신교도와 구교도간의 갈등은 불신의 감정을 넘어 살육과 폭력으로 점철된 내전으로 악화됐다. 대략 17-18세기 이래, 구교도가 다수인 아일랜드의 효과적 통치를 위해 영국은 북아일랜드 지역에 다수의 신교도들을 이주시켜 일종의 수적 우위를 도모하였고, 여기서 종교적 대립이 싹텄다. (참고로 아일랜드 공화군은 1910-20년대의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통해 조직된 일종의 민병대 조직이다. 1922년 완전독립국가가 아니라 자치권만을 부여받은 아일랜드 자유국(Irish Free state)이 성립되면서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직접통치에 들어갔고 부분적인 자치권만을 부여받았다.)
제2 차 세계대전 뒤 영국의 복지행정은 북아일랜드의 가톨릭차별을 한층 두드러지게 하였다. 특히 주택문제에서 주택조합이 설립되어 공영주택 건설이 진행되자 불평등한 배당이 가톨릭계의 강한 반발을 가져왔다.

3. 60년대가 되면서 취직차별·불평등선거권 등 모든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반대가 높아졌다. 이를 조직화한 것이 67년 결성된 북아일랜드공민권협회이다. 선거에서 1인 1표는 누가 보아도 당연한 것이었고, 프로테스탄트의 지지도 있어서 연합주의자들의 정부도 개혁을 약속했다. 개혁을 저지하려는 프로테스탄트 과격파는 67년 4월 온건파정부를 무너뜨리고 가톨릭을 위협하였다. 이 영화가 다루는, 1972년 1월 31일에 발생한 런던데리의 'Bloody Sunday" 사건이나 벨파스트와 그 밖의 다른 도시로 퍼져 신구교 주민의 대충돌을 야기시킨 사건의 배경은 여기에 있다. 신구교 연합주의 정책을 통한 해결에 실패한 영국은 72년 3월, 그러니까 블러디 선데이 사건 두달 뒤 북아일랜드정부와 의회를 폐지하고 직접 통치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프로테스탄트 과격파는 총파업과 무력투쟁으로 맞섰다. 본격적인 북아일랜드 분쟁의 시작이었다.

4. 럴던데리 시위 진압에서 영국정부군은 시민권의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해 13명이 사망, 14명이 부상하였다. 그리고 98년 평화협정까지 양측의 크고 작은 유혈 사건으로 약 3,000여명에 이르는 무고한 목숨이 희생됐다. 이처럼 사태 해결이 꼬여가던 아일랜드 분쟁은 1997년 IRA가 휴전을 선언하고 신교계 과격파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해빙 기류를 맞게 된다. 급속한 화해 분위기속에 영국, 아일랜드, 북아일랜드 신구교도 등 분쟁 당사자 모두가 참석한 다자회담이 1998년 4월 개최되었고 이 회담에서 역사적인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대충 북아일랜드 분쟁의 배경은 이렇다.

5.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분쟁의 역사적 배경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영화는 아주 냉철하게 1972년 1월 31일의 급박했던 현장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데 그친다. 그런 점에서 영국와 아일랜드의 식민주의 역사를 모르는 이에게는 불친절한 영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영화의 형식은 어느 정도는 의도된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유사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사건 맥락의 의도적 삭제를 통해 영화 텍스트 밖으로 나갈 것을, 영화 밖의 역사를 돌아볼 것을 관객에게 요구한다.

그리고 묻는다. 이런 학살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하신가? 그렇다면 영화텍스트 밖으로 나가 그 원인을 찾아보시라. 그리고 이런 일이 과연 30여전 아일랜드에서만 일어난 일인지 생각해보시라. 그런 권유를 관객에게 한다. 그리고 그 권유를 받아들일때 나 같은 관객들이, 이 사건 뒤 불과 8년뒤에 한국에서 벌어진 비슷한 학살의 기억을 상기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6. 이 영화는 '의사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진짜' 다큐멘터리를 패로디한다. 언뜻 보기에 영화는 '진짜'(?) 다큐멘터리처럼 '객관적'으로 사건을 전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의 그런 기법은 오히려 '객관성'을 참칭하는 다큐메멘터리의 맹점을 파고든다. 그리고 묻는다. 그런 객관성이 과연 가능하냐고. 카메라의 렌즈는 이미 그것이 어떤 대상을 포착하는 순간 특정한 시각을 내재화한다.

영화는 겉으로 보이는 카메라의 객관성 뒤에 숨긴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의 움직임을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그런 객관적 재현의 논리를 해체한다. 영화의 구성은 평화적 시위를 진행하려는 시위 주동세력(위의 역사적 배경에서 언급된 연합주의자 세력), 주요 진압부대였던 공수부대원들, 그리고 평화시위보다는 물리적(혹은 폭력적?) 시위를 시도하는 급진세력을 대변하는 인물 등 각 진영의 세 인물을 고르게 조명한다. 이렇게 이 영화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다큐멘터리의 '객관성'을 확보한 것처럼 보인다.

7. 그러나 영화는 그렇게 냉철해보이는 카메라에 포착한 객관성의 허구성을 제시하다. 진실과 거짓 앞에 동요하다 결국은 거짓 쪽에 서는 공수부대원의 모습. 과격해 보이지만 동시에 체포를 두려워하고 그러면서도 시위에 참여해 결국 죽고 영국군에 의해 폭도로 포장되는 젊은이의 모습. 비폭력의 가치를 믿지만 무고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비폭력을 설교할 수 없게 되었다고 믿는 시위 주동 하원의원의 모습.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 하나는 학살이 끝난 뒤 젊은이들이 IRA의 비밀집결장소에 하나둘씩 모여 공화군에 가입하면서 소총을 받아드는 장면이다.)

이런 모습들은 카메라가 내재화한 시각을 보여준다. 그렇게 모든 사실의 객관적 제시는 이미 특정한 입장에서 구성된 것임을 보여준다. 카메라가 포착한 이런 모습들은 과연 어떤 사건을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게 가능한지를 묻는다. 사실의 객관적 재현을 참칭하는 다큐멘터리보다 그런 사이비 객관성을 해체하는 허구로서의 '유사 다큐멘터리'가 오히려 진실의 재현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것. 이 영화의 힘이다.

8. 또 한가지 생각. 우리가 보통 말하는 다른 입장들 사이의 화해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가령 내 자식이, 내 부모가 상대방의 총탄에 죽어가도 나는 한가롭게 평화와 비폭력을 말할 수 있을까? 혹은 내 '전우'가 옆에서 '폭도'의 돌멩이나 저격 총탄에 죽어도 나는 감성이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이다. 과연 인간은 얼마나 이성적일 수 있을까?

실제 군대에 참전했던 사람들의 기록이나 문학 작품들을 참조해보면 인간은 그리 이성적인 존재가 못된다. 오히려 매우 비이성적인 존재이다. 특히 생존만이 문제가 되는 전쟁터에서는 더욱. 일단 상대방과의 교전,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히는 순간, 그리고 그런 공포를 공유하는 옆의 전우가 적의 총탄에 죽는 것을 보면 속된 말로 인간은 확 돌아버린단다. 이성이고 뭐고 사라지고 오직 극단적인 적개심과 증오, 살의만이 남을 뿐이다. 그러니 '적'과 '우리'사이의 이성적인 대화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72년의 델리, 80년의 광주에 투입되었던 군인들의 심리는 아마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9.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서도 강하게 표현되듯이 자신의 자식이, 형제가 진압군의 총탄에 맞아 죽는 걸 본다면 과연 우리는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그럴 사람도 아주 극소수 있을지 모르다. 하지만 그건 거의 '성인'의 경지일테니 보통사람에게 그러기를 요구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오직 적개심과 살의로 불탄다. 전쟁과 폭력이 문제의 해결이 못된다는 점은 이런 데서도 드러난다. 폭력의 장에 놓이는 순간 인간은 상대방을 죽여야만 내가 살아남는다는 원시적 본능에 사로잡힌 동물이 되어 버린다.

폭력과 전쟁을 현실의 논리라고 믿는 이들이 생각해볼 문제겠다. 이 영화는 너무나 냉철하게, 그러나 그 냉철한 객관성 속에 숨겨진 감정의 포착으로 이런 문제를 제기한다. 총격장면에서 시위군중의 공포와 함께 심하게 흔들리는 카메라는 바로 그런 냉철함이 억압하지 못하는 감정의 움직임과 감독의 시선, 관객의 시선을 보여준다.

10. 어쨌거나 이 영화를 보면서 70-80년대의 한국사회를 살았던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80년 광주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게 어디 광주뿐이랴. 우리도 진압군으로 참전했던 베트남전은 어떤가. 폭력의 메커니즘은 동일하게 반복된다. 그런 폭력의 광기를 경험했던 나라가 이제 다른 나라의 전쟁터에 우리 젊은이들을 평화재건 군대라는 이름으로 또 파견한단다. 글쎄, 그렇게 우리가 내세우는 우아한 슬로건을 이라크 민중들이 얼마나 받아들여줄까?

북아일랜드의 런던델리에, 한국의 광주에 파견되었던 군인들도 비슷한 미사여구의 논리를 교육받고 내세웠을 것이다. 우리는 평화재건을 위해 여기 온 거라고, 정의와 법을 집행하기 위해서 온거라고, 그리고 (우리가 믿는) 정의와 법을 어지럽히는 '폭도'들은 단호히 제거해서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서 온거라고. 전쟁의 역사는 이렇게 추하게 반복된다.

그런데 그 우아한 미사여구들은 내 동료가 상대방의 총탄에 맞아 죽어도 유지될 수 있을까. 내 총탄에 죽은 사람의 가족이 내게 총구를 겨누어도 유지될 수 있을까. 그때 남는 것은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본능뿐이리라. 왜 우리 젊은이들을 다시 그런 짐승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11. 영화가 끝나면서 나오는 노래가 U2의 노래 "Bloody Sunday"이다. 끝까지 앉아서 이 노래를 들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이미 "Bloody Sunday"를 끔찍스럽게 경험하고 있을 이라크에 왜 우리는 또 우리 젊은이들의, 이라크 민중의 피를 흘리러 가야하는 것일까? 과연 이런 내 생각이 그 빌어먹을 '국익론'과 냉엄한 '현실정치의 논리'를 모르는 책상물림의 감상주의적 생각에 불과한 것일까.

어쨌거나 그게 감상주의든 뭐든 나는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 젊은이들을 다시 학살의 동참자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이라크 파병은 안된다고.

12. U2의 노래 들을 수 있는 곳:

http://blog.empas.com/liberty0/2304483

"Bloody Sunday" 가사:

I can't believe the news today
Oh, I can't close my eyes
And make it go away
How long...
How long must we sing this song
How long, how long...
'cause tonight...we can be as one
Tonight...

Broken bottles under children's feet
Bodies strewn across the dead end street
But I won't heed the battle call
It puts my back up
Puts my back up against the wall

Sunday, Bloody Sunday
Sunday, Bloody Sunday
Sunday, Bloody Sunday

And the battle's just begun
There's many lost, but tell me who has won
The trench is dug within our hearts
And mothers, children, brothers, sisters
Torn apart
Sunday, Bloody Sunday
Sunday, Bloody Sunday

How long...
How long must we sing this song
How long, how long...
'cause tonight...we can be as one
Tonight...tonight...

Sunday, Bloody Sunday
Sunday, Bloody Sunday

Wipe the tears from your eyes
Wipe your tears away
Oh, wipe your tears away
Oh, wipe your tears away
(Sunday, Bloody Sunday)
Oh, wipe your blood shot eyes
(Sunday, Bloody Sunday)

Sunday, Bloody Sunday (Sunday, Bloody Sunday)
Sunday, Bloody Sunday (Sunday, Bloody Sunday)

And it's true we are immune
When fact is fiction and TV reality
And today the millions cry
We eat and drink while tomorrow they die

(Sunday, Bloody Sunday)

The real battle just begun
To claim the victory Jesus won
On...

Sunday Bloody Sunday
Sunday Bloody 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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