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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귀신이 문앞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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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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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의 말미에서 예고드렸다시피, 오늘은 디즈니사의 3D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Monsters, Inc.)에 대해 귀신, 아니 괴물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늘어놓으려고 했다. 아침부터 부랴부랴 극장가서 잘 보고 오기까지 했다. 그런데, 요거 며칠만 뒤로 미뤄야 쓰것다.-.-;;

(얼라들 데불고 극장엘 가실까 마실까, 하시는 분덜, 일단 데불고 가시라. <벅스 라이프>나 <토이 스토리> 정도 재미는 있다. 게다가 한층 정교해진 그래픽은 진짜 죽인다....광고에 맨날 나오는, 300만개의 털이 따로따로 움직이는 거...흐미...!!)

얘기를 미루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몬스터 주식회사>를 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곰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이게 정말 괴물 씨나락 까먹는 엉뚱한 생각이 아닌가 해서 주저되는 것. 또 한가지는 뜻밖에도 재미난 중국 영화 두 편을 비디오로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

<귀신이 온다>(2000)는 <붉은 수수밭>의 주인공으로 기억되는 지앙 웬이 각본, 감독, 주연까지 맡은 영화다. 본 사람마다 호평하는 입소문 듣고 꼭 보리라 했는데, 극장에서 너무 일찍 막을 내리는 바람에 보지 못했다가 비디오로 보게 되었다. 제목은 영락없는 공포물(뙤넘 말로는 '뀌쯔라이러' 양키 말로는 'Devils on the Doorstep'), 해외 영화제 수상, 흑백영화(극히 일부만 칼라), 일본의 중국 강점기 배경.... 세상에, '장사 안 될' 요소를 골고루 갖추었다. 그러니 일주일만에 막 내렸지...-.-;;

그런데 이게 의외로 재미있고 멋지다. 전쟁과 강점이 빚어낸 비극과 그 와중에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평범한 농민들의 이야기...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심각할 듯한데, 작품의 3분의 2가량은 계속 키득키득 웃게 되니 이상도 하지?

주인공이 '생각'(? -- 이게 무슨 생각인지는 영화를 보셔야 안다 ^^)에 잠겨있던 어느 겨울날, '나'라고만 신분을 밝힌 웬 남자가 자루 두 개를 주인공에게 맡긴다. 그런데 그 자루 속엔 부상당한 일본군과 중국인 통역관이 들어있어, 그걸 들키지 않기 위해 온 마을 사람들이 전전긍긍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다. 일단 저 자루들이 어디서 온 거고, 나중에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데다가, 그 상황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갖가지 반응 때문에 시종일관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물론 이 영화는 일본군의 전쟁 도발과 강점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하고, 게다가 평범한 서민들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는, 강렬한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일본군의 끔찍한 만행을 보여주는 후반부는 앞부분의 널널한 코미디와 대비되어 더욱 충격적이고, 일본 패전 이후를 보여주는 영화의 결말은 직접 보라고밖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얘기를 듣자하니 중국 당국은 이 영화에 묘사된 중국 인민들이 지나치게 무지몽매하고 부화뇌동하는 것으로 비쳐져 상당한 불쾌감(+ 감독에 대한 이런저런 제재조치)을 보였다고 한다. 여기에 서구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이 작용하여 영화제 수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뭐 이렇게 비판적으로 얘기할 수도 있겠는데...글쎄, 나로서는 딱이 그렇게만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국제 영화제에서 내내 호평받았으나 현실감이라는 면에선 '2% 부족'이라고 느껴지는 장이모의 영화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역사적 현실감과 박진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영화가 좋아졌네 어쩌네 떠들어대는 와중에 이 영화를 보면서 씁쓸하게 드는 생각은, 일본의 식민지 노릇을 하고서도 그 36년간의 식민지 시절에 대해서 이정도의 예술적 성취와 현대적 감각(이게 중요하다!)을 보여주는 영화가 과연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귀신이 온다>를 보며 '일본귀신'(영화에 보니까 중국사람들은 일본인들을 '니뻔꾸이쯔'라고 부른다.)때문에 중국 농민들이 겪어야 하는 전쟁의 야만성에 대해 생각하고, 심지어 타카하타 이사오의 <반딧불의 묘>(1988)를 보며 전쟁때문에 일본의 어린아이들이 겪는 고통에 눈물 흘리는 동안, 식민지 시절과 전쟁의 와중에서 우리의 조상들이 겪어야 했던 고초와 야만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무슨 얘기를 해왔던가 하는 자괴감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런 영화를 갖게 되나? 우리 영화가 소설이 이루어 놓은 것에 기대지 않고도 이런 정도 얘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면, 영화의 시대 어쩌구 하면서 문학을 개무시해도 찍소리 않고 있을 거이다. 한국 영화, 아직 멀었쓰! 소설을 열심히 읽고 또 열심히 써야할 이유가 아직은 좀 있는 거같다. (밥그릇 챙기는 소리?-.-;;)

*****

내친 김에 같은 감독의 영화 또 한 편을 소개할까 한다. 문화혁명기의 북경을 배경으로 16세 소년의 성장과정을 그린 <햇빛 쏟아지던 날들>(1994)이다. 문혁 시기를 비판적으로 그린 중국 영화는 많지만, 소년의 시선으로 이렇듯 아기자기하게 성장기를 그려내기는 쉽지 않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뒷골목 쌈마이, 아름다운 소녀 등등 기본 설정은 흔해빠진 것이지만, 가령 <친구>같은 영화는 여기다 대면, 좀 한심해보인다...-.-;;

서구의 '오리엔탈리즘' 못지 않게 동양이 서양에 대해 가지는 '옥시덴탈리즘'도 최근들어 논의가 되는 모양이지만, 적어도 중국에서는 그 '옥시덴탈리즘'이 문혁기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일종의 '저항적 대안' 구실을 했던 것이 사실인 듯하다. 어쨌거나 금지된 일은 달콤하고, 젊음이란 금지된 것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으로 가득차있으므로. (그런 거보면 우리 사회의 '근대화'에 있어서 '옥시덴탈리즘'의 기능은 훨씬 더 복잡한 것같다.)

달콤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릴 때는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을, 일상 생활의 묘사에는 홍위병의 군가를, 자전거 타고 붉은 벽돌로 뒤통수 까대는 뒷골목 패싸움에 <인터내셔널가>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감독의 재치도 재미나다. 아름다우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화면과, 어린 주인공의 탁월한 연기, 소년의 성장기와 역사적인 상황을 도식적이지 않게 연결시키는 감각, 뻔한 얘기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는 솜씨가 돋보이는 영화다.

******

중국의 근현대사를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개인들의 내밀한 감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만만찮은 영화들을 만나고보니, 갑자기 중국어가 배우고 싶어졌다. 시간나면 중국어를 배울까보라고 했더니, 같이 사는 아저씨가 한마디 한다. "으이그, 영어나 똑바루 해!" 깨깽....말이야 맞는 말이지, 뭐.

그렇다. 그래서 담 번엔 꼬옥~ 영어로 만들어진 '양키'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에 대해 써보려구 한다. "영미연 홈페이지에 웬 중국 영화 선전?"이라고 너무 욕하시지 마시라.(자게에 어떤 분이 영미연에서만 나올 수 있는 영화평을... 그런 얘기 하신 게 좀 찔려서 그런당.... 사실 그걸 늘 의식하긴 하는데, 요새 딱이 그런 주제로 글을 쓸만한 영화가 별로 없었다. 오죽 궁했으면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오스틴 얘길 끌어들였을까나....쩝. 그렇지만, 아무리 영문학 얘기가 중요해도 크리스토퍼 램버트 주연의 <전사 베오울프>(Beowulf)(!!!) 같은 영화 얘기를 굳이 하지 않을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넘의 '짱께' 영화들이 재미있어서 그랬다....^^;;

****
다덜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기 바란다. 떠들썩한 성탄 분위기가 싫어 조용한 산사에나 다녀올 생각인데(삐딱하게 굴려고 발악을 한다느니, 악취미라느니, 하는 소리도 종종 듣는다 -.-;;), 요즘은 종교들끼리 개방적인 자세 보인다고 절에도 트리에 성탄 축하 현수막까지 등장했단다. 내년엔 어디로 도망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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